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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트럼프 동영상에 독일어 ‘제국’… 바이든 “그건 히틀러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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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제3제국’ 연상케 하는 ‘라이히’
이튿날 오전 삭제… 백악관 “역겹다”
한국일보

2월 12일 독일 뒤셀도르프 카니발 퍼레이드에서 나치 문양 형태의 성조기를 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조형물이 행진하고 있다. 방위비를 제대로 내지 않으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이어도 러시아 공격을 용인하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때였다. 뒤셀도르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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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치 독일 ‘제3제국(Third Reich)’을 떠올리게 하는 표현이 사용된 동영상이 올라왔다가 지워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를 흉내 내는 것 아니냐는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측 “단어 못 본 직원 실수”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SNS ‘트루스소셜’ 계정에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긴 뒤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를 주제로 한 30초 길이 동영상이 공유됐다. ‘트럼프가 승리하다’를 시작으로 ‘경제 호황’이나 ‘국경 봉쇄’ 같은 가상 신문 기사 제목이 연달아 나오는 이 동영상에는 “통일된 제국(unified reich)의 탄생으로 산업 경쟁력이 크게 증가했다”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독일어로 제국을 의미하는 라이히(reich)는 통상 나치 독일 제3제국을 의미한다고 AP통신은 짚었다.

이 동영상은 이날 오전 삭제됐다. 트럼프 선거 캠프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것은 캠프가 만든 동영상이 아니다”라며 “대통령(트럼프)이 법정에 있는 동안 (문제 된) 단어를 보지 못한 직원이 게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동영상은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의혹 사건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날 낮 뉴욕에서 점심 시간을 끝내고 법원으로 돌아오기 직전 게시됐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 측은 그냥 넘기지 않았다. 바이든 캠프 제임스 싱어 대변인은 “트럼프는 자신이 권력을 되찾으면 무엇을 하려 하는지 미국에 정확히 말하고 있다”며 “독재자처럼 ‘통일 제국’을 통치하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작년 말에도 “이민자가 미국 피 오염”

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1일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의혹 사건 재판이 열린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앞에서 취재진에 발언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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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바이든 대통령을 수행해 뉴햄프셔주(州)로 이동하던 중 진행한 대통령 전용기 기내 브리핑에서 “어떤 사람이든 히틀러 치하 나치 독일과 연관된 콘텐츠를 홍보하는 것은 혐오스럽고 역겹고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샬러츠빌 사태 이후 신나치주의자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양쪽 다 매우 좋은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게 수치스러운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2년 11월 반(反)유대주의 혐오 발언을 한 인사들을 자택 저녁 식사 자리에 불러 물의를 빚었다. 그는 또 재임 중인 2017년 8월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백인 우월주의 집회 당시 나치즘에 빠진 극우 단체 회원에 의해 초래된 유혈 충돌을 놓고 극우 집회에 찾아가 시위를 벌인 좌파 단체에도 책임이 있다고 양비론을 펴 빈축을 샀다.

바이든 “히틀러 언어 쓰는 그 남자”

한국일보

21일 미국 매사추세츠 보스턴에서 열린 가자지구 전쟁 반대 시위 참가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쟁 지원 책임을 묻는 내용의 피켓과 팔레스타인 국기 등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선거 자금 모금을 위해 보스턴을 방문했다. 보스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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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 역시 이날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자금 모금 행사 연설에서 “미국인이 아닌 히틀러의 언어를 사용하는 그 남자가 한 일”이라며 “놀랍지도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말에도 한 차례 히틀러를 따라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은 적이 있다. 불법 이민 문제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이민자를 해충에 비유하고 “이민자들이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고 말했는데, 유대인 말살 정책을 추진했던 나치 정권의 주장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자신의 수사가 히틀러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의식한 그는 이후 아이오와주 유세에서 히틀러 저서인 ‘나의 투쟁’(1925)을 읽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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