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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기자의 눈] 알리가 쿠팡과 협력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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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중국 e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시장 공습에 대한 우려가 크다. 철회되기는 했지만 정부가 나서 KC 인증 의무화를 통해 해외 직구를 차단하려 한 것은 알리를 비롯해 테무·쉬인 등 중국 e커머스의 국내 시장 잠식을 막기 위한 측면이 컸다. 국내 유통 업계는 물론 한국 정부까지 알리를 집중 견제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알리 규제가 현실화했을 때 나타날 반작용이다. 저렴한 상품들을 구매하지 못하게 되는 소비자들의 피해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KC 인증 의무화를 철회했을 때 알리의 국내 배송 주계약 업체인 CJ대한통운은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다. KC 인증 규제가 생기면 알리 제품을 구입하는 국내 소비자가 감소하고 배송 물량 역시 줄어들어 실적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CJ대한통운으로서는 정부의 정책 전환이 다행스러울 수밖에 없다.

CJ대한통운 외에도 알리와 협업하는 한국 기업들은 많다. 알리가 국내 기업들을 모아 만든 판매 채널 ‘K 베뉴’에 입점한 업체들뿐만이 아니다. 지금은 알리와 진검승부를 벌이는 것으로 보이지만 쿠팡 역시 알리와 손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e커머스 업체인 쿠팡은 물류사업자로서 풀필먼트 서비스도 제공한다. 알리가 사업을 확장하는 어느 시점에 쿠팡에 물류를 맡길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얘기다. 알리가 이번 경쟁입찰에서는 쿠팡에 제안서를 보내지 않았지만 다음에는 러브콜을 보낼 수 있다.

반대로 중국과 글로벌 시장에 함께 진출하기 위해 알리를 이용하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 쿠팡이 중국에 진출하면서 알리의 모기업 알리바바의 물류 자회사 차이냐오를 이용할 수는 없을까. 여기에 더해 한국의 패션·뷰티 기업들에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중국에 물건을 팔면서 최대 플랫폼인 알리바바를 외면하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

정부까지 나서서 중국 e커머스를 규제하려 했지만 결국 철회한 것은 다양한 의미가 있다. 불편한 공존을 넘어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

이경운 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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