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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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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다툼, 민심 이반 가능성"…이란 대통령 사망에 세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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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이란 당국이 전날 헬기 추락 사고로 실종됐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 소식을 공식 발표하자 국제 사회가 중동 정세에 미칠 파장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장기화 등으로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중동 정세가 또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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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반이스라엘 집회.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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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와 이란 국영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라이시 대통령은 이란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주(州)에서 열린 댐 준공식에 참석한 후 헬기를 타고 이동하던 중 디즈마르 산악지대에서 사고를 당했다. 해당 헬기에는 라이시 대통령,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외무장관, 말리크 라흐마티 동아제르바이잔 주지사 등을 비롯해 총 9명이 타고 있었으며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구체적인 사고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악천후가 원인이라는 데 무게가 쏠리고 있다. 이란 내각은 20일 오전 성명을 내고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을 공식 확인하면서 "국정은 차질 없이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동 맹주 이란 내부, 후계·권력 다툼 가능성



이란 내부적으론 후계자를 둘러싼 권력 다툼의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란 헌법(제131조)은 대통령의 유고 시 제1 부통령(총 12명)이 대통령직을 승계하고, 50일 이내에 대선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하마드 모흐베르 제1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임시 수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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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실권을 쥐고 있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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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는 올해 85세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유력한 승계자로 강력하게 거론되던 두 명 중 한 명인 라이시 대통령의 죽음으로 이란 정계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하메네이의 차남인 고위 성직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와 최고지도자 후임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었는데,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이란 정계가 요동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라이시는 대중적으로 인기가 없었지만, 모즈타바가 최고지도자가 될 경우 권력 세습이 이란 혁명(1979년)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부정적으로 보는 성직자들의 반대에 부닥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반발을 억누르기 위해 모즈타바가 이란 혁명수비대(IRGC)에 의존할 경우 "성직자와 군부의 '혼합 정권'이 '군사 정권'으로 변할 수 있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2인자' 라이시 대통령의 죽음으로 이란 내부의 정치적 혼란이 심해진다면 2022년 '히잡 시위'에 대한 유혈 진압, 사상 최악의 경제난으로 인한 민심 이반이 한층 심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이란 국장은 뉴욕타임스(NYT)에 “내부적으로 심각한 정통성 위기에 처해있고 역내에서 이스라엘 및 미국과 맞서고 있는 이란에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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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회의에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말을 듣고 있는 군 고위 관계자들의 모습. 이란에서는 최고지도자가 가장 강력한 실권을 쥐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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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외신들은 8개월째 접어든 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역내 긴장이 높아진 상태에서 라이시의 죽음이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등 친(親)이란 세력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특히 지난달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포격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과 이스라엘의 재보복이 이뤄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대(對)이스라엘 강경론자인 라이시 대통령이 사고를 당했다는 점에서다.

AP통신은 "이스라엘이 연루되었다는 증거는 없지만, (라이시의 죽음은) 친이란 세력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다"고 전했다. 헤즈볼라 등 '저항의 축'은 이를 명분 삼아 도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사고 직후 하마스는 성명을 내고 "이 고통스러운 사건에서 우리는 이란과 그 지도부, 정부 및 국민과 완전한 연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반면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이 이란의 대외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대통령인 라이시는 명목상 권력자일 뿐, 이란의 실권은 '1인자'인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쥐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핵 프로그램 개발, 가자지구 전쟁 관여 등 핵심적인 정책에 대한 최종 결정은 하메네이가 내리기 때문에 외교 정책상의 직접적인 변화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뜨거운 지정학적 이슈와 관련한 이란의 입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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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상황을 주시하는 건 미국이다. 사고 직후 백악관은 조지아주(州)에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고, 국무부는 "주의 깊게 보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이스라엘이 바이든 대통령의 반대에도 가자지구 라파 지상전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이번 사고가 중동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추락 원인과 추후 며칠간 전개되는 상황 등에 따라 양국이 동시다발적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러시아와 이웃 중동 국가들은 사고 직후 신속한 지원과 연대 표명에 나섰다. 라이시 대통령이 탑승한 헬기의 사고 소속이 전해지자마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구조 요원 50명가량을 이란에 급파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신속 대응 위치 서비스'를 가동해 이란 정부를 지원했다. 이란과 중동 맹주 자리를 두고 다투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도 지원과 연대의 뜻을 밝혔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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