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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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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외교부, 인도 논란 "확인 못 해"…당시 영상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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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먼저' 논란, 정치권 공방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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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8년 인도를 방문한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타지마할을 방문해 기념촬영한 모습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 실린 2018년 11월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의 계기를 놓고 정치권의 공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앞선 인도 방문을 언급하면서 "당시 인도 모디 총리가 허황후 기념공원 조성 계획을 내게 설명하면서, 공원 개장 때 꼭 다시 와달라고 초청했다"고 떠올렸습니다. 이어 "나중에 기념공원을 개장할 때 인도 정부로부터 초청이 왔는데 나로서는 인도를 또 가기가 어려웠다"며 "그래서 고사를 했더니 인도 측에서 '그렇다면 아내를 대신 보내달라'고 초청을 하더라. 그래서 아내가 대신 개장 행사에 참석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도가 먼저 여사를 초청했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외교부가 어제 저녁 늦게 내놓은 입장은 우선 이렇습니다. 외교부는 2018년 허황후 기념공원 착공식과 디왈리 축제에 인도 측이 문체부 장관을 초청했고 이를 추진한 바 있다고 밝혔고 "동 추진 과정에서 우리 측은 영부인이 함께 방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인도 측에 설명하였고, 인도 측은 인도 총리 명의의 초청장을 송부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인도 총리가 초청장을 보냈다고 설명했으나, 보기에 따라서는 인도가 먼저 초청해 성사된 것이라는 회고록의 내용을 현 정부가 반박하는 것처럼 읽힐 여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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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당국자는 오늘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이 인도 측 초청에 따른 것이라는 회고록 내용을 뒷받침할 자료는 "아직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4년이 지났고 담당자들도 많이 바뀌어서 인도 방문이 어떻게 결정됐는지 확인하는데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인도 방문 기간, 정상 간에 구두로 나눈 이야기에서 관련한 이야기가 오갔을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어떤 계기에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다 확인은 안 된다"고 답했습니다. 인도가 먼저 초청하고 초청장을 보낸 것인지, 혹은 당시 한국 정부가 제안하고 인도가 이를 수용해 초청장을 정식으로 발송한 것인지 모호한 측면이 남아 있는 셈입니다.

인도 총리의 공식 초청으로 인도를 찾은 김정숙 여사는 2018년 11월 5일 첫 일정으로 스와라지 외교 장관을 접견했습니다. 당시에 오간 이야기들을 우선 그대로 옮겨보고자 합니다. (대통령실 취재는 거의 대부분의 사안이 '풀단'이라는 시스템에 의해 이뤄집니다. 청와대를 담당하는 기자단에서 이 취재를 담당했던 기자가 작성한 기록을 그대로 옮깁니다. 아래의 기록은 KTV에서 영상물로도 제작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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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여사 수시마 스와라지 인도 외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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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와라지 인도 외교장관 : 여사님께서 이렇게 인도를 방문해 주셔서 저로서는 기쁘고 아주 영광스럽습니다. 당초 한국 정부에게 고위급 대표단을 요청을 드렸는데, 설마 여사님처럼 이렇게 높으신 분이 저희 디왈리 행사에 참석해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저희가 주인도대사님으로부터 여사님께서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모디 총리님께서 너무나도 좋아하셨고, 우타르프라데시(UP주) 총리께서도 정말 좋아하셨습니다. 저희는 장관급 대표만 오셔도 정말 좋은데, 이렇게 더 높으신 여사님께서 오셔가지고 저희로서는 너무나 기뻤습니다.

▲ 김정숙 여사 : 사실 지난 정상회담 때 모디 총리님께서 디왈리 축제에 고위급이 왔으면 좋겠다 말씀하시고, 무용단이나 한국의 문화단체가 왔으면 좋겠다는 요청 사항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스와라지) 장관님께서 저한테 같이 대통령궁에서 밥 먹으면서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왔으면 좋겠다고요. 그래서 사실 그 말씀을 듣고 즉답은 못했지만 대통령님이나 제가 꼭 와서 모디 총리님과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나누셨던 한국과 인도의 특별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이고, 이것은 확실히 밀고 갈 것이고, 그것이 양국에, 한국과 인도의 시너지 효과가 굉장할 것이라는 의기투합하는 것을 느꼈고, 서울에 가서 그런 중요한 말씀을 대통령께서 많이 하셨습니다.


김 여사의 말을 요약하면, 2018년 7월 한-인도 정상회담을 위해 순방했을 당시 인도 외교장관이 김 여사가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는 것입니다. 스와라지 장관이 이 말에 어떤 반응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렇게 높으신 분이 참석해 주실 줄은 몰랐다"는 발언으로 미뤄 볼 때 인도 정부가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닌 듯 보입니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당시 인도 외교장관의 제안을 토대로 김 여사의 순방을 추진한 것인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문재인 전 대통령이 말하는 인도 측의 선(先) 제안이 인도 외교장관의 당시 발언을 말하는 것이라면, 혹은 다른 친교 시간에 오간 대화 중 하나였다면 이것이 '문서'로서는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외교 문서는 모디 총리가 한국 측에 보낸 공식 초청장과는 별개입니다.)

국민의힘 성일종 사무총장은 오늘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특혜성 혈세 관광을 단독 외교로 포장한 것은 참으로 염치없다"이라며 "한국 정부에서 먼저 검토하고 인도에 요청한 '셀프 초청'이 밝혀졌다. 영부인의 혈세 관광에 대한 여론을 의식해 뻔히 드러날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성 사무총장은 또 "김 여사가 관광객 없는 타지마할 앞에서 독사진을 찍었다. 누가 봐도 황후 특혜"라며 "4억 가까운 혈세를 들였지만, 외교 성과는 독사진 1장뿐이다. 무슨 외교적 성과가 있었는지 밝히라"고 요구했습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여권의 공세를 "'김건희 물타기'에 불과한 생트집"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방문이 어려워지자 (인도 측이) '한국의 고위급 인사를 보내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며 "외교 당국자들 간의 실무협상 과정에서 김정숙 여사를 파견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이 나서 인도 측에서 김 여사를 초청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치권의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를 자르듯 명쾌하게 답변을 내릴 수 있는 사안인지, 판단은 독자 여러분의 몫으로 남기겠습니다. 외교 문제가 국내 정치의 한복판으로 소환되는 일이 부쩍 잦아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김아영 기자 nin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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