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 "등장인물·배우 함께 늙어가...3편 기대"
류승완 "친한 감독들 칸 초청 부러웠는데 홀가분"
정해인 "반년간 액션 훈련...'관절 꺾기' 준비"
영화 '베테랑2'의 배우 황정민(왼쪽부터)과 류승완 감독, 배우 정해인이 지난 20일 프랑스 남부 도시 칸의 문화공간 '팔레 데 페스티발'에서 공식 촬영 행사를 열고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I am Here(내가 여기 있다)! I am Here!” 류승완 감독은 불끈 쥔 두 손을 들어 보이며 나지막하게 외쳤다. 그는 지난 20일 밤(현지시간) 제77회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베테랑2’ 세계 첫 상영회에서 박수와 환호가 쏟아지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류 감독은 칸영화제 정식 부문(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레드 카펫을 생애 처음 밟았다. 아내이자 제작자인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 주연배우 황정민과 정해인이 함께했다. 상영 후 5분 넘게 기립박수가 쏟아지자 류 감독은 “여기 오는 데 50년(자신의 평생을 의미)이 걸렸다”며 감격했다. 21일 오전 류 감독과 황정민, 정해인을 칸 한 호텔에서 만났다. 전날 밤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얼굴들이었다.
칸영화제 5분 기립박수 이끌어 내
류승완 감독이 20일(현지시간)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7회 칸국제영화제 '베테랑2' 공식 상영회가 끝난 후 이미경 CJ ENM 부회장과 함께 포옹하고 있다. 칸=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베테랑2’는 관객 1,341만 명을 모은 ‘베테랑’(2015)의 속편이다. 황정민은 “당시 촬영이 끝날 무렵 잘되면 꼭 속편을 만들자고 다들 마음을 모았는데 9년이나 걸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고 말했다. 그는 “류 감독을 만날 때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속편 언제 만들 거냐며 압박하고는 했다”고 돌아보기도 했다. 류 감독은 “황 선배가 ‘베테랑’ 때 입었던 점퍼 복장으로 첫 촬영을 했는데, 2015년이 바로 어제 일처럼 여겨질 정도로 친숙함이 느껴졌다”고 했다. 정해인은 “‘베테랑’은 연기를 공부하던 시절 ‘나는 언제 저런 영화에 출연할 수 있나’ 생각하게 했던 작품”이라며 “제가 함께 이 자리에 오다니 꿈만 같다”고 밝혔다. 전날 공식 상영회에는 정해인의 어머니가 참석해 눈물을 흘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정해인은 “촬영하면서 고생한 모습이 떠올라서 그랬다고 하시더라”라고 전했다.
배우 정해인(왼쪽부터)과 황정민, 류승완 감독이 20일 프랑스 남부 도시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7회 칸국제영화제 '베테랑2' 공식 상영회를 앞두고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CJ ENM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베테랑2’는 전편에 이어 광역수사대 열혈 형사 서도철(황정민)을 중심에 두고 있다. 서도철과 동료 형사들이 연쇄살인마 해치를 추격하는 과정을 그렸다. 해치는 사회적으로 공분을 일으킨 범죄자들을 피해자가 당한 방식으로 단죄하는 인물이다. 배우 오달수와 장윤주, 오대환 등이 전편처럼 서도철 동료 형사로 출연한다. 정해인은 무술 실력이 남다르고 정의감이 넘치나 속은 알 수 없는 막내 형사 박선우 역할을 맡아 새롭게 합류했다. 류승완 감독은 “전편이 선과 악을 분명히 나눴다면 ‘베테랑2’는 선과 정의란 무엇인지 질문하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황정민은 “전편이 밀크초콜릿 같다면 이번에는 (어두운 정서가 강해) 다크초콜릿에 비유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류 감독은 칸 레드 카펫을 처음 밟은 것에 대해선 “친한 감독(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감독 등)들이 모두 칸영화제에 초청돼 살짝 부럽기도 했는데 이제 홀가분한 기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편보다 진화한 액션 눈길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는 제77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서 상영됐다. 칸국제영화제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베테랑2’는 전편보다 진화한 액션을 선보인다. 주짓수(브라질 유술)와 파쿠르(지형지물을 이용해 이동하는 방식)를 활용한 화려한 몸동작들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독창적인 차량 액션이 눈길을 끌기도 한다. 한국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장면들이 릴레이로 펼쳐진다. 독일 배급사 스플렌디드의 마르코 몰레리스 이사는 “‘베테랑2’는 왜 우리가 류승완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지 보여주는 예시”라며 “(류 감독은) 수준 높은 액션 장면과 곳곳에 있는 유머 코드를 잘 집어내는 최고의 감독”이라고 평가했다.
배우들에게는 액션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는 영화다. 9년이라는 시간을 극복해야 했던 황정민은 “9년 전 점퍼를 그대로 입고 출연할 정도로 몸 관리를 했으나 밤 촬영 때는 체력이 떨어져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제가 다쳐서 남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걱정을 많이 한 촬영 현장이었다”고 덧붙였다. 정해인은 “(경기) 파주에 있는 서울액션스쿨에서 반년 정도 체력 훈련을 하며 관절 꺾기 기술을 많이 준비했다”며 “액션 연기 후 모니터를 보면 ‘나에게 이런 표정이 있었구나’ 발견하는 순간이 많았다”고 밝혔다.
‘베테랑2’는 올 하반기 개봉한다. 배급사 CJ ENM은 당초 12월 개봉을 목표로 했으나 공개 시점을 더 앞당길 것으로 알려졌다. ‘베테랑2’가 아직 대중과 만나지 않았으나 류 감독과 출연진의 후속작 기대는 벌써부터 크다. 류 감독은 “제 바로 다음 작품이 되지는 않겠지만 3편 연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9년 안에는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민은 “배우가 시리즈물을 갖고 있다는 건 정말 큰 영광이고 의미가 있다”며 “영화 속 인물과 배우가 함께 늙어가는 거니, 당연히 3편이 나와야 한다”고 바랐다.
칸=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