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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일본이 ‘동성애’ 이유로 차별·박해한 커플…캐나다는 ‘난민’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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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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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성적 지향을 숨기도록 강요받거나 동성 커플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던 여성들이 캐나다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캐나다 당국은 “일본 전체에 (동성 커플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며, 이들이 일본 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도 차별을 벗어날 수 없다”고 난민 인정 배경을 밝혔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9일 “동성 커플의 일본인 여성들이 지난해 캐나다에서 난민 인정을 받았다”며 “이들이 일본에서 성적 지향을 숨기도록 강요받거나 성희롱을 당한 것은 동성애자이자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한 것이며, 일본에서는 이런 차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캐나다 이민·난민위원회가 인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50대 하나씨와 30대 엘리씨가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14년이었다. 앞서 부모와 친척들로부터 이성 결혼을 끊임없이 강요당했고, 직장에서 성적 지향을 밝혔다가 성희롱을 당하기도 했다. 하나씨는 2009년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서로를 만난 뒤 새 삶이 시작됐다. 2019년 봄에는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캐나다로 여행을 떠나 혼인 신고까지 마쳤다. 하지만 일본으로 돌아오자 ‘부부’로서 삶은 인정받을 수 없었고, 다시 고난이 시작됐다. 동성 커플은 같이 살 집을 구하는 것부터가 힘들었다. 부동산으로부터 “동성 커플이 빌릴 수 있는 집이 별로 없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던 엘리씨는 직장에서 “동성 파트너가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가, 직장 동료들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듣고 괴롭힘까지 당했다. 그는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거주지를 옮겼지만, 같은 고통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주변에 ‘모녀 사이’라고 신분을 숨겨야 했다. 이들은 “둘이 함께 숨 쉴 곳은 아파트 방 안뿐이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결국 동성 커플이라는 이유만으로 박해를 받아야 했던 일본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2021년 하나씨가 학생 비자를 받아 캐나다로 향했고, 이곳에 머물면서 캐나다 정부가 성소수자를 난민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캐나다 정부가 만들어둔 ‘성적 소수자의 난민 인정 가이드라인’에는 “성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 등을 숨기도록 강요받는 것은 기본적 인권의 심각한 침해이며 박해에 해당한다”고 적혀 있었다. 엘리씨는 “그동안 난민은 동성애자를 ‘처벌’하는 나라 사람들만 대상인 줄 알았는데, 가이드라인을 읽고 우리도 해당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좁은 가치관으로 우리를 몰아붙인 일본의 정치와 사람들에 대한 도전이기도 했다"고 돌이켜봤다.



결국 이들은 지난해 10월 난민 결정 통지서를 받았다. 캐나다 정부는 통지서에서 “일본에서 (동성 커플이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았다는 충분한 근거와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인정했다. 난민으로 인정되면 캐나다 영주 자격이 주어지고, 5년 동안 필요한 요건을 충족하면 캐나다 국적도 얻을 수 있다. 밴쿠버에서 직업 훈련을 받으며 생활하는 이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당당하게 손을 잡고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에서는 동성 커플은 파트너에 대한 공제를 받거나, 국민연금 피보험자가 될 수 없다. 함께 아이를 키워도 둘 모두 친권자가 될 수 없고, 배우자 사망 때도 법정 상속권이나 유족연금을 받을 권한이 없다. 이 신문은 “일본에서는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이 위헌이라는 소송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며 “이미 지방법원이나 고등법원에서는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왔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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