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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사설] 윤 대통령, 채 상병 특검법 거부 말고 공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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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수사단장이 17일 오전 4차 공판이 열리는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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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1일 국무회의에서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방해 의혹 특검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한다.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경찰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옳다”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더니, 한 치 물러섬 없이 밀어붙이려는 태도다.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 2일 국회 통과 직전 여론조사(전국지표) 찬성률이 67%에 이르렀고, 윤 대통령 기자회견 직후 발표된 조사(한국갤럽)에선 ‘공수처 수사 중이더라도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57%나 됐다. 공수처 수사를 핑계 삼지 말고 신속히 특검에 수사를 맡겨야 한다는 게 변함없는 다수 민심인 셈이다. 윤 대통령은 더 이상 민의를 거스르지 말고 특검법을 지체 없이 공포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이미 부인 김건희 여사가 관련된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쓴 바 있다. 그때도 가족 범죄 의혹 수사를 막기 위해 국민이 위임한 대통령의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했다는 비판이 거셌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김 여사 명품 백 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일선 지휘부를 일거에 교체했다. 노골적인 수사 방해이자 ‘부인 방탄’을 위해 대통령 인사권마저 사유화한 것이다. 이제 윤 대통령 자신의 수사 불법 개입 의혹을 다루게 될 채 상병 특검법에마저 거부권을 쓴다면, 국민적 불신은 임계점을 넘어설 것이다. 자신과 가족의 사익을 위해 공적 특권을 휘두르는 대통령이라면, 국가지도자의 자격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경찰과 공수처 수사를 앞세우는 거부권 논리도 궁색하다. 현재 경찰은 대통령실과 국방부 외압을 받고 애초 해병대 수사단이 이첩했던 조사 결과를 무리하게 반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 자신 수사 대상이다. 공수처도 일부 성과를 내고 있지만, 대통령실이 관여된 권력형 게이트 의혹을 신속히 수사하기엔 역부족을 드러내고 있다. 또 공수처가 수사를 해도 기소권은 검찰이 갖고 있다. 검찰이 받는 불신을 고려하면, 특검에 맡겨야 국민이 결과를 납득할 수 있다.



최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항명죄를 다투는 군사재판에선 군검찰이 ‘대통령실 외압은 공수처가 수사하고 있다’며 대통령실 관계자 통화 내역 등은 군사재판 쟁점이 아니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냈다. 공수처 수사를 빌미로 외압 실체 규명을 회피하려는 몸부림이다. 이 모든 전방위적 외압·축소 의혹까지 낱낱이 밝혀내기 위해서라도 특검 도입은 더 늦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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