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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태권도 관장에게 맞았다” 아동학대 의혹, CCTV 속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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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18일 "지인의 아들이 태권도 관장에 맞았다"는 주장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보배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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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의 한 태권도장에서 어린아이가 관장에게 맞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지난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세종시 어린이 폭행하는 미친 태권도 관장XX’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친한 형님의 아들인데, 아무리 아이가 잘못했다 한들 이 정도 폭행은 납득이 안 간다”며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의 뺨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이마에는 커다란 혹이 나 있었다.

A씨는 “첫째와 둘째가 태권도장에서 집에 오는 길에 서로 감정이 상해서 첫째는 학원 차를 타고 귀가하고, 둘째는 차를 안 타고 버텼다고 한다”며 “관장이 훈육하는 과정에서 화가 나 (둘째를) 체벌했다고 한다”고 적었다. 이어 “뺨을 두 대 맞았고, 이마에 난 혹은 맞고 넘어지면서 어딘가에 부딪혀 난 상처라고 한다”며 “아이는 ‘관장이 때렸다’고 얘기했다고 한다”고 했다.

A씨는 “상황 파악을 위해 사범과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하자 (관장은) 말도 안 되는 변명만 늘어놨다고 한다”며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 얼굴에 티가 안 나서 모른 채 넘어가려고 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받는 과정에서 (관장이) 다 털어놓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고 한다”며 “들으면서 너무 화가 나고 눈물이 나려는 걸 겨우 참았다”고 했다.

이 글을 본 네티즌들은 “아이가 잘못하면 저렇게 패도 되는거냐” “경찰에 신고부터 먼저 하라”며 아동학대를 의심했다.

이 글은 12만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1400회에 가까운 추천을 받았다.

조선일보

태권도 관장이 19일 공개한 CCTV 화면. 관장은 "형제가 치고받았다"고 주장했다. /보배드림


그러자 다음날인 19일 태권도 관장 B씨가 글을 올렸다. B씨는 “어제저녁, 학부모들의 전화에 글이 올라갔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고민 끝에 17일 사건 시작 영상을 올린다”고 했다.

B씨가 공개한 CCTV 화면에는 흰색 상의를 입은 비슷한 체구의 두 사람이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담겼다. 한 명이 얼굴 쪽을 때리자, 다른 한 명은 몸을 붙잡았다. 두 명이 부둥켜안고 힘 싸움을 벌이다 주먹을 날리고, 한 명이 바닥에 쓰러지는 등의 모습도 포착됐다.

B씨는 “영상의 두 아이는 형제”라며 “아이들이 치고받는 장소는 차량 탑승을 위해 잠시 대기한 공간이었다”고 했다. 이어 “싸움이 시작되고 태권도 사범이 와서 제지한 시간까지 5분도 채 안 되는 시간”이라며 “바로 제지했고, 그 후 의자와 집기류를 발로 차는 아이를 30분 정도 사범님이 데리고 있었다”고 했다.

B씨는 “저는 아이를 때리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제가 사각지대만 이용해 아이를 때린 것처럼 만들어진 내용이 사실인 양 일파만파 뻗어나가 지역 맘카페까지 올려져 제 신상과 학원명까지 노출되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때린 적 없다고 말했음에도 제가 경찰에 자백하고 죄송하다고 한 것처럼 했다”며 “경찰서에서 다 이야기하겠다. 백번의 글보다 법적으로 규명하겠다”고 했다.

B씨는 또 처음 글을 올린 A씨를 향해서도 “실명을 알 수 없어 진정서를 제출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올린 영상은 아이들의 행동을 문제 삼고자 올린 게 아니니 부모나 아이에 대한 모욕은 제발 삼가달라”며 “불안해할 관원들과 부모님들, 제 가정의 아내와 아이들만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수련하겠다”고 했다.

관장 B씨의 글이 올라온 후 5시간쯤 뒤, A씨는 사과 글을 올렸다. A씨는 “저로 인해 마음에 상처받으셨을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아이들과 부모님, 태권도 관장에 대한 욕은 이 사태를 야기한 저한테 해주시고 저도 스스로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네티즌들은 “만약 CCTV 없었다면 마녀사냥으로 한 가정이 나락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이 있다” “관장에게 용서를 구해야지 왜 여기다가 용서를 구하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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