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3 (월)

개린이집 한달 200만원, 개모차 150만원…아낌없이 씁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가족처럼 동물 키우는 펫팸족
고급 용품·서비스 큰손 떠올라

유명 수의사 행동 클리닉
1회 55만원에도 예약 어려워
동물용 맥주·다이어트껌 등
각종 기호식품 판매도 불티

대학 49곳 반려동물 학과 신설


매일경제

‘개모차’에 타고 있는 강아지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매경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위해 돌봄과 놀이, 교육은 물론 스파까지 제공합니다.“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개린이집(반려견을 위한 어린이집)’ A사가 내건 홍보문구다. 이 업체는 반려견 픽업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지능개발·피트니스 등 분야별 전문가를 앞세운 다양한 반려동물용 액티비티를 제공하고 있었다. 서비스 가격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다. A사는 월 20회 기준 최소 120만원으로 서비스 가격을 책정했다. 반려견 체중이 더 나갈수록 할증이 붙어 최대 200만원까지 비용이 올라간다.

이곳에 반려견을 보내고 있다는 A씨는 “자격증을 갖춘 전문가 선생님들이 있어 안심하고 맡길 수 있었다”며 “야외 산책을 나간 사진도 보내주기 때문에 내가 다른 곳에 있을 때도 반려견이 외롭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펫팸족(펫과 패밀리의 합성어)’이 아낌없이 지갑을 열면서 소비시장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의 반려동물 인구는 최대 15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KB금융그룹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2022년 말 기준 552만 가구에 이른다. 4가구 중 1가구 이상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에 한번에 수백만원씩 지출하고, 반려동물을 키우기 좋은 환경을 갖춘 주거지가 각광받기도 한다.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는 정미성 씨(가명)는 “수영장, 병원 연계 재활 치료, 다이어트 프로그램 등이 제공되는 좋은 개린이집 근처로 이사를 가는 지인도 있다”고 전했다.

유명 수의사가 운영하는 반려견 행동 클리닉의 경우 초진 비용만 55만원에 달한다. 그마저도 예약이 다 차 3주정도 대기해야 할 정도다.

반려동물 장례업체도 성업중이다. 한 업체는 떠난 반려동물을 기억하기 위한 ‘메모리얼 스톤 패키지’라는 이름으로 반려견의 유골로 조약돌과 유사한 형태의 기념품을 제작해주고 있는데 장례비용을 포함해 비용이 150만원에 달한다. 반려동물 장례를 위한 선택사항도 염습, 수의, 관, 수목함, 납골당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관련 시장에서는 고가품이 넘쳐난다. 반려동물용 유모차인 ‘개모차’는 유아용 판매량을 넘어설 정도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강아지 유모차의 경우 수백만원에 이르는 최고급 제품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용품 시장은 2022년 20억4100만달러에서 오는 2026년 27억8700만달러(약 3조8000억원)로 4년새 3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류와 신발, 모자, 선글라스 등 고가 반려동물용 패션 아이템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강아지 전용 의류 판매 사업을 준비 중인 박소은 씨는 ”반려견들은 이제 분명한 가족 구성원이 됐다“며 ”반려견에게도 예쁘고 좋은 소재의 옷을 입히고 싶은 견주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해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의 취향을 배려한 다양한 기호식품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반려동물 업계에 따르면 강아지가 먹을 수 있는 맥주, 와인 등 애견용 주류는 물론 다이어트 기능껌 등도 날개 돋친 듯 판매되고 있다. 예컨대 애견 전용 맥주는 사람이 먹는 맥주와 비슷한 맛을 내면서 알코올과 탄산은 빼고 반려견들의 건강을 고려해 치킨, 맥아, 비타민 등을 넣어 만든다.

서병부 대구대학교 반려동물산업학과 학과장은 “중국이 한자녀 정책을 펴면서 자녀 한명에게 모든 투자를 아낌없이 하듯 국내에서도 저출생 기조가 심화되면서 반려동물에 욕구를 투영하게 된 것”이라며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에게 더 좋은 것을 입히고 먹이고 싶어하는 이들이 늘면서 펫셔리(펫과 럭셔리 합성어) 시장의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관련 전공과정을 개설한 대학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24학년도 입시에서 반려동물 관련 학과 신입생을 모집한 대학은 4년제 13개교와 전문대 36개교를 합쳐 전국 49개교에 달한다. 2020년 반려동물 관련 학과를 보유한 4년제 대학은 원광대가 유일했지만 5년도 되지 않아 숫자가 대폭 늘어난 것이다.

동명대 반려동물학과는 6.5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애견미용·행동교정학과 역시 8대1에 이르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은 올해 3월 ‘연세 펫 비즈니스 리더스 과정’을 개설했다. 올해로 4기째를 맞는 해당 과정에서는 펫 시장 관련 의료, 법률, 마케팅 등을 가르친다. 박용석 연세대 상남경영원장은 “반려동물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고 신사업 종목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