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왜곡' 신문사 찾아가 보도 경위 물었더니
"이북에서 가져온 자료"라며 '북한군 개입설' 주장
전문가들 "레드 콤플렉스와 군 이상화 결합한 가짜뉴스"
지난 17일 JTBC 보도 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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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넘게 반복되는 거짓말이 있습니다. 5·18 민주화 운동을 북한군이 선동했다는, 이른바 '북한군 개입설' 입니다.
정부 조사와 학계 발표, 대법원 판결로 이미 가짜뉴스로 밝혀진 주장입니다. 그런데 이 거짓말은 지겹고 끈질기게 반복되고 있습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런 주장, 올해 1월 허식 당시 인천시의회 의장이란 인물 때문에 다시 불거졌습니다. 허 의장은 '5·18은 북한과 김대중 세력이 주도한 내란'이란 내용이 실린 신문을 돌렸습니다.
당시 만난 허 의장은 "내가 뭘 잘못했냐. 신문 내용은 신문사에 문의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 신문사, 찾아가 물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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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왜곡' 신문사 대표 "이북에서 자료 구하느라 4명 죽었다"
━스카이데일리라는 이름을 쓰는 이 신문사가
북한군 개입설을 보도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6월부터입니다.
지난해 6월부터 스카이데일리가 연재 중인 5·18 왜곡 보도 시리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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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진실 찾기'라는 기획 시리즈입니다.
올해 5월까지 기사 40여 건을 썼습니다.
이 신문사 조 모 대표는 당당했습니다. "기자니까 취재가 돼서 썼다"고 했습니다. 취재원도 확실하다고 했습니다. "전직 국정원 직원이 여러 자료를 제보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자신감엔 나름대로 근거가 있었습니다. "남파 북한군 명단이 있다"며 책자를 펴 보였습니다. 책자엔 1980년 6월 19일에 동시에 사망했다는 북한군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들이 남한 광주에 잠입했다가 전사했고 모두 이 날짜에 사망 처리가 됐다는 겁니다.
스카이데일리 조 모 대표는 5·18 당시 사망한 북한군 명단이란 자료를 보여줬습니다. 조 대표는 자료 출처에 대해 "북한에서 직접 가져온 자료"라면서 "취재원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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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 어디서 어떻게 구한 걸까.
조 대표는 목소리를 낮추더니 은밀한 얘기를 했습니다.
"제보자들이 북한에 가서 구해왔다"고 알려 줬습니다. 그러면서 "이걸 구하느라 4명이 죽었다"고도 말했습니다.
이 '엄청난' 자료를 가져온 취재원이 누군지 물었습니다.
조 대표는 "아직은 말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있는 캐비닛이 열리면 언젠가 우리 주장이 맞다는게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정도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1급 국가기밀이 아닐까요.
조 대표는 "현재까지 입수한 자료는 검증을 거쳐 추후에 공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33회까지 쓴 5·18 기획은 100회까지 쓸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이 북한군 개입설 유포, 한동안 지속될 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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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개입설'은 "레드 콤플렉스와 군 이상화 결합한 가짜뉴스"
━5·18 전문가에게 이런 주장에 대해 자문을 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5·18 북한군 개입설은 대응할 가치가 없는 주장"이라고 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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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5·18 연구소 김희송 교수는 "'이미 거짓으로 밝혀진 주장이기 때문에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전제했습니다.
그러면서도 "5·18 가짜뉴스가 반복되는 이유는 5·18을 폄훼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김 교수는 "'레드 콤플렉스(공산주의에 대한 극단적인 공포증)'와 '군에 대한 이상화'가 결합한 결과일 것"이라고도 분석했습니다.
군사독재정권 시절 국가가 반공 정서를 이용한 가짜뉴스를 공식 비공식 통로로 퍼트렸고 그 씨앗이 남아있다는 겁니다.
다른 한편으론 시민을 보호해야 할 군대가 시민들을 학살한 부끄러운 역사를 부정하고 싶은 심리도 깔려있다고 봤습니다.
이제 논리와 증거로는 '가짜뉴스'라는 게 분명해진 이런 북한군 개입설, 더이상 어떻게 싸워야 할까요.
김 교수는 "합리적인 시민성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진부한 얘기 같지만 결국 개개인이 거짓을 걸러내야 한다는 겁니다.
함께 아파하고 부끄러워할 줄 아는 시민의 연대 의식이 필요합니다.
JTBC도 계속 묻고 반박하고 진실을 알리겠습니다.
윤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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