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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尹대통령,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 왜…'헌법 정신 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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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취임 후 10번째 법안

헌법 정신, 특검 제도 취지, 수사 공정성 등 위배

여론 설득, 정치적 부담 관건…野 '특검법 재표결', '장외투쟁'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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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배경엔 '헌법 정신 위배'가 핵심으로 분석된다. 행정부 권한인 수사·소추를 특검은 예외적으로 입법부 의사에 따라 부여하기에 여야 합의가 필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헌법의 대원칙인 '삼권분립'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수사당국의 수사가 진행 중인 점, 야당 독점적 특검 후보자 추천권도 이유로 꼽힌다. 특검법에 대한 갖가지 독소조항을 지목했지만 10번째 거부권 법안이라는 정치적 부담과 향후 여론 설득은 과제로 보인다. 야당이 장외투쟁을 예고한 상황에서 정국은 더욱 냉각될 전망이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재가 사실을 전하며,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들었다. 특검 법안이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고 △특검 제도 취지에 부합하지 않으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중 '헌법 정신 위배'는 핵심 이유로 보인다. 헌법에 규정된 삼권분립 원칙상 수사와 소추는 행정부에 속하는 권한이다. 특검은 예외적으로 입법부 의사에 따라 이 권한이 부여되는데, 이 경우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과 야당이 합의할 때만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정 실장은 "이런 이유에서 국회는 지난 25년간 13회에 걸친 특검법들을 모두 예외없이 여야 합의에 따라 처리해 왔다"며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이번 특검 법안은 이처럼 여야가 수십 년간 지켜온 소중한 헌법 관행을 파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 후보자 추천권을 야당에게만 독점적으로 부여한 것도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임명권을 박탈시켜 삼권분립 원칙에 위반된다고 했다. 이번 특검 법안에 따르면 대한변협회장이 후보 4명을 추천하면 야당이 그중 2명을 고르고, 대통령은 2명 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은 헌법의 수호자라는 책무를 이행해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헌법의 수호자라는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며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이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대통령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또 특검은 수사기관의 수사가 미진하거나 수사의 공정성, 객관성이 의심되는 경우에 한해 보충적·예외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 중이라는 점에서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당이 공수처를 설치한 만큼,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도 지적했다.

이번 특검법이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이유에 있어선 특검 후보자 추천권을 야당에게만 독점적으로 부여한 점을 다시 꺼내 들었다. 정 실장은 "채 상병 사건에서의 외압 의혹은 야당이 고발한 사건"이라며 "야당이 고발한 사건의 수사검사를 야당이 고르겠다는 것이다. 입맛에 맞는 결론이 날 때까지 수사를 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특검법에 담긴 '실시간 언론 브리핑'은 법상 금지된 피의사실 공표를 허용할 수 있고, 수사 대상에 비해 과도한 인력 투입으로 과잉수사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선 문재인 정부에서 규정을 정비한 점을 들어 '자기모순'이라고 또 다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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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채상병 특검법' 재의요구권 행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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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정 실장은 "정부는 채 상병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일에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채 상병의 안타까운 사망이 더 이상 정쟁의 소재가 되지 않기를 바라고 국회의 신중한 재의를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특검법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돼 7일 정부로 이송된 지 14일 만에 이뤄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면 수사 당국에서 상세하게 수사 결과를 설명할 것이다. 그걸 보고 국민이 납득이 안 된다고 하시면 그때는 제가 특검을 하자고 먼저 주장하겠다"고 밝혔다. 거부권 행사는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론 설득, 정치적 부담 관건…野 '특검법 재표결', '장외투쟁' 예고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앞서 지난 1월 '쌍특검법'(김건희 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거부권 행사 당시 이관섭 전 비서실장은 직접 3분 59초 가량 브리핑에 나선 바 있다. 이번에 정 실장은 브리핑에 7분 16초를 할애했다. 그만큼 여론을 향한 세부적인 설명에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특검법의 모순과 독소조항 등 대부분 법 체계에 초점을 둔 설명이 여론 설득에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건 취임 후 6번째, 법안 수로는 10건째로 정치적 부담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향후 여야가 합의해 특검법을 처리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선 "수용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의 외압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당국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할 부분"이라며 "공수처와 경찰 수사결과가 미흡하면 대통령께 특검을 받으라고 건의드리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거부권 행사에 따라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검법 재표결에 나서고, 장외투쟁까지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만약 재표결에서 의결 정족수(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에 미치지 못해 법안이 폐기되더라도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이를 '1호 법안'으로 재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특검에 찬성하는 여론 등 기류에 힘입어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반면 여당은 심지어 현재 의석수(114석)보다 개원 이후 의석수(108석)가 더 줄어드는 상황이다. 여당 내에선 이미 공식적인 '이탈표'도 나왔다. 재표결은 새로 개원한 국회에서 이뤄지지만, 상징적인 첫 시험대 앞에서 내부 단속이 더욱 절실해지는 상황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도 일부 여당 의원과는 새롭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 상황이다. 소통을 강화해 의견을 잘 모아가야 한다"며 "야당 설득도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야당 지도부와 접촉해 나가야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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