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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직장 스트레스도, 육아도 안녕 "오늘은 꿀잠데이"…한강 잠퍼자기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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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한강 잠퍼자기 대회'에 100여명 참가

참가자들 "스트레스·휴대전화·고온으로 못 자"

하와이안셔츠, 맛동산 베개, 개량 한복, 잠옷 눈길

뉴시스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2024한강 잠퍼자기 대회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녹음수 광장에서 열렸다. 사진은 일본 메이드복을 입고 꿀잠에 파져들기 직전인 한 참가자. 2024.05.18. frien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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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꿀잠'에 둘째가라면 서러운 시민 100명이 '한국 제일 수면자' 자리에 출사표를 던졌다.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녹음수 광장에서 열린 '2024 한강 잠 퍼자기 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저마다의 비기와 함께 수면과의 전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회는 휴대전화 전자파와 복합적인 요인으로 깊은 수면에 이르지 못한 현대 시민이 잠을 잘 수 있도록 하는 취지로 올해 처음 개최됐다. 참가자들은 오후 3시30분께부터 잠에 들어 30분마다 심박수를 확인받고 오후 5시께까지 수면 전후 심박수 차이가 가장 큰 1명이 우승자가 된다.

이날 참가자들은 저마다 수면용 안대와 목베개는 물론 곰돌이 캐릭터가 그려진 잠옷과 선글라스, 맛동산 베개 등을 들고 왔다. 삽시간에 에어매트 약 100개가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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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2024 한강 잠 퍼자기대회가 18일 오후 3시께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렸다. 잠에 둘째가라면 서러운 약 100명이 이날 대회에 참가했다. 영상은 잠에 취한 시민들. 2024.05.18. frien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평소 오전 1시에 자서 오전 5시에 일어나는 차동우(29)씨에게 주말은 꿀잠을 위한 시간이다. 차씨는 "직장은 합정인데 집은 송도라 깊게 잠을 못 자는 거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오늘 아침 대장내시경을 받는 건강검진을 하느라 공복인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대회에 왔기에 꿀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음을 지었다.

박경진(38)씨는 대회에 참가해 오늘만큼은 주말 가사 활동과 육아에서 벗어나 꿀잠에 들 수 있다. 결혼 6년 차인 박씨는 "주중에는 직장을 다니느라 잘 못 자고 주말에도 육아와 가사 활동 때문에 잘 못 잔다"고 했다. 그는 "사실 오늘 아내가 대회에 가라고 권유했는데 아무래도 합법적으로 자라는 뜻인 것 같다"며 환한 미소를 띄었다.

학업과의 전투를 치르느라 평소 잠을 자지 못한 학생들도 마찬가지. 선글라스를 낀 채 김부각 '먹방'을 찍던 고1 권성운(15)군은 "수업 시간에 자면 혼나고 수행평가에서도 좋지 않은 점수를 받는다"며 "이번 달에만 현장학습이니 체육대회니 중간평가니 있어서 잠이 너무 부족했다"고 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 참가해 자신에게 휴식을 주고 싶다고 했다.

올해 중3인 김해린(15)양도 "수학 학원 화장실에서도 잠을 잘 정도"라며 "누가 건드려도 깨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했다.

향수병을 가진 폴란드 출신 푸셰므(39)씨에게 대회가 열린 광장은 고향의 공원과 진배없다. 그는 "폴란드에는 공원과 해변이 많아서 잠을 많이 잘 수 있다"며 "팬티를 입고 잘 수 있을 정도로 잔디가 예쁜 공원이 많은데 한국 공원은 그렇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3년 정도 고향에 가지 못한 그는 잔디가 깔린 녹음수 광장을 보며 옛 추억에 잠겼다.

배서연(30)씨는 "수면에 취하기 위해 책을 들고 왔다"라고 했다. 배씨는 한동안 책을 읽다가 이내 책을 눈 위에 엎고 꿈나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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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이날 대회에는 하와이안 셔츠, 목베개, 형형색색의 담요를 들고 온 이들로 눈에 띄었다. 2024.05.18. frien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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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도 자고 베스트드레서를 노린 이들도 있다. 일본 '메이드복'을 입은 김창수(21)씨는 "베스트드레서를 노리고 입었다"며 "오늘 잠 퍼자기 대회 때문에 하루 새우고 왔다"고 했다. 빨간 하와이안 셔츠와 검은색 몸빼 바지, 검은 버킷 모자로 무장한 손지홍(25)씨는 "1년 전 베트남에 갈 샀던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왔다"며 "오늘 대회를 위해 일찍 일어났고 빠른 체력 소진을 위해 운동도 했다"고 웃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대회에 등록한 97명은 요가로 심박수를 높인 후 오후 3시30분께 잠에 들었다. 깃털로 코를 간지럽히거나 모기 소리 등에도 굴하지 않고 잠을 잔 이들은 이날 대회에서 한때 심박수가 한때 '50대'로 떨어지는 등 진정한 휴식을 취한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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