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7 (월)

대한해협 넘은 K-프랜차이즈 "일본은 정말 기회의 땅일까" [분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지원 기자]

'K-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잇따라 일본 시장에 깃발을 꽂고 있다. 햄버거 브랜드 '맘스터치'와 커피전문점 브랜드 '할리스'가 대표적이다. 이들이 일본 시장을 공략하는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일본 내 '5차 한류' 바람이 불면서 한국 음식문화에 관심을 갖는 젊은층이 많은 데다, 경쟁이 치열한 한국 시장을 넘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본 시장은 K-프랜차이즈들에 기회의 땅일까.

더스쿠프

지난해 10월 일본 도쿄 팝업스토어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맘스터치’는 도쿄 시부야에 1호점을 열었다.[사진=맘스터치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라인야후' 사태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는 일본 정부가 지난해 11월 라인야후에서 발생한 고객정보 유출 사건을 빌미로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압박하면서 시작했다. 라인야후는 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LINE)'을 운영하는 회사다.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2019년 지분 참여)가 각각 지분 50.0%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 3월과 4월 두차례에 걸친 행정지도를 통해 라인야후에 '네이버 지분관계 재검토'를 요청했다. 2011년 일본에 진출해 라인을 론칭한 네이버로선 큰 위기를 만난 셈이다. 이 때문인지 일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사업에 악영향을 받을까봐서다.

그럼 일본에 둥지를 튼 'K-프랜차이즈' 기업들의 상황은 어떨까. 최근 일본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대표 브랜드는 햄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맘스터치앤컴퍼니)'와 커피전문점 '할리스(KG할리스F&B)'다.

먼저 맘스터치는 지난 4월 16일 도쿄의 대표적인 번화가 시부야에 1호점 '맘스터치 시부야'를 열었다. 이곳은 지난 39년간 글로벌 프랜차이즈 맥도날드가 영업했던 자리로 상징성이 큰 곳이다.

맘스터치가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던 배경은 지난해 10월 3주간 진행한 팝업스토어 '맘스터치 도쿄'의 반응이 긍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일평균 1570명이 다녀갈 만큼 팝업스토어가 인기를 끌자 일본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맘스터치 측은 "1호점엔 팝업스토어보다 많은 일평균 3000여명의 고객이 다녀가고 있다"면서 "일본 내 마스터프랜차이즈(MF) 파트너를 찾아 고객 접점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할리스는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에 깃발을 꽂았다. 지난 1일 할리스는 오사카 중심가 난바에 1호점 '오사카 난바 마루이점'을 열었다. 오사카 한정 메뉴인 '약과 크림라떼' '행운 쑥 라떼' '한라봉유자스무디' 등을 선보인 할리스는 이용객 후기를 매장 운영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더스쿠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할리스 측은 "최근 일본의 2030세대 사이에서 한국식 커피와 디저트가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일본에서 할리스의 경쟁력을 검증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브랜드 모두 경쟁이 치열한 한국 시장을 넘어 일본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단 계획을 세운 셈이다. 컨설팅 전문업체 김앤커머스의 김영호 대표는 "일본의 경우 동남아시아 대비 물가가 높아 한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면서 "매출 규모를 키우는 데 일본 시장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맘스터치와 할리스는 규모를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일례로 맘스터치는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케이엘앤파트너스(2019년 인수)'가 2022년부터 엑시트(투자금회수)'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사모펀드가 워낙 높은 기업가치를 기대한 탓인지 매각 계약은 이뤄지지 않았다. 맘스터치로선 일본 시장에서 매출을 획기적으로 늘려 기업가치를 높여야 하는 셈이다.

할리스 역시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선 매출 규모 확대가 필수적이다. 2020년 사모펀드 IMM PE로부터 할리스를 인수한 KG그룹은 2024년을 IPO 원년으로 삼았다.[※참고: 할리스는 지난해 9월 상장 주관사 선정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주관사를 확정하지 못했다.]

관건은 일본 시장이 K-프랜차이즈에 기회의 땅이냐는 점이다. 무엇보다 'K-콘텐츠' 'K-아이돌'의 인기가 한국 음식 문화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한국식 카페·음식점이 즐비한 도쿄 '신오쿠보'에 일본 젊은층이 몰려드는 건 대표적 사례다. 2000년대 초반 '1차 한류'를 시작으로 지금 일본 내 '5차 한류'가 불고 있단 분석도 나온다. 이는 일본을 선택한 K-프랜차이즈 브랜드에 기회 요인이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자영업 시장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일본의 경우, 프랜차이즈 산업이 발달했지만 크고 작은 브랜드가 공격적인 출점 경쟁을 벌이는 한국과는 다르다.

더스쿠프

할리스는 지난 1일 일본 오사카에 직영 1호점을 열었다.[사진=할리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더스쿠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의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수는 1286개(이하 2022년 기준·일본프랜차이즈체인협회), 가맹점 수는 25만개에 그친다. 반면 한국의 가맹본부 수는 8183개(공정거래위원회), 가맹점 수는 36만개에 이른다. 일본의 인구가 1억2263만명(이하 2024년 기준)으로 한국(5157만명)의 두배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구 대비 프랜차이즈 수가 비교적 적은 셈이다.

김영호 대표는 "한국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질적 경쟁보단 양적 경쟁을 벌여온 측면이 적지 않다"면서 "일본의 경우 약진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있지만, 장인정신을 앞세운 개별 자영업자가 많아 이들과의 경쟁도 염두에 둔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요한 건 어떤 차별점을 보여줄 수 있느냐라는 거다. 김영호 대표의 말을 더 들어보자. "결국 한국에서의 브랜드 경쟁력이 일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맘스터치의 경우 국내에서 지속적인 가격 인상으로 '가성비 브랜드'라는 정체성이 흐릿해졌고, 할리스 역시 저가커피 브랜드와 고가커피 브랜드 사이에서 정체성이 모호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해야 장기적으로 일본 시장에도 안착할 수 있다."

'K-프랜차이즈'라는 이름표를 달고, 일본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맘스터치와 할리스…. 과연 'K'에 걸맞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저작권자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