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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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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중독자 피까지 수혈”...HIV 등 3만명 감염·300명 사망에 17조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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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최악의 ‘혈액 스캔들’에 발칵
1970~1990년 오염된 혈액 수혈
英정부, 피해자에 17조원 배상할 듯


매일경제

2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의사당 앞에서 공식 조사위원회 보고서 발표를 기다리는 피해자 유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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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보건당국이 ‘혈액 스캔들’과 관련해 역대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 배상을 약속했다. 혈액 스캔들은 과거 20년(1970~90년대 초반) 동안 영국 보건당국이 오염된 혈액을 수혈해 3만여명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C형 간염에 걸린 사건이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영국 오염혈액조사위원회(조사위)는 이날 발표한 혈액 스캔들 관련 최종 보고서에서 국가의 잘못으로 많은 환자가 오염된 혈액 제제와 수혈에 노출됐으며 정부는 오히려 이를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가 발표되자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이날 의회에 출석해 “국가적으로 수치스러운 날”이라며 “권력과 신뢰를 가진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감염 전파를 막을 기회가 수차례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배상액은 21일(현지시각) 존 글렌 내각장관이 발표한다. 배상액은 100억 파운드(약 17조원) 규모로 예상된다.

조사위 보고서에 따르면 1250명이 HIV에 오염된 혈액 제제로 감염됐고 그중 약 4분의 3이 사망했다. 혈액 제제 투여 후 만성 C형 간염에 걸린 환자는 5000명에 육박했으며 수혈을 받고 이에 감염된 피해자는 2만6800명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가운데는 혈우병을 비롯해 피가 잘 멎지 않는 질환을 앓은 환자가 다수 포함됐다. 출산이나 수술, 치료 중에 수혈했던 사람들도 오염된 혈액으로 피해를 봤다.

1970년대 영국에서 환자들은 미국에서 수입된 치료제를 투여받았는데 일부는 교도소 수감자나 마약 사용자 등 고위험 헌혈자의 혈장으로 제조된 것이었다.

보고서를 통해 당국이 헌혈자와 혈액 제제를 엄격히 선별하지 못했고 감염 사실이 파악됐을 때 피해자에게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안심시켰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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