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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세상 읽기]네이버는 서두르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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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내고 네이버를 사용한다. ‘네이버 웍스’라는 프로그램을 사서 변호사 업무에 쓴다. 매우 도움이 된다. 업무용 문서 파일을 여러 변호사가 같이 보면서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다. 카톡과는 다르게 메시지와 메일을 한 창에서 보고 처리한다. 그래서 한 해 100만원이 넘는 사용료를 네이버에 지불한다.

일본의 사업장들도 돈을 내고 ‘라인 웍스’를 이용한다. 한국 네이버가 일본의 일본 야후와 같이 투자한 ‘라인 야후(LY)’가 제공하는 서비스다. 올 1월 기준, 46만개가 넘는 일본 기업이 도입하여 사용 중이다.

일본에서 회사 업무용 커뮤니케이션 시장의 잠재적 규모는 5조원이 넘는다(일본 주식회사 채토워크 자료). 이 분야 1위가 네이버의 라인 웍스이다. 라인 야후는 작년에 광고수익 5조원을 돌파했다. 영국의 비즈니스 앱 자료에 의하면 라인은 일본 외에도 인도네시아, 대만, 태국 등에서 1억7000만명이 넘는 적극 사용자층을 보유하고 있다. 단순히 가입한 회원 수를 기준으로 하면 10억명이 넘을 것이다.

네이버의 성공은 회사와 그 주주들에게만 의미 있는 일은 아니다. 제조업 수출 대기업 중심의 한국 성공 방정식이 무너지고 있는 위기에서 값진 성과다. 라인의 전 세계적 네트워크는 빅데이터 기반 혁신의 중요한 기초 자산이다. 그러므로 일본 정부가 라인 지분을 일본 야후에 넘기라고 네이버를 압박하는 사태는 네이버 주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국민경제에 중대한 사태다.

애초 라인 야후가 개인정보에 대한 불법 접근을 인지하고 자체 조사를 시작한 때가 작년 10월이었다. 그리고 올 2월에 개인 정보 유출 사고를 자발적으로 공표하고 예방대책을 발표했다. 올 3월5일에 일본 총무성의 행정 지도가 있었다. 4월1일에 총무성에 보고서를 제출하였지만 총무성은 4월16일에 행정지도를 또 내렸다. 일본 정부는 정기적인 보고를 라인 야후에 요구하고 있다. 7월1일에 보고를 할 예정이다.

문제의 핵심은 일본 정부가 네이버 지분 정리를 의미하는 ‘자본관계 재검토’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국내법으로도 불법이며 국제법 위반이다. 일본 헌법이 보장하는 경제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 그리고 국제통상법의 비례성 원칙 위반이다.

일본의 압박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국제법의 판례는 확고하다. 달성하려는 행정 목적과 행정 조치 사이에 비례성이 없으면 불법이다. 한·일투자협정상의 공정하고 공평하게 대우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라인 야후의 개인 정보 유출 사고와 지분을 일본 야후에 넘길 것을 네이버에 압박하는 것은 비례성이 없다. 공공질서유지 예외는 사회의 기본적인 이익이 진실로 그리고 충분히 중대하게 위협받는 경우에만 원용될 수 있다.

그러므로 첫째로, 네이버는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 아무리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가 악명 높다고 하더라도 일본 정부의 압박은 그 자체가 모순이며 한계가 분명하다. 일본의 행정절차법도 행정지도에 대해 명확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규정했다. 권한 범위를 넘은 행정 지도는 불법이다.

둘째, 윤석열 정부는 제 몸의 뼈대를 바꾸어 낀다는 각오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네이버가 진실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는 식으로 대응한 참모들을 당장 쫓아내야 한다. 그저 네이버와 그 주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경제의 문제다. 한국 국민경제의 새로운 활로가 걸린 중대한 문제다.

한국에 정부가 있다면 한·일투자협정에서 한국이 가지는 국제법적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협정에 따른 협의권한을 일본에 즉시 발동해야 한다.

정부가 강력히 나서야 한다. 네이버가 서두르지 않도록 평상의 보통 상황을 만들어 주어야 할 책임은 전적으로 한국 정부에 있다. 국민경제를 살리지 못하는 정부는 존재 의미가 없다. 제 권한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정부는 필요 없다.

경향신문

송기호 변호사


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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