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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도 사고, 손주들 용돈도 주고”···마을자치연금 ‘기쁨 두배’[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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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전국 1호 마을자치연금을 지급하고 있는 전북 익산시 성당포구마을 윤태근 이장이 연금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김창효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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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에 사는 이종수씨(83)는 나라에서 지급하는 공적 연금 외에 매달 연금을 또 받는다. 그가 사는 성당포구마을에서 주민들에게 지급하는 ‘마을자치연금’을 매달 받기 때문이다. 이씨는 “마을연금을 받아서 장에 가서 고기도 사고, 손주 용돈도 주곤 한다”고 말했다.

21일 익산시에 따르면 성당포구마을에는 현재 70세 이상 주민 26명이 매달 10만원 씩 마을자치연금을 수령하고 있다. 성당포구마을에는 108명이 살고 있는데 4명 중 1명꼴로 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것이다.

마을자치연금은 익산시가 인구감소에 따른 마을공동체 붕괴 등 농촌 지역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연금공단과 함께 추진해 2021년 도입한 사업이다. 마을 주민들에게 공적 연금 외 별도의 연금을 지급해 안정적인 주거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민·관 협력 프로젝트인 태양광발전(70㎾)을 통해 얻은 수익금과 영농조합법인의 체험·숙박시설, 야영장 운영 수익으로 연금의 재원을 마련한다. 주민들은 마을로 편입한 지 3년이 지나 공동출자금 150만원을 내면 영농법인 조합원 자격이 주어진다. 마을자치연금은 이로부터 2년이 지나 70세 이상이 돼야 받을 수 있다.

처음부터 사업이 순항한 것은 아니다. “주려면 다 주지 겨우 몇 명만 주느냐”,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서면 환경이 훼손되고 전자파가 발생한다”며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하지만 개발 이익을 공유하고 연금을 수령하는 주민이 점차 늘면서 여론도 달라졌다.

마을자치연금이 자리를 잡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성당포구마을로 이사 오는 이들도 생겨났다.

황종화씨(71)의 경우 지난해 군산에서 성당포구 마을로 이사 왔다. 황씨는 “일자리도 주고 연금도 주고 노후에 살기 딱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도시에서 계속 살았다면 꿈도 못 꿀 선물과도 같아서 지인들에게도 홍보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3년간 황씨처럼 다른 지역에서 성당포구마을로 이사 온 이들은 13명. 이 기간 동안 46가구 95명이던 성당포구마을의 인구는 올해 54가구 108명으로 늘었다.

전국 농촌의 다른 마을이 인구소멸을 걱정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마을자치연금이 노인들의 생계 안정은 물론 귀농·귀촌 등 지역 활성화의 선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마을자치연금은 성당포구마을을 시작으로 완주군 도계마을과 익산 금성마을이 잇따라 도입했다. 올 하반기 익산 두동편백마을이 추가된다. 어촌마을로는 지난해 충남 서산 중리마을이 첫 선정돼 운영 중이다.

윤태근 성당포구마을 이장(45)은 “기초연금에다가 마을자치연금 10만원을 추가로 받으면서 어르신들이 흡족해하신다”며 “이제는 주민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 발전시설 등을 더 늘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부담금 확대와 지급 나이 문제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많이 남았다”고 전했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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