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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ICC 영장'엔 한목소리로 발끈…바이든·네타냐후 간만에 대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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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제노사이드 아니다" 반박…푸틴 영장엔 협조했던 것과 대비

美의회도 'ICC 검사장 처벌' 초당적 반발…英·獨 등 서방도 ICC에 등돌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침공 강행을두고 줄곧 대립각을 세워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국제형사재판소(ICC)를 겨냥해서는 간만에 한목소리를 냈다.

ICC 검사장이 가자전쟁 중인 이스라엘 및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도자에 대해 나란히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을 두고서다.

카림 칸 ICC 검사장은 20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등 이스라엘 측 2명, 가자지구 최고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를 비롯해 무함마드 데이프, 이스마일 하니예 등 하마스 측 3명에 대해 동시에 전쟁 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이는 이스라엘 전체와 비도덕적인 하마스 살인자들에 맞서 영웅적으로 싸우는 이스라엘 군인들을 겨냥한 것"이라며 "세상에서 가장 도덕적인 이스라엘 군대를 사체 방화, 참수, 강간을 일삼는 하마스 괴물과 비교하다니 뻔뻔하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특히 "이스라엘 총리로서 이스라엘군과 집단학살자인 하마스를 비교하는 ICC 검사장의 역겨운 행위를 거부한다"며 "이는 완전한 현실 왜곡이며, 신(新) 반유대주의"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곧바로 네타냐후 편을 들었다. 그는 체포영장 청구 사실이 알려진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터무니없다"며 "ICC 검사가 무엇을 암시하든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는 어떤 동등성도 없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백악관에서 열린 '유대계 미국인 유산의 달' 축하 행사에서도 확고한 이스라엘 지원 방침을 확인하면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은 (이스라엘에 의한) 제노사이드(genocide·집단 학살)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어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반유대주의에도 우려를 표한다. 이는 잘못된 것이며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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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계 미국인 유산의 달' 행사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지원할 무기 선적 중단 카드까지 꺼내면서 라파에 대한 전면적인 군사 작전을 만류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손톱만 가지고도 싸울 것"이라며 강행 의지를 밝혀왔다.

라파 침공을 두고 노골적으로 대립해온 두 사람이 이번 ICC 검사장의 체포영장 청구를 계기로 다시 뭉치게 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처럼 신속한 대응에 나선 데에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 내 유대계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중도 보수층이 지지층에서 이탈하는 것에 대한 우려와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에 대한 명분 유지 등 복잡한 셈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에서는 이스라엘이 라파 전면전을 감행할 경우 무기 지원 중단 방침을 밝힌 것을 두고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한층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특히 ICC가 앞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등 사법절차를 진행할 때 바이든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을 '전범', '살인 독재자' 등으로 원색 비난하는 한편 ICC와 물밑 협력해온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미 의회 역시 ICC 검사장의 영장 청구에 초당적으로 분노하며 반발했다. 특히 ICC 검사장을 처벌하는 입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영장 청구에 대해 "근거 없고 불법적"이라며 "이스라엘은 생존을 위한 정당한 전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과 독일 등 서방 국가들도 이번 체포영장 청구를 비판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 대변인은 "이번 조치는 휴전이나 인질 구출, 인도적 지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영국은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며, 이스라엘은 '로마규정'(Rome Statute·ICC 설립을 위해 채택한 규정)에 따라 ICC 관할권이 미치는 나라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독일 외무부 대변인도 성명에서 "하마스 지도자와 2명의 이스라엘 당국자에 대한 체포영장을 동시에 신청한 것은 (양측이) 동등하다는 잘못된 인상을 줬다"며 "이스라엘 정부는 국민을 보호하고 방어할 권리와 의무가 있고, 이런 모든 의무와 함께 국제인도법이 적용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 역시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 대표와 이슬람 테러 조직 지도자에 대한 동시 체포영장 청구는 끔찍하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min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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