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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사라진 '구본무 메모' 미스터리…LG 구광모 회장 상속 소송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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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4번째 LG家 소송 변론준비기일 열어

유언장 없는 상속 소송인데 "메모도 없애"

구연경 "카드 발급 안돼 속은 것 알아"

아주경제

고 구본무 선대회장의 장녀 구연경 대표(왼쪽)가 엄마인 김영식 여사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는 장면. 오른쪽에 흐릿하게 보이는 이가 선대회장 차녀 구연수씨. [사진=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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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유산을 놓고 구광모 회장과 구 회장의 어머니, 여동생들 등 세 모녀 사이에 벌어진 'LG家 상속분쟁'이 1년이 넘도록 변론준비기일만 반복한 채 변론 본궤도에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

쟁점은 선대회장의 유언이 있느냐, 또 이 뜻이 세 모녀에 제대로 전달됐느냐 등으로 압축된다. 증거채택 여부에 대해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논의가 좁혀지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1부(구광현 부장판사)는 21일 구 선대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가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낸 상속회복청구소송의 변론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날 변론준비기일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원고 측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뒤 "증거채택에 대해 (양 측의) 의견이 달랐다"며 "재판부가 쌍방 당사자의 주장을 듣고 결정할 것 같다"고 밝혔다.

'LG 상속분쟁'은 지난 2월 세 모녀가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하자"며 소송을 내면서 시작됐다. 2018년 5월 구 선대회장이 사망하면서 구 회장은 구 선대회장의 지분 11.28% 중 8.76%를 상속받았다. 세 모녀는 LG 주식의 2.52%(구연경 대표 2.01%, 연수 씨 0.51%)와 구 선대회장의 금융상품·부동산·미술품 등 총 5000억 원 규모의 재산을 상속받았다.

하지만 세 모녀는 이후 "구 회장이 ㈜LG 주식을 모두 상속받는다는 선대회장의 유언이 있는 줄 알았는데, 구 회장이 이같은 유언장이 있는 것처럼 속였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세 모녀는 법정 상속 비율(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대로 재산을 다시 나눠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 회장 측은 세 모녀와의 합의대로 상속이 이뤄졌으며 제척기간도 지났다고 반박했다. 구 회장 측 대리인은 "구체적인 분할과 관련해 전원 의사에 따른 분할 협의서가 존재하고 그 작성 과정에서 어떤 문제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선대회장이 남긴 유언장은 없다. 대신 구본무 선대회장이 자필 서명한 A4용지 형태의 메모가 있었다는 게 구광모 회장 측 주장이다. 구광모에게 회사 경영권을 넘기겠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고 한다.

물론 이 메모의 법적 효력은 없다. 민법 제1065조에 따르면 유언의 방식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와 구수증서 등 5종으로 하도록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

문제는 이 메모가 세 모녀가 협의서에 동의한 이유로 지목되면서 양측 공방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상속 관련 일처리를 주도한 하범종 LG경영지원부문장(사장)은 이 메모를 구광모 회장과 세 모녀 모두에게 보여줬다고 증언했다. 이후 메모를 상속분할 협의 과정에서 참고 자료로 활용했다는 게 하 사장 설명이다.

그러나 세 모녀는 지난해 12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메모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상속분할 협의서는 “본인 김영식은 고 화담 회장님(구본무 선대회장)의 의사를 좇아 한남동 가족을 대표해 ㈜LG 주식 등 그룹 경영권 관련한 재산을 구광모에게 상속하는 것에 동의함”이라는 문구에 서명한 형태인데, 김 여사는 메모를 유언장처럼 설명하는 말만 듣고 속아서 서명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인터뷰에서 “엄마(김 여사)와 내게 협의서를 한번 읽어줬을뿐 사본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메모 내용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하 사장은 이 메모를 파기했다고 증언했다. 일상적인 문서 파쇄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구광모 회장에게 경영재산을 넘기겠다는 취지가 담긴 구본무 선대회장의 유지가 있었는지조차 문서로는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다.

구 회장 측은 "민법상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은 상속권 침해를 안 날부터 3년인데 4년이 훨씬 지났고, 제척기간 경과에 따라 부적법하게 제기된 소송"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세 모녀는 기망적 유산 분배인데도 그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구연경 대표는 신용카드를 신청했는데 ‘대출이 너무 많다’며 거부당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구광모 회장이 자신들 명의의 지분 등으로 대출을 받아 상속세 등에 사용한 정황 등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이날 이미 4번째 열린 변론준비기일이지만 양측이 증거채택 여부를 놓고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다음 변론준비기일은 오는 7월9일로 잡혔지만 의미 있는 진척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남가언 기자 eo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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