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부잣집' 다둥이네 가족에게 찾아온 첫 막둥이 남동생
알뜰한 큰딸, 그동안 모았던 용돈으로 부모 부담 덜어줘
[수원=뉴시스] 최근 일곱 번째 자녀를 출산한 여모(43·사진 맨 뒷줄)씨가 지난 겨울 때에 남편과 여섯 딸들과 함께 집 근처에 위치한 융건릉에 산책을 나갔다가 찍은 가족사진. 사진 오른쪽부터 네 번째 위치에서 밝게 웃는 표정으로 '브이'(V) 손동작 포즈를 취한 자녀가 이번에 엄마가 출산을 위해 산부인과 병원에 입원하자 자신이 모은 용돈으로 조리원비를 내준 첫째 딸 김태희(19)양이다. (사진=산모 제공) 2024.05.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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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사소하게 애들이 막 예쁜 짓하면 웃을 일도 생기니까 이제 출산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경기 화성시 봉담읍에 사는 다둥이네 엄마인 여모(43)씨는 22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젊었으면 더 나았을 텐데"라며 이같이 출산 소감을 밝혔다.
여 씨는 지난 17일 오후 2시48분께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 소재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일곱 번째 자녀를 낳았다. 출산 하루 전날 밤에 산통이 와서 병원에 입원했고, 이튿날 자연분만으로 아기를 낳았다.
임신한 지 37주 2일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막둥이는 약 2.7㎏ 몸무게로 건강하게 태어났다. 막내는 '하늘'이라는 이름을 붙여줄 예정이다.
하늘이는 여 씨의 일곱 자녀 가운데 처음 태어난 아들이다. 여 씨는 2005년 자신보다 3살 연상인 남편과 결혼 후 이듬해인 2006년 첫째 딸 태희(19)양을 낳았다.
이후 둘째 수진(17), 셋째 민영(15), 넷째 태리(7), 다섯째 혜리(5), 여섯째 아리(4) 양까지 딸만 낳았다. 소위 말하는 '딸부잣집'인 셈이다.
여 씨가 요즘과 같은 저출산 시대에 자녀를 7명이나 출산한 것은 주변에서 지레 짐작할 수 있는 '아들 욕심' 때문인 것으로 판단하면 큰 오산이다. 이는 여 씨 부부가 결혼할 때부터 자녀가 생기면 이를 축복으로 여기고 잘 낳아서 아기를 키우기로 한 부부 간의 약속이었다.
여 씨는 "(저희가) 아들 낳으려고 아기를 갖는다고 사람들이 오해를 많이 하신다"며 "저는 (막내도) 똑같은 것 같다. 오히려 둘째가 막내 성별을 알려주니까 남동생이 생겼다고 되게 좋아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다둥이네 엄마로서 잇따른 출산과 양육을 반복하면서 때로 자녀를 키우는 일이 힘들 법도 하다. 그런데 이마저도 그에게는 소중한 추억이다.
여 씨는 자녀가 많아 힘든 점은 없는지를 묻는 취재진에게 "크게는 없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아빠가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이라며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면서 힘들거나 친구들과 사이가 좋지 않을 때가 있으면 서로 잘 지낼 수 있도록 유도해준다"고 비결을 소개했다.
[수원=뉴시스] 경기 화성시에 사는 여모(43)씨와 그의 남편이 지난 17일 다둥이네 가족의 일곱 번째 자녀이자 첫 아들로 태어난 김하늘 군과 함께 산부인과 조리원실에서 다정하게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산부인과 제공) 2024.05.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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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다른 집보다 식구 수가 많고 각자 먹고 싶어하는 게 있어서 식비는 좀 더 나간다"며 "치킨처럼 밖에서 먹어야 확실히 맛있는 음식을 빼면 웬만해서 집에서 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둥이 가족의 부모로서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들의 어엿한 행동에 뜻하지 않게 감동을 받을 때도 있다. 첫째 딸 태희는 엄마가 이번에 막둥이를 낳기 위해 병원에 입원하자 대견하게도 자신이 알뜰하게 모아뒀던 용돈으로 산후조리원비 180만원을 선뜻 내줬다.
수원 삼일공고 화학공업과 3학년에 다니면서 그동안 주말마다 뷔페 홀서빙 아르바이트와 기업 현장실습에 나가 정당한 노동의 댓가로 받은 급여를 저축한 돈이었다.
여 씨는 "(첫째가) 좀 알뜰한 편이다. 원래 알바를 안 할 때는 아빠가 한 달마다 용돈을 줬다"며 "근데 자기가 알바를 시작하면서부터 하나도 안 받고 벌어서 쓴다. 심지어 엄마 쓰라고 몰래 용돈도 준다"고 자랑했다.
그는 이번에 출산한 막내까지 자녀 7명을 낳았지만, 아이들에게 부모의 생각이나 욕심을 강요하지 않는다. 여 씨 부부는 자녀들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찾아서 할 수 있도록 적극 응원해준다.
여 씨는 "공부가 중요하긴 중요한데 애들마다 성향도 다르기 때문에 부모가 원하는 대로 강압적으로 키울 수는 없다"며 "아이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먼저 해보도록 맡겨본다"고 자녀 양육관을 밝혔다.
여 씨 부부가 일곱 번째 자녀를 출산하자 그가 입원한 산부인과 병원을 비롯해 지자체들은 각계 환영과 지원에 나섰다. 우선 그가 셋째 때부터 이용했던 산부인과 병원 측은 산모의 몸조리를 돕기 위해 분만 후 병실 및 조리원 입실을 VVIP실로 각각 상향했으며 분만비도 할인해줬다. 소정의 선물도 증정했다.
수원시는 여 씨가 주민등록상 거주민은 아니지만, 관내에 소재한 병원에서 아기를 낳은 만큼 산모를 격려하고 출산을 환영하는 차원에서 출산 장려업무를 맡고 있는 팀장급 관리자를 보내 축하의 꽃다발을 산모에게 전달했다. 화성시도 이 같은 내용을 파악하고 다둥이 산모에 대한 지원방안을 모색 중이다.
마지막으로 여 씨는 장기화된 불황이 이어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한 명의 자녀도 낳고 키우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부모만이 유일하게 느낄 수 있는 출산과 양육의 기쁨을 조금이라도 많은 가정들이 경험해보기를 당부했다.
여 씨는 "돌 전까지 키울 때 진짜 힘들긴 힘들다. 안 힘들면 거짓말"이라면서 "그런데 돌이 조금 지나고 이제 자기가 걷을 정도가 되면 조금씩 덜 힘들다. 남편과도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 더 많이 웃고 산다"고 출산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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