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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배당 선진국으로…GO!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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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식 사면 배당으로 노후 든든
韓, ‘국장’ 믿음 없어 부동산 ‘올인’


직장 생활을 오래한 미국인들은 은퇴를 반긴다. 한국인이 은퇴 이후 노후를 걱정하는 것과 크게 다르다. 은퇴를 하고 나서야 삶의 즐거움을 만끽한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일하지 않아도 걱정 없이 ‘먹고살 수’ 있어서다.

일단 미국 연금은 소득 대체율이 81%에 달한다. 은퇴 뒤 나오는 연금만으로도 일할 때의 80% 넘는 소득을 챙긴다. 반면 한국은 47%에 불과하다. 또 다른 비결은 배당이다. 주식에 투자한 뒤 그 배당수익으로 노후 생활 자금을 마련한다. 주주자본주의가 정착한 미국에서는 기업이 배당에 적극적이다. 일부 기업은 배당수익률이 연 12%가 넘을 만큼 높다. 배당소득에 부과하는 세금도 높지 않다.

한국은 정반대다. 기업은 배당에 인색하고 배당소득에 대한 세금은 높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은 기업의 주주라는 주주자본주의가 정착해 배당에 적극적이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며 “아울러 배당에 부과하는 세금을 분리과세하는 등의 정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배당 선진국 한국’은 요원하다”고 입을 모은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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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물’ 배당.

국내 기업이 배당에 얼마나 인색한지 보여주는 용어다.

잠깐 주식 투자의 기본으로 돌아가자. 주식을 산다는 건, 지분이 얼마가 됐든 그 기업 주인이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주주는 이익 일부를 배당으로 돌려받아 성과를 누린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런 원론적인 투자 공식이 잘 통하지 않는다. 기업은 배당에 소극적이고, 정부는 높은 세금을 때린다. 당연히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요인으로 꼽힌다.

2013~2022년 10년간 한국의 평균 주주환원율은 29%로 주요국 대비 낮다(KB증권 조사). 주주환원율이란 기업이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쓴 돈을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이다. 미국은 한국의 3배인 92%,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은 68%였다. 신흥국(38%)과 중국(32%)조차 우리보다 높다. 낮은 주주환원율의 절반은 배당 부족이 이유다. 우리나라는 배당 성향(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비율)이 전반적으로 낮다. 금융위원회 등이 지난 2022년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배당 성향은 19.14%다. 대만(54.85%), 영국(48.23%), 독일(41.14%), 프랑스(39.17%), 미국(37.27%) 등과 대조된다.

배당 성향이 낮으니 우리나라 상장 기업을 장기적으로 보유할 유인책이 사라진다. 대신 ‘단타’가 성행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국내 증시 시가총액 회전율은 2019년 0.36에서 2020년 0.8까지 올랐다. 2021년 0.71, 2022년 0.45, 2023년 0.48로 종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큰돈을 굴리는 외국인 투자자 역시 국내 주식 시장에서 단타를 치고, 해외로 눈을 돌리는 형국이다.

배당 믿었다가 누진세율 적용 낭패

美 분리과세…영국·홍콩 아예 없어

그간 짠물 배당을 막기 위해 배당소득세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잇따랐지만 아직까지 달라진 건 없다. 한국은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을 합친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하인 경우에만 세율이 15.4%다. 2000만원을 초과하면 근로소득, 연금소득 등 다른 종합소득과 합해 누진세율(6.6~49.5%, 지방세 포함)이 적용된다. 이런 이유로 은퇴 후 적극적인 배당주 투자에 나섰다가 배당소득이 늘어나며 높은 누진세로 고생하는 은퇴자가 적지 않다. 설상가상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보험료 면제)에서도 탈락해 가계 부담이 커진 사례도 많다. 국내에서는 ‘배당으로 노후 자금을 설계한다’는 선진국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 셈이다.

반면 미국은 1년 보유 시 15% 분리과세, 중국과 베트남은 10%를 부과한다. 영국과 홍콩은 배당소득세가 아예 없다. 일본은 배당소득 과세 방식이 여러 가지인데, 종합과세(다른 소득과 합산)와 분리과세(배당만 따로 계산) 중 각자 유리한 것을 고르면 된다.

이 같은 정부 세제 정책이 국민들의 부동산 쏠림 투자를 유발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주식을 사느니 부동산으로 월세를 받고 시세차익을 누리는 편이 낫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이 금융 선진국을 강조하지만 실상은 금융소득을 ‘불로소득’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엿보인다”며 “미국이나 일본처럼 배당으로 노후를 즐길 수 있는 나라를 만들려면 배당에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세제로는 기업이 배당을 늘릴 유인이 적다는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대주주 세금이 특히 무거운데, 대주주가 이사회를 좌지우지하는 우리나라 기업에선 배당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주주환원에서 배당과 같은 효과를 내는 자사주 매입은 자본 이득으로 환원돼 세금을 더 내지 않아도 돼 배당을 택할 이유가 더욱 줄어든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그동안 배당소득에 대한 세금을 종합소득과 분리과세하면 기업이 더욱 적극적으로 배당 성향을 높일 수 있으리라 보고 있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0호 (2024.05.22~2024.05.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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