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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현대차노조 “정년 64세로”… 재계는 “세대갈등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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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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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올려달라는 요구보다 정년 연장 요구가 기업에게 더 민감합니다.”

올해 주요 기업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의 중요한 화두로 정년 연장이 떠오른 가운데, 최근 한 대기업 임원이 이 같이 말했다. 매년 협상을 해왔던 급여 인상과는 달리 정년 연장은 기업의 인력 및 임금 구조를 뒤흔들 수 있는 문제라는 이유에서다. 재계에서는 고령화와 구인난, 저출산이라는 다양한 구조적인 인력 문제는 피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임금체계 개편과 노동 유연화 등을 정년 연장 논의와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현대차 노조)는 최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국민연금 수급과 연계한 정년 연장을 요구안으로 확정했다. 현재 국민연금 수령 나이는 63세인데, 2033년부터 65세로 연장된다. 이에 현대차 노조는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최대 만 64세까지 연장하자고 요구하는 것이다. 기아 노조 역시 사측에 현대차와 같은 요구를 할 전망이다.

HD현대그룹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HD현대삼호·HD현대미포 노조는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만 65세로 연장하는 임단협 공동요구안을 17일 사측에 전달했다. LG유플러스의 4개 노조 가운데 두 번째로 인원이 많은 2노조도 올해 임단협에 앞서 만 65세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지난해 정년연장 입법청원을 내고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서 논의 의제로 꺼내는 등 정년 연장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공적 국민연금 수급 연령과 맞춰 65세로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치권과의 연대도 검토하고 있다.

정년 연장 요구는 수년 전부터 있어왔으나 기존에는 임금 인상을 위한 전략적 카드 정도로만 써왔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정년 연장 이슈가 점차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이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과 청년 근로자들의 감소 문제 등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발 앞서 노사가 정년 문제에 합의한 곳도 있다. 동국제강그룹은 최근 임단협을 통해 정년을 만 61세에서 만 62세로 연장했다. 원래 동국제강은 만 59세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매년 10%가량 임금을 줄였다. 그러나 사측은 정년을 늘리면서 만 60세부터 총 임금의 10%가량을 줄이기로 했다. 청년 근로자들의 수급이 점차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고숙련 노동자들이 계속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정년 연장에 합의를 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정년 연장 문제에 신중한 입장이다. 고령화에 따른 정년 연장은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정년 연장은 기업 인건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회사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년 연장 문제는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정년 문제는 연금이나 의료 보험 등 사회적인 시스템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보니 사회적 타협이 필요하다. 개별 기업 치원에서 결정하기 벅찬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정년 연장이 시기 상조라는 주장도 있다. 다른 임원은 “정년 연장은 기존 젊은 세대 직원들의 인건비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신입 채용을 하기 어렵게 해 청년 채용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구인에 어려움을 겪는 업종의 경우엔 정년 연장을 해서라도 근로자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이 처한 상황이 다르다 보니까, 정년 문제를 일반화해서 법제화를 하면 큰 혼란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기업들도 중고령 인력 운영에 대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00인 대기업 255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기업의 중고령 인력 운영 실태조사’ 결과 60세 이상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29.4% 였다. 특히 이들 기업 중 10.2%만이 정규직으로 중고령 인력을 고용하고 있었다.

응답 기업들의 기업의 74.9%는 중고령 인력 관리에 있어 애로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 기업의 37.6%가 ‘높은 인건비 부담’을 꼽았고, ‘업무성과 및 효율성 저하’(23.5%), ‘신규채용 규모 축소’(22.4%), ‘퇴직지연에 따른 인사적체’(16.5%)가 뒤를 이었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최근 연금개혁 시 연금수령 연령에 맞춰 60세 이상 고용 또는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당장의 고용 연장은 양질의 일자리를 두고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며 “정년 연장을 위한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의 개편과 근로조건의 유연성을 높이는 제도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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