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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100세시대 가장 두려운 ‘이것’...마법같은 신약 나왔는데 그 원리는 [교과서로 과학뉴스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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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늦춘다는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국내에 도입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검토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다만 수천만 원에 달하는 비싼 약값이 문제입니다. 새롭게 출시 된 치매 신약, 원리가 무엇일까요.

‘레카네맙’ ‘아두카누맙’ ‘맙’이 뭘까
매일경제

알츠하이머 박사(1864-1915, 왼쪽)와 그의 첫 환자인 어거스트 데터의 모습 <사진=위키피디아>


최근 몇 년간 발표된 치매 신약후보 물질의 성분명에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맙(mob)’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습니다. 여기서 맙은 ‘Monoclonal antibody’, 즉 ‘단클론 항체’의 약자입니다. 단 하나의 항원에 작용하는 항체를 뜻합니다. 항원, 항체는 고등학교 생명과학1 교과서에 그 내용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습니다. 외부에서 들어온 이물질을 ‘항원’이라고 부르고, 이 항원에 대항해 체내에서 만들어진 방어물질이 ‘항체’입니다.

치매 치료제에 ‘단일클론항체’라는 말이 붙어 있는 이유, 바로 치매치료제가 ‘항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항원이 있을 텐데요, 많은 과학자는 이 항원을 ‘베타 아밀로이드’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다시 정리하면 치매의 원인이 되는 물질이 바로 베타 아밀로이드(항원)이고 이 항원을 파괴하는 항체가 치료제가 되는 셈입니다. 항체를 이용한 백신의 원리와 같습니다.

치매의 원인 물질로 꼽히는 베타 아밀로이드는 우리 뇌는 물론 혈액 속에도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 물질이 뇌에서 엉키기 시작하면 독성 물질이 흘러나와 뇌의 인지 기능을 떨어트리게 됩니다. 1906년 독일의 신경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 처음 발견한 이 베타 아밀로이드는 이후 수많은 실험을 거쳐 치매의 원인으로 자리 잡습니다. 이 물질은 우리 뇌에 달라붙어 있기 때문에 물리적인 방법으로는 떼어낼 수 없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베타 아밀로이드의 생성을 막는 방식으로 치매 신약 개발이 시작됩니다.

흔들렸던 가설, 그래도 아직은…
매일경제

미국에서 출시된 치매 신약 레카네맙 [사진=바이오젠]


처음에는 우리 몸에서 베타 아밀로이드를 만드는 물질을 제어하려 했는데, 이럴 경우 이미 만들어진 베타 아밀로이드 덩어리는 제거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항원을 직접 공격하는 항체 찾기에 나섭니다. 이러한 항체는 일반적으로 사람의 몸에서 찾기도 합니다. 또 하나의 치매 치료제 승인을 받았던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의 경우는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혈액에서 발견된 항체를 기반으로 설계했습니다.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한다는 과학자들의 노력이 항상 순탄했던 것만은 아닙니다. 2016년 일라이릴리의 ‘솔라네주맙’이 실패를 발표했을 때, 과학기술계에서는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은 끝났다’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신약 개발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했는데 효과가 없는 만큼 베타 아밀로이드가 정말 치매의 원인이 맞는지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과거 베타 아밀로이드 관련된 논문이 조작됐다는 뉴스도 나왔고, ‘타우 단백질’이라는 새로운 단백질도 치매의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논란이 사그라든 것은 아니지만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이 아예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게 학계의 중론으로 보입니다. 베타 아밀로이드가 치매에 영향을 미친다는 여러 연구가 뒷받침되는 만큼 가설이 틀렸다기 보다는 여러 요인이 치매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석하는 게 맞을 듯합니다. 신약으로 출시된 레켐비 역시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출시된 치매 신약도 100% 치매에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치매를 지연시킬 수 있는 효과가 확인된 만큼 미국 FDA가 신약 허가를 내줬는데, 효과와 부작용을 두고도 논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최근 들어 여러 신약후보 물질들이 개발되고 있고, 레켐비처럼 출시도 되는 만큼 앞으로 수십 년 뒤에는 좋은 치료제가 나올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는 점입니다. 일라이릴리의 도나네맙은 레켐비보다 효과가 더 좋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습니다. 좋은 치매 신약이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될 때까지 우리는 운동을 열심히 하고 음식을 골고루 먹고, 뇌를 많이 쓰면서 최대한 치매에서 멀리 떨어진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중학교 3학년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가져오란 말이야.”

과학을 담당하는 기자가 선배들에게 많이 듣는 말 중 하나입니다. 맞습니다. 과학·기술 기사는 어렵습니다. 과학·기술 자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내용을 풀어가다 보면 설명은 길어지고 말은 많아집니다. 핵심만 간결히 전달하지 않으면 또 혼나는데 말입니다. 이공계 출신인 제게 “문과생의 언어로 써라”라는 말을 하는 선배도 있었습니다.

혼나는 게 싫었습니다. 중3이 이해하는 언어로 기사를 쓰고 싶어 과학 교과서를 샀습니다.

그런데 웬걸, 교과서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많은 과학이 담겨 있었습니다. 기억 안 나시죠. 중3 수준으로 기사를 쓰면, 더 어려운 기사가 됩니다.

과학기술의 시대라고 말합니다. 챗GPT, 유전자 가위, 반도체, 양자컴퓨터 등 이름만 들어도 머리 아픈 최신 기술이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습니다. 모르면 도태될 것만 같습니다.

어려운 과학·기술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어 교과서를 다시 꺼냈습니다.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최신 기술의 원리를 교과서에서 찾아 차근차근 연결해 보려 합니다. 최신 과학·기술은 갑자기 툭 튀어나오지 않았습니다. 교과서에 이미 모든 원리가 들어있으니까요. 함께 공부하는 마음으로 적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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