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2 (일)

“‘부모 돈=내 돈’ 인식이 경제적 학대 낳아…금융사가 자식·간병인도 거래 차단해야”[불편한 노년②]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운영 ㈔금융과행복네트워크 이사장 인터뷰

헤럴드경제

정운영 (사)금융과행복네트워크 이사장이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홍승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일부 자식들은 ‘부모 돈=내 돈’이라는 잘못된 상속문화를 답습하고 있어요. 부모는 자식에 대한 치부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신고하기를 꺼리고요”

정운영 ㈔금융과행복네트워크(금행넷) 이사장은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금융착취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는 데 대해 우리나라의 뿌리 깊은 ‘상속문화’를 꼬집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종손이 조상의 인적·물적 자원을 독점하는 상속문화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같은 인식이 부모 돈을 빼앗는 금융착취를 낳기도 한다는 것이다.

금융착취란 돌봄 의무가 있거나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에 의한 경제적 학대를 의미한다. 정 이사장은 금융전문단체 금행넷에 몸담으며 금융착취 해소를 위한 과제를 연구,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도 자식에게 경제적 학대…‘상속문화’에서 비롯

정 이사장은 “금융착취는 자산·소득의 수준과 관계없이 일어난다”며 “소득이 없는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은 안 당할 거 같지만 제일 많이 당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금융에 대한 교육이 부족한 지방에서 금융착취가 더 빈번하게 일어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골의 노인들은 전, 답, 과수원 등 농지를 담보로 맡기고 연금을 받는 농지 연금 등을 가입하고 싶어 하지만, 자식들은 향후 상속을 생각해 이를 막기도 한다”며 “주택연금은 최근에 모두에게 여유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혔지만 지방 거주민들은 인식이 부족하고, 무엇이 금융착취인지도 모르는 상황이 펼쳐지곤 한다”고 전했다.

헤럴드경제

미국은 금융착취 피해 노인이 2030년까지 500만건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제적 학대가 일어난다 해도, 신고가 되지 않는 경우도 대부분이다. 정 이사장은 “자식에 대한 치부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심리가 있기 때문에 금융착취는 신고가 되지 않는다”며 “소득 격차와 소비 양극화가 극심해질수록, 금융착취는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정 이사장은 금융착취를 미연에 방지하는 게 결국에는 사회적 비용을 아끼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금융착취는 세계 공통 문제로 미국의 경우 노인증가에 따라 금융착취 피해노인이 2030년까지 500만건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며 “고령소비자가 금융착취를 당하면 정신적 절망감, 질환, 자살 등을 동반해 결국 국가가 사회적 비용을 들여 이를 보호해야 함으로 금융착취를 예방하는 게 국가적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은행 담당자에게 고령자 착취 방지하는 면책권 부여…영국 사례도 ‘주목’

헤럴드경제

정운영 (사)금융과행복네트워크 이사장이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홍승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 이사장은 금융착취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영국의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영국의 금융당국은 ‘Citizens Advice’라는 제도를 운영하며 경제적 학대를 당하는 피해자가 현 상황을 인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또 금융기관과 소비자에 대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에 대입한다면 보이스피싱 대처 가이드라인처럼 은행연합회가 금융사에 금융착취 관련 지침을 발급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며 “아무리 간병인이나 자녀가 은행업무를 보러 온다고 하더라도, 금융착취를 차단할 수 있도록 계좌를 동결시킬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안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착취 방지를 위한 법 체계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가칭 ‘노인금융피해방지법’을 입법하는 방안이다. 정 이사장은 “고령자 금융착취 방지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보조금 지원 수단, 고령자의 권리 증진, 권리침해에 대한 형사적 제재 강화 및 금융착취 의심사건 신고 촉진을 위해 금융기관 담당자에게 법적 면책권을 부여하는 규정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hss@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