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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알리‧테무 막기 어렵네"…KC인증 규제 철회한 정부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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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제품 KC 인증 강제 발표 사흘만…소비자 반발에 "없던 일로" [격변의 이커머스]

업계 "정부 취지는 이해하지만 소통과 방법에 문제"

[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정부가 해외 직구로부터 소비자와 국내 이커머스 업계, 중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의 대책을 내놨지만 사흘 만에 철회하며 혼란을 자초했다. 당초 발표 때 업계는 역차별 해소를 기대하며 반겼는데, 소비자의 강한 반발이 이어지자 정부가 전격적으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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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중구 인천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관세 주무관들이 직구 물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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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6일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어린이 제품, 전기·생활용품, 생활화학제품 등 80개 품목에 대해 KC 인증(국내 안전 인증)이 없는 경우 해외직구를 금지한다는 게 골자였다. 현재는 관세법상 해외 직구 제품은 안전 인증 등 별도 절차 없이 반입이 가능하다. 정부는 법률 개정 전까지는 관세청과 소관부처 준비를 거쳐 내달 중 위해제품 반입 차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해외직구라고 표현했지만 업계는 국내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동안 역차별로 피해를 본다고 주장해 온 일부 업계는 이 소식에 반겼다. 국내 생산자나 판매자들은 엄격한 KC 인증을 거쳐야 하는 것과 달리 직구로 들어오는 제품에는 한국 세제와 인증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무조정실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안전성 조사 결과에서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반입을 제한해 나갈 계획"이라며 "80개 품목에 대해 사전적으로 해외 직구를 차단·금지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KC 인증이 유일한 방법이 아니므로 앞으로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했다.

◇KC 인증부터 손봐야 한다는 지적...소비자 "싸게 산다는데 막나"

이는 정부의 발표와 동시에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국민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온 것에 대한 조치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자상거래를 통해 국내로 들어온 통관 물량은 약 4133만건 수준이다. 하루 약 46만건에 달하는 물량을 일일이 검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해외직구가 금지된 의약품조차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해외 판매자에게 KC 인증을 강제할 방법도 없다. KC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제품 종류에 따라 최소 수십만원에서 최대 수백만원이 드는데 해외 판매자가 한국 시장 판매를 위해서 KC 인증을 받겠냐는 것이다. 직구 사업을 하는 국내 소규모 사업자도 영향을 받게 된다.

국내 한 소규모 사업자는 "다른 국가 인증에 비해 KC 인증 비용은 상당히 비싼 데다 대형 수입업자들은 해외 브랜드에서 KC인증 비용을 부담해주는 경우가 많지만 개인사업자들은 해당이 없어 정부의 정책이 시행된다면 국내에 들어온 동일 제품을 수입할 때 재차 인증을 받아야 해 소규모 사업자들은 사업하지 말라는 거냐"라며 "뿐만 아니라 더 안전하게 여겨지는 유럽(CE), 미국(FCC) 관련 인증은 인정하지 않고, 가습기 살균제나 슬라임, 라돈 매트리스 등을 볼 때 KC 인증에 대한 안정성과 신뢰성도 부족한데 KC 인증 자체를 먼저 손봐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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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해외직구 대책 관련 추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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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강한 반발도 이어졌다. 정부는 위해한 상품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음에도 소비자들은 정부가 발표한 정책이 불합리하다고 느낀 것이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앞으로는 동일한 제품을 국내에서 몇 배나 비싸게 주고 사야 하느냐" 같은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실제로 직구 상품과 동일한 제품이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는 몇 배나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걸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직구 시장은 2023년 연 거래액이 6조7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직구를 이용하는 국내 소비자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소비자의 안전을 생각하는 취지는 좋았지만 방법이나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직구 제품에 대한 안전성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인천본부세관은 지난달 7일 알리와 테무에서 판매하는 장신구 성분을 분석한 결과 404개 제품 중 96개(24%)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도 같은 달 8일 알리 판매율 상위에 오른 어린이용품과 생활용품 31개를 조사한 결과 8개 제품에서 허용 기준치를 크게 넘는 유해 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국내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하는 좋은 취지이긴 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물가로 살기 팍팍한 상황에서 초저가에 열광하고 있는데 정부는 물가 안정 관련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마치 저렴한 상품이면 모두 통제하겠다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 것이 가장 큰 문제 같다"며 "결국 정부의 규제보다는 알리나 테무 같은 직구 플랫폼들이 문제 되는 상품을 근절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에 더 주목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 안전을 위한 대책은 분명 필요한데 국내 판매자들이 왜 가격을 2~3배 올릴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국내, 해외 차별 격차를 줄이면서 소비자 안전도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며 "KC인증을 철저하게 받게 하되 인증에 드는 비용을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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