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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자산가 고객만 더 모신다” 은행들 다시 점포 늘렸지만…취약계층 불편은 여전[머니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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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중은행 점포 수 올해 들어 증가세 보여

지난해 기점으로 지점 축소 중단…신규 점포 개설

‘PB센터’ 등 일부 고객 대상 지점…서울 도심에 위치

금융소비자 불편은 여전…일부서는 폐쇄 움직임 계속

헤럴드경제

서울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고객이 업무를 기다리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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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지난 몇 년간 빠른 속도로 영업점을 줄여 오던 주요 시중은행들이 최근 다시 점포를 늘리고 있다. 지난 5년간 각각 수백 개에 달하는 점포를 줄이며 충분한 경영 효율화를 달성한 데다, 점포 폐쇄 부작용을 우려한 비판 여론과 정부 압박이 점차 더해진 영향이다.

문제는 최근 개설되는 점포 다수가 고액자산가를 위한 WM(자산관리) 지점 등 특화점포인 탓에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 개선에 크게 도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일부 은행서는 여전히 빠른 속도로 점포 폐쇄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 효율성 개선됐다” 다시 점포 늘리는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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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금융권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KB국민은행의 영업점 수는 799개(출장소 96개 포함)로 지난해 말(797개)과 비교해 2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의 영업점 수는 597개에서 600개로 3개 늘어났다. 농협은행 또한 올해 들어 총영업점 수가 1100개에서 1102개로 2개 늘었다. 올해 들어서 주요 시중은행들이 신규 점포 개설을 이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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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점포를 줄이기만 했던 지난 몇 년간의 추세와는 정반대의 기조다. 최근 5년간 총 250여개의 점포를 줄였던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만 국내 영업점 수를 59개가량 축소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2월과 4월에 각각 점포 하나씩을 추가 개설한 데 이어, 추가 점포 폐쇄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통상 점포 폐쇄 3개월 전에 관련 사실을 공시하는 것을 고려하면, 올 상반기까지 추가 폐쇄 계획이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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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시중은행 영업점의 안내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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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의 경우 일찌감치 점포 증설 움직임을 보였다. 하나은행은 지난 2022년 중 총점포 수를 17개가량 줄인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출장소 1곳을 지점과 통합한 이후로 지점 통·폐합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총 점포수는 4개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1월에 2곳, 4월에 1곳의 영업점을 신규 개점했다. 농협은행 또한 올 1월에만 3곳의 출장소를 개점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5월 금융당국이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을 발표하는 등 지점 축소에 따른 소비자 불편을 막으려는 압박이 가중된 영향이 크다. 당시 당국은 폐쇄 합리성을 점검하기 위한 사전영향평가를 강화하고, 소규모 점포나 이동점포 대체수단 마련을 기준으로 세우는 등 무분별한 점포 폐쇄를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아울러 은행권에서는 지난 5년간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만 700개가 넘는 영업점이 사라진 만큼, 영업 효율성이 낮은 점포들 다수가 이미 정리된 상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리하게 폐쇄를 진행해야 할 만큼 비용 대비 적자가 큰 점포들이 정리된 만큼, 속도조절을 할 수 있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 2023년 말 기준 국내은행 점포 수는 5733개로 5년 전과 비교해 965개 감소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지점 수를 줄이기 시작한 것도 10년 가까이 된 얘기”라며 “고객 수가 지극히 적거나, 비용 대비 영업 효율이 극히 낮은 지점들을 우선으로 통폐합하면서 경영 효율화 지표도 크게 나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고객을 확보하거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을 위주로 점포를 새로 여는 단계에 있다”고 덧붙였다.

신규 점포 다수가 ‘특화 지점’…일반 소비자 불편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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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KB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 반포센터에서 양종희(앞줄 가운데) KB금융그룹 회장과 이재근(뒷줄 왼쪽 두 번째) KB국민은행장, 김성현(앞줄 맨 오른쪽)·이홍구(뒷줄 오른쪽 세 번째) KB증권 대표이사, 광고모델 이영애(앞줄 왼쪽 세 번째),씨를 비롯한 임직원, 장기고객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KB금융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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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은행들이 최근 개설하고 있는 점포들의 경우, 기존의 일반 영업점과는 성격이 다른 경우가 많다. 국민은행이 올해 1월 신설한 각 1개의 지점·출장소는 인천국제공항에 위치해 있다. 약 10년 만에 인천공항 입점권을 획득하면서, 신규 점포를 개설한 것이다. 아울러 4월 서울 반포동에 개설한 지점의 경우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WM(자산관리)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PB센터다.

하나은행이 올해 개설한 1곳의 지점 또한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PB센터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퇴직연금 자산 1억원 이상 VIP고객을 대상으로 한 전문 상담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우리은행이 올해 1월과 3월 개설한 지점 2곳 또한 각각 고액자산가 전문 PB센터와 외국인직접투자 전담 특화채널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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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시중은행 영업점의 안내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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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은행들이 새로 개설하고 있는 점포의 경우 대부분이 일부 고객들을 위주로 특정 서비스 영업이 진행되는 곳이다. 아울러 다수가 서울 도심에 위치해, 기존에 지적돼 왔던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 해소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포 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일반 소비자들이 느끼는 점포 폐쇄의 부작용이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일부 은행들에서는 여전히 점포 폐쇄가 빠르게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소비자 불편이 더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올해 2개 지점을 신설한 우리은행은 지난 1분기에만 총 13개 지점을 통폐합했다. 오는 7월 8일부터는 을지로·센트럴시티·당산동·대흥역·상암동·홍익대 등 21곳을 폐쇄하고 인근 지점에 통합한다. 신한은행의 경우 올해 1개 지점을 신설했지만, 총 7개 지점을 통폐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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