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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직구 ‘국내업체 역차별’ ‘안전인증’ 후속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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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 쌓여 있는 직구 물품들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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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케이시(KC)인증(국내 안전 인증)을 받지 않은 해외 직구 제품에 대한 국내 반입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방침을 사흘 만에 철회하고 대통령실까지 나서 사과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과 불만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반입을 금지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할 뿐, 안전성 담보를 위한 실효성 있는 후속 대책을 정부가 내놓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20일 업계와 소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전날 국무조정실이 여론의 반발에 부닥쳐 ‘케이시 미인증 80개 품목의 해외 직구 정책 백지화’를 선언했지만 후폭풍은 여전하다. 앞서 지난 19일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브리핑을 통해 “80개 품목에 대한 안전성 조사 결과에서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반입을 제한해 나가겠다”면서도 안전성 조사의 기준과 방법 등에 대해서는 제시하지 않았다. 당장 정부가 무차별적으로 유입되는 해외 직구 제품을 걸러낼 수 있냐는 회의론이 나오는 까닭이다.



5살·7살 두 아이를 키우는 정아무개(37)씨는 “어린이 완구류 한 품목만 해도 수백·수천 가지 제품이 있을 수 있는데, 이를 어떤 순으로 조사하겠다는 것인지, 무작위 샘플링 조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개인이 낱개로 직구하는 상품을 일일이 검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주부 송아무개(35)씨 역시 “소비자 선택권도 중요하지만 안전성도 중요한데, 정부가 설익은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에 밀려 정작 원래 목적인 안전성 확보에 대한 대책은 내놓은 게 없다”며 “넥스트 스텝이 뭔지 구체적 복안이 전혀 없지 않냐”고 꼬집었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1~3월) 전자상거래를 통해 국내로 들어온 통관 물량은 약 4133만건이다. 하루 46만건에 이르는 물량을 하나씩 검수하는 것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정부가 “(케이시 인증 외에) 다른 대안이 있는지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케이시 인증’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케이시 인증이 안전성을 100%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냐는 것이다. 맘카페 등에서는 “과거 라돈 매트리스, 가습기 살균제, 슬라임 등은 케이시 인증을 받았음에도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다”는 취지의 글이 쏟아졌다. 지난해부터 비영리 기관에서 영리 기관으로 확대된 케이시 인증에 대한 보완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업계에서는 자칫 이번 논란으로 인한 정책 표류가 값싼 중국 제품에 대한 제재를 더디게 해 국내 중소기업과 셀러에 대한 ‘역차별’을 더 강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 반발로 정부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규제책이 유야무야될 경우, 국내 기업과 셀러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국내 유통을 위해 ‘케이시 인증’이 필수인 국내 중소기업과 셀러들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것은 물론 혹시 모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안전성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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