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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유럽 전력 업체, 잇따라 재생에너지 축소...'수지 안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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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유럽 에너지 기업들,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 하향 고금리 시대에 재생에너지 투자 비용 너무 부담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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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23일 촬영한 '하이윈드 탐펜'. 해당 시설은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 기업 에퀴노르가 북해에 조성한 세계 최대의 부유식 해상 풍력 단지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친환경 재생에너지 개발에 앞장섰던 유럽에서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 목표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고금리 환경에 처한 전력 기업들이 감당하기에는 생산 비용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재시간) 관계자들을 인용해 유럽의 전력 기업들이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 목표를 하향했다고 전했다.

유럽 최대 재생에너지 업체인 노르웨이 스탯크래프트는 이달 발표에서 연간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목표치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덴마크 해상풍력 업체 외르스테드는 최근 비용 상승 때문에 미국에서 2건의 대형 개발 사업을 포기하고,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 역시 기존보다 10기가와트(GW)이상 낮췄다.

남유럽에서도 재생에너지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 포르투갈 에너지기업 EDP는 고금리와 전력 가격 하락으로 투자 계획을 대폭 줄였다. 지난달 스페인 에너지 업체 이베르드롤라는 재생에너지에 보다 “선택적”으로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2030년까지 80GW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한다는 목표를 버리겠다며 전력망 증설에 집중한다고 예고했다.

앞서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 에넬은 지난해 11월 발표에서 오는 2025년까지의 재생에너지 투자 금액을 170억유로(약 25조원)에서 121억유로(약 18조원)로 줄인다고 밝혔다.

스탯크래프트의 비르기테 링스타드 바르달 최고경영자(CEO)는 FT를 통해 “재생에너지 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속도는 느리다”라고 말했다.

영국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맥켄지의 노만 발렌타인 재생에너지 대표는 “재생에너지 성장과 관련해 거대한 현실 자각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비용 부분이 크게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FT는 미국과 유럽을 강타한 금리 인상으로 신규 사업에 드는 비용이 오르는 동시에 원자재 가격도 올랐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 가격이 내려가는 현상이 관측됐다. 신규 투자와 관련해 당국의 느린 허가도 악재로 작용했다. 캐나다 은행인 RBC캐피탈마켓의 랄프 이벤달 에너지 전환 부문 대표는 “금리가 5% 수준인 상황에서 수익률이 7~9%를 밑도는 사업은 매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기업들이 수익률 높은 다른 사업에 투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베르드롤라는 계획된 410억유로(약 60조원)의 신규 투자 가운데 약 60%를 전력망 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이러한 경향은 결과적으로 유럽의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줄이고, 2030년까지 전체 에너지 소비량 가운데 42.5~45%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계획이다. EU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2022년 기준 23%에 그쳤다. 지난해 12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회원국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최소 110개 국가들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3배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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