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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신규 아파트 불신 지속…‘품질 리스크’ 커진 건설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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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업계, 공사비 인상 등 원인 지목

국토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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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25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송파구와 강남구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곽경근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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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설사의 하자 논란이 반복되며 신축 아파트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사전점검 시 대행사를 이용하거나 신축 아파트 대신 준신축 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18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가 시공한 브랜드 단지들이 최근 연이어 하자 논란에 휩싸였다. 전남 오룡 신축 아파트는 △타일 깨짐 △마감 불량 △창틀 시공 등 하자가 발견돼 논란을 빚었다. 충남 당진 신축 아파트는 천장 목재에서 곰팡이가 발견, 적발돼 공사가 중단됐다.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에서는 한국표준(KS) 마크를 위조한 중국산 유리가 수천 장 시공된 사실이 확인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시공사와 입주자 하자 분쟁은 10년 새 2배 가량 급증했다. 국토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약 2000건이던 하자 분쟁 처리 건수는 지난 2월 기준 연평균 4300건으로 증가했다. 연도별로 하자 접수는 2019년(4290건)과 2020년(4245건) 4200건대를 유지하다 2021년 7686건으로 급증했다. 2022년엔 3027건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다시 3313건으로 소폭 늘었다.

특히 대형 건설사의 하자 문제가 빈번하다. 국토부가 공개한 최근 5년(2019년 1월~지난 2월) 하자판정건수 상위 20개 사 현황에 따르면, GS건설이 최다 하자 업체로 선정됐다. GS건설은 세부 하자심사 접수된 3284건 중 50%에 달하는 1646건이 하자 판정을 받았다. 이어 대우건설(360건) 6위, DL이앤씨(326건) 7위, 롯데건설(221건) 10위, 현대건설(187건) 15위, 현대엔지니어링(182건) 16위, 한양(169건) 17위 등이다. 주요 하자 유형은 기능불량(10.1%), 균열(9.1%), 들뜸 및 탈락(9.1%), 결로(7.5%), 누수(6.1%) 순이었다.

입주 예정자의 불안은 크다. 오는 2026년 인천 소재 한 신축 아파트 입주를 앞둔 A씨는 “최근 반복되는 아파트 하자 문제를 보면 남 일 같지 않다”라며 “힘들게 청약 당첨 후 입주하는데 하자가 나올까 봐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입주 아파트를 알아보는 중인 김모(27)씨는 신축 대신 준신축으로 눈을 돌렸다. 김씨는 “청약과 신축 아파트를 알아보고 있었으나 새 아파트를 믿기 어려워 코로나 이전 지어진 아파트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하자 대행업체에 20~30만원의 비용을 내고 사전점검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건축안전 전문 업체 ‘홈체크’는 2018년 매출이 4억원에 그쳤으나 지난해 68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신축 아파트에 입주한 B씨는 “사전 점검 당시 하자 대행업체를 이용했다”라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알려줘 하자보수 할 수 있었다. 업체를 이용하지 않았더라면 거주 시 불안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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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가 공개한 최근 5년(2019년 1월~지난 2월) 하자판정건수 상위 20개사 현황. 국토교통부 자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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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업계는 하자가 늘어나는 원인을 원자잿값 상승에서 찾는다. 중견 건설기업 관계자 김모(41)씨는 “금리와 원자잿값 인상으로 하자가 늘어난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시공사에서는 분양이 잘돼야 이윤을 남길 수 있는데 업계 상황이 안 좋아 원가 절감을 위해 관리자를 줄이고 점점 더 하청을 쓰며 하자가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원자잿값 상승은 시공사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월 주거용건물 건설공사비지수는 154.81(2015년 공사비=10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사비가 오르면서 건설사들의 원가율은 90%를 넘어섰다. 원가율은 매출액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로 높을수록 이익은 줄어든다. 공사비가 오르면 시공사는 공사를 서두르게 된다. 공사가 지연, 중단될 경우 비용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무리한 공사 진행은 결국 하자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국토부는 주택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통해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오는 7월부터 내부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아파트는 입주예정자 사전점검을 진행하지 않고 사전방문 시 발견된 하자를 준공 후 6개월 이내 보수 공사하는 방안 입법을 추진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신축 아파트 하자가 많이 발생했는데 주택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이 개정되면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대형 건설사의 잦은 하자 논란이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한 아파트의 문제가 곧 브랜드 전체의 문제라고 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브랜드 가치와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축비 인상으로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상황에서 품질 문제로 소비자 불만이 커질 수 있다”라며 “분양 아파트를 외면하고 기존 준신축 아파트를 매매하는 등의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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