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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대통령실 “여야 합의 없는 특검은 삼권분립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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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10번째 거부권 행사

조선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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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뒤 대통령실은 정진석 비서실장이 나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이번 특검이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점 등을 들었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안을 재가한 뒤 브리핑을 통해 “특검은 수사기관의 수사가 미진하거나 수사의 공정성, 객관성이 의심되는 경우에 한해 보충적, 예외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제도”라면서 해병대원 특검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작년 7월 발생한 해병대원 순직 사건과 관련해 책임 소재는 경북경찰청이, 해병대 수사단의 사건 이첩 과정에서 불거진 대통령실·국방부 등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수사하고 있다. 정 실장은 “공수처는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당이 사실상 상시 특검으로 일방 설치한 것”이라며 “(공수처에서 수사 중인데 특검을 하자는 건) 자신이 만든 공수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자기모순이자 자기부정”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에선 행정부 권한인 수사권을 입법부 결정에 따라 특검에 넘기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라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과 야당이 합의할 때만 가능하다고 했다. 지난 25년간 13회에 걸쳐 도입된 특검은 모두 여야가 합의해 국회에서 특검법을 처리했고, 이번처럼 야당이 일방 처리하거나 정부가 동의하지 않은 특검법은 없었다는 것이다.

정 실장은 해병대원 특검 법안에서 특검 후보자 추천권을 야당에만 부여한 것도 문제라고 했다. 이번 특검 법안은 대한변호사협회가 특검 후보자 4명을 추천하면, 그 가운데 2명을 민주당이 추리고, 대통령은 이 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하게 했다. 그러나 추천 과정에서 여당이 배제돼 사실상 대통령의 임명권을 민주당이 행사하는 셈이란 주장이다. 정부도 야당이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공수처에 고발하고, 수사 검사도 사실상 자기들이 선정하는 것은 수사 공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했다. 법무부는 이날 입장을 내고 “(특검법은) 고발인(민주당)이 수사할 기관을 선택하고 수사 대상과 범위도 직접 정하는 것”이라며 “경찰과 공수처가 수사하고 있고, 검찰의 후속 수사가 예정된 사건에 대해 특검을 도입한 전례는 없다”고 했다. 해병대원 특검법이 수사 과정에서 언론 브리핑을 할 수 있게 규정한 것도 피의 사실 공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대통령실과 여당은 문제 삼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해병대원 특검 수용 불가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한국처럼) 대통령제를 채택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도 최근 이스라엘 안보 원조 지지 법안을 포함해 거부권을 11번 행사했다”며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임기 중 635건의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그 때문에) 탄핵이 거론되지도 않았다”고 했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이 국회 권력에 대응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내각제에서 도입된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이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거의 유일한 국회 견제 수단이 거부권이란 것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응답자 60%가 탄핵이 필요하다고 답했다”(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며 탄핵 추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해 재표결을 하더라도 이탈표가 얼마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22대 국회에서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이 해병대원 특검법을 재차 밀어붙일 경우 국민의힘에서 8표만 이탈해도 거부권이 무력화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해병대원 사건에 대해 수사를 하지 말자는 게 아닌 만큼 공수처와 경찰 수사 결과를 보고 특검 도입을 논의할 수 있다는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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