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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서울대 전공의 "정부 석달 소통 없어 갈등…환자와 더 소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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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우병준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왼쪽)와 박재일 공동대표가 16일 서울 중구 서소문 네오스테이션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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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은 환자를 보는 것입니다. 많은 전공의들이 환자 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우병준 서울대병원 전공의 공동대표(신경외과 4년 차)는 지난 16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정부가 (의료계에) 진정성 있는 자세를 빨리 보여주면 의료계도 발맞춰 건설적인 논의를 시작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병원을 떠난 지 19일로 석 달째를 맞았다. 그간 이들의 대응 전략은 침묵을 유지하는 ‘탕핑(躺平·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있음) 모드’로 요약된다. 그러나 석 달이 지난 지금, 이들은 “정부와 소통하고 싶다”며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들은 “국민 입장을 헤아렸어야 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대병원 전공의는 738명으로, ‘빅5’ 병원 중 숫자가 가장 많다. 다음은 우 공동대표, 박재일 공동대표(내과 3년 차)와 일문일답.



“석 달 돌아보니 국민 생각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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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준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대위 공동대표가 16일 서울 중구 서소문 네오스테이션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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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전공의 사태’가 3개월이 됐다. 어찌 지냈나.

A : 우: 마음 편한 날은 사실 없었다. 전공의 때 시간적 여유가 없어 막연하게 생각하던 의료 현장의 문제를 공부하고, 어떻게 해결할지 동료들과 고민하던 시간이었다.

Q : 고민의 결과가 있나.

A : 박: 의료 현장은 병원 안에서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모르는 문제가 적지 않다. 전공의는 수련생·노동자이기도 하지만 전문가라는 정체성이 있다. 젊은 의료 전문가로서 이제는 적극적으로 (의료 정책에 대해) 좀 더 제언하고자 한다.

Q : 의료정책을 정부가 의사와 상의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 박: 의료는 전 국민이 연관된 문제다. 치료 때 환자가 의사를 믿고 의지하듯 의료정책 또한 의사가 더 잘 판단할 부분이 있다. 국민을 위해 전문가로서 강한 제언을 하겠다는 취지다.

Q : 지난 석 달간 정부도 의료계도 반성할 게 없을까.

A : 우: 국민 입장을 헤아리면서 나아가야 했다. 사태가 악화하면서 날 선 발언이 나오기도 했지만 (국민을 위한다는) 궁극적인 지향점은 같지 않나.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다면 충분한 소통을 해야 하지 않을까.

우 대표는 “사태 시작은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강행”이라면서도 “정부든 의료계든 전향적인 자세로 논의해야 한다. 정부와 충실하게 논의하는 방향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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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대위 공동대표가 16일 서울 중구 서소문 네오스테이션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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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정부 손을 들어준 서울고법의 결정을 어떻게 보나.

A : 박: 의대 증원의 객관적인 근거 제출을 요구해 국민 알 권리를 생각한 판사님께 감사하다. 의료계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불투명성 등을 우려하는 것인데, 재판 과정에서 의대 증원의 근거가 없음이 더욱 명확해졌다.

Q : 의대 증원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는 것인가.

A : 우: 정책이 만들어질 때는 문제 인식부터 해결책 도출까지 모든 부분이 투명해야 한다. 재판 과정에서 정부는 말을 여러 번 바꿨고, (정원 배정을 담당한) 의대 정원 배정위원회 회의록 등 상당수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국민을 위해 하는 일이라면 국민이 알아야 하지 않나.

Q : 의정 갈등 장기화의 원인이 정부라는 뜻인가.

A : 박: 정부는 (‘원점 재검토’라는) 의료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만 한다. 소통 측면에서 나아지는 게 없으니 장기화로 이어졌다.

Q : 그렇다고 사직이 최선이었나.

A : 우: 사직을 이용하는 게 아니다. 전공의가 기피 과를 지원하지 않는 건 개인 결정이지만 들여다보면 체계에 문제점이 있지 않나. 그런 이치다. 전공의들은 긍지와 자부심이 깨져 남은 수련 기간을 포기한 것이다.

Q : 이 사태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구였을까.

A : 우: 당연히 국민이다. 모든 국민은 현재 환자거나 이전에 환자였거나 미래에 필연적으로 환자가 된다. 의사도 사태 해결을 위해 심포지엄 개최 등 다양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정부에게 있다.

Q : 지난 4월 30일 서울대 의대·병원 긴급 심포지엄에서 ‘전공의가 전 국민의 공공의 적이 됐다’며 눈물을 흘렸다.

A : 박: 지난 석 달간 정부는 의사를 문제 해결을 위한 동료로 보는 게 아니라 정책 추진을 막는 장애물로 규정했다. 코로나19 등 국가 보건 위기 때마다 자긍심으로 일해왔던 의료인에게 상처가 됐다. 하지만 정부와 의료계는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해오지 않았나. 의사를 적으로 보지 말고 대화 주체로 봐달라.

박 대표는 “전공의들이 긍지를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최소한의 존중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책을 만드는데 독단으로 처리하지 말고, 전문가 집단과의 치열한 토론을 피하지 말아달라”며 “힘든 순간일수록 (정부와 의료계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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