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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고용 대책 없는 석탄발전소 폐쇄가 ‘정의로운 전환’인가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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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16일 부산 남구 문현동 한국남부발전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부산에너지정의행동 등 48개 시민단체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비정규직 발전노동자 고용보장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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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 비정규직과 정의로운 전환 ①



한재각 |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



기후재난 뉴스 보기가 겁이 난다. 전 세계 곳곳에서 기상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열대 에콰도르에 가뭄이 들고, 건조한 파키스탄에 홍수가 나고 있다. 매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절망과 함께 결의를 반복한다. 여전히 화석연료 금지는 결의되지 않았지만 그 흐름은 되돌릴 수 없다. 더이상 우물쭈물할 수 없다. 행성적 재앙을 피하려면 과감한 탈탄소 전환이 필요하다. 최근 주요 7개국(G7)은 2035년 탈석탄을 결의했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탄소중립’을 천명했다. 현 윤석열 정부도 부정하지 않는다. 핵에 중독되고 기업 눈치 보느라 전환 속도를 늦추고 있지만, 노후 석탄발전소 폐쇄만큼은 예정대로 진행 중이다. 이미 충남 서천·보령, 강원 영동, 경남 삼천포의 석탄발전소들이 폐쇄되기 시작했다. 때마침 인근에 신규 석탄발전소들이 가동을 시작하면서, 폐쇄 발전소의 노동자들을 흡수할 수 있어서 큰 충격을 피할 수 있었다. 그래도 전원 재배치된 정규직과 다르게 ‘발전 비정규직’ 일부는 일자리를 잃었다. 정부 자료에 따르더라도 39명은 계약 만료로 감축했고, 22명은 정년 퇴직시켰다. 고용 불안에 동료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고, 심지어 극단적 선택을 한 이도 나왔다. 이들에게 ‘정의로운 전환’은 빈말이었다. 노동 시장에서 취약한 이들의 운명을 미리 보여준 것일까.



탈탄소 전환에서 석탄발전소 폐쇄는 핵심적 과제다. 최신 정부 계획을 보면, 2026년부터 2036년까지 28기의 석탄발전소를 폐쇄한다. 새로 건설할 신규 석탄발전소도 없어, 발전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정규직의 일자리도 장담하기 힘들다. 대신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를 건설하더라도 노동자의 절반 정도가 유휴 인력이 된다는 분석도 제시하고 있다. 그 수가 대략 5천명이지만, 시간이 흘러 폐쇄되는 발전소가 늘수록 유휴 인력은 증가할 것이다. 이런 고용 충격은 발전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의 다배출 산업에 예고되어 있다.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였던 ‘정의로운 전환’ 정책은 윤 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윤 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새로 구성한 탄소중립위원회 안에 ‘공정 전환 기후적응분과’를 설치한 것과 지난해 발표한 국가계획에 정의로운 전환 항목을 다시 담은 것뿐이다. 하지만 분과 이름도 비틀어 ‘공정 전환’이라 붙였을 뿐만 아니라 위원회를 통틀어도 노동자 대표가 없다. 새로운 탄소중립계획에 담긴 ‘정의로운 전환’ 정책도 이전 정부와 별반 차이가 없다. 정부가 고용영향을 평가하고 직업훈련을 지원할 테지만, 일자리는 노동자가 알아서 찾아야 한다. 특별 지구를 지정하여 지원을 집중하겠다는 약속에 매달리는 지역들도 있지만, 아직 발표된 곳도 없다.



당장 내년 말, 충남 태안 1·2호기를 시작으로 보령, 당진 그리고 경남 삼천포와 하동의 석탄발전소가 줄지어 폐쇄된다. 노동자의 손에 잡히는 대책이 없다. 지난 3월30일, 태안 발전노동자들은 전국의 시민들과 함께 “석탄 발전은 멈춰도, 우리 삶은 멈출 수 없다”고 외치며 시내를 돌아 서부발전 본사까지 행진했다. 이어 하동, 부산, 강원 영월 등의 발전 비정규직들도 폐쇄에 따른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단체행동을 준비하고 있으며, 기후정의 운동진영이 전국적 연대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와 발전 공기업들은 침묵할 뿐이다. 노동자들의 불안이 격렬한 집단행동으로 터져 나올 때까지 불씨를 키우겠다는 것인지, 의아하고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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