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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만물상] 당뇨人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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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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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을 앓고 있는 한 유튜버가 라면을 먹기 전 혈당과 먹은 후 치솟은 혈당 수치를 비교해서 올리니 동병상련의 당뇨인들이 이런 댓글을 달았다. “당뇨 10년 차인데 찐 고구마 작은 거 하나 먹고 계단 40층 올라야 하고, 라면 하나 다 먹는 거는 상상도 못 해요. 흰 쌀밥 한 공기와 찐고구마, 감 홍시를 마음 놓고 먹은 날이 언제였던지.” “라면 국물에 찬밥 넣고 후르륵~. 언제 먹어봤더라, 기억이 가물가물.”

▶당뇨병은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질병 부담 부동의 1위다. 1970년대 초만 해도 당뇨병 유병률은 약 1.5%에 불과했다. 서구화된 식습관, 인구 고령화로 당뇨병이 빠르게 늘어 성인 7명 중 1명이 당뇨 환자다. 당뇨 전 단계 유병률은 무려 2000만명가량 된다. 성인의 절반 이상이 당뇨 관리가 필요한데도 당뇨병을 통합 관리하는 환자는 10명 중 1명꼴에 불과하다.

▶세종대왕은 당뇨병을 앓아 하루에 마시는 물이 한 동이 이상이었다는 역사적 기록이 있다. 당뇨 합병증으로 눈이 안 보이는 당뇨망막병증까지 앓았다. 이 무서운 당뇨병도 100여 년 전 인슐린 개발로 신기원이 열렸다. 캐나다 의학자 프레드릭 벤팅이 어릴 적 여자친구가 소아 당뇨로 사망하는 것을 보고 의사가 돼 92번 실패 끝에 1921년 당뇨 치료제 인슐린 추출에 성공했다. 1923년 역사상 최연소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당뇨는 무서운 병이다. 철저히 관리하지 않으면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한다. 오죽하면 ‘침묵의 살인자’라 하겠나. 평생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관리해야 하는 ‘자신과의 싸움’밖에 묘수가 없다.

▶당뇨 환자들은 피해야 할 3가지 음식으로 ‘음·빵·면’을 꼽는다. 달콤한 음료수, 정제 탄수화물의 대명사인 빵, 라면과 짜장면 같은 밀가루 음식은 혈당을 치솟게 만든다. 2년 전 빵을 멀리해야 하는 당뇨인들 사이에 새로 출시된 편의점 빵이 입소문 났다. 몸에 좋은 건강 빵이 아니라 생크림이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빵이었다. 탄수화물보다 지방이 더 많은 탓에 당장의 식후 혈당이 생각보다 덜 올랐다. 당뇨인들이 너도나도 사진을 찍어 올렸다. 풍족한 한국에서 당뇨인들은 갓 구운 빵 냄새, 라면과 짜장면의 유혹을 이겨내며 하루를 보낸다.

▶당뇨인 등을 위해 건강 빵을 선보이는 빵집이 하나둘 생겨나더니 국내 1위 제빵업체 SPC가 밀가루와 설탕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단백질과 식이섬유 함량을 높인 당뇨 빵을 7종 개발해 출시했다. 빵 맛을 완전히 대신할 수야 없겠지만 당뇨인들에게 위안이 하나 늘었다.

[강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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