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인도주의 위기…즉각적 정전 위해 노력"
"흑인 역사가 미국의 역사"…등 돌린 청년·흑인 표심 구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가자 전쟁에 대한 미국의 청년 및 유색인종들의 반대 시위가 가열하는 가운데 유서 깊은 흑인 대학 졸업식을 찾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위치한 모어하우스대를 찾아 명예 학위를 수여하고 졸업식에서 축사했다.
모어하우스대는 미국 흑인 인권 운동의 대부인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모교로 대표적인 명문 흑인 대학 중 하나다.
미국 전역에서 정부의 중동 정책에 대한 대학생들의 시위가 빗발치는 가운데 비판의 한복판에 들어선 바이든 대통령은 비폭력 시위에 대한 지지를 거듭 확인하며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즉각 휴전에 힘을 실었다.
전통적 지지 기반이지만 최근 확연한 지지율 하락 조짐을 보이는 흑인 표심을 구애하는 데에도 공을 들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평화적인 비폭력 시위를 지지한다"며 "여러분의 목소리는 전해져야 하며 나는 그러한 목소리를 듣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은 가슴 아프다. 그 가운데 무고한 팔레스타인 시민들이 죽고 고통받고 있으며, 이는 인도주의의 위기"라며 "이 때문에 내가 즉각적인 정전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즉각적 정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가자 재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2국가 해법'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아내와 어린 딸을 교통사고로 떠나보내고 장남 보마저 뇌암으로 앞서 보낸 가슴 아픈 가족사를 언급하며 청중들의 감성에 파고들었다.
그는 "운명이 우리를 이끌지 아무도 모른다"며 "나는 이를 통해 낙관주의는 쉽지 않지만 믿음으로 구원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은 조지 플로이드가 살해당한 해에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며 "흑인 청년이 길거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무엇이 민주주의인지 의문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무엇이 민주주의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죽어가는 아들이 나에게 포기하지 않을 것을 약속해달라고 했고, 우리 집안은 약속을 지키는 전통이 있다"며 "나는 여러분에게 약속한다. 여러분에게 민주주의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흑인 가족과 공동체에 역대 어느 정부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납 수도관을 교체하고, 초고속 인터넷망을 깔고 있다"면서 흑인대학 지원 확대, 학자금 대출 탕감 등 정책 성과도 내세웠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조지아주에서는 투표를 위해 줄을 선 사람들에게 물을 주는 행위도 금지된다"며 "이는 여러분의 투표권에 대한 공격"이라며 공화당의 선거법 개정 시도를 규탄했다.
또 "그들은 이민자들이 우리의 피를 오염시키고 있다며 과거 파시스트와 같은 발언을 한다"며 "그러나 우리의 피는 모두 같은 색이다. 미국에서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흑인의 역사와 말로 미국의 역사"라며 "나는 미국 대법원에 자랑스럽게 최초의 흑인 여성을 임명했고, 최초의 흑인 대통령 밑에서 부통령을 지냈으며, 최초의 유색 여성이 현재 나의 부통령"이라고도 했다.
CNN 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전반적으로 차분한 교정에 도착했지만, 몇몇 학생들은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고 졸업식에 참석하는가 하면 일부는 항의의 표시로 바이든 대통령 연설 내내 등을 돌린 채 앉아 있었다고 보도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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