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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3층은 분당 3만원, 8층은 34만원…시간=돈 위험한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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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한재림 감독이 연출한 8부작 시리즈 ‘더 에이트 쇼’는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쇼에 참여한 8명의 이야기다.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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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쇼에서 필요한 것은 당신이 버리려고 했던 시간뿐입니다.’

지긋지긋한 빚더미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강 다리에서 투신을 결심한 진수(류준열)에게 발신자 불명의 메시지가 도착한다. 리무진을 타고 도착한 격리된 공간에서 진수는 7명의 또 다른 참가자들과 정체 모를 쇼에 참여하게 된다. 쇼의 규칙은 간단하다. 보내는 시간에 비례해 돈을 번다는 것. 8개의 층 중에서 3층을 고른 진수는 1분에 3만원씩 올라가는 전광판 숫자에 환호성을 내지른다.

지난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8부작 시리즈 ‘더 에이트 쇼’는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러운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여한 8명의 이야기다. 영화 ‘관상’(2013), ‘더 킹’(2017), ‘비상선언’(2022)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의 드라마 데뷔작으로, 배진수 작가의 웹툰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을 각색해 만들었다. 공개 직후 넷플릭스 국내 톱10 시리즈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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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곧 돈이 되는 상황에서 ‘더 에이트 쇼’의 흥미로운 지점은 층별로 나뉜 불평등한 조건이다. 높은 층일수록 시간당 쌓이는 액수나 방의 크기가 커진다. 2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 감독은 “(층의) 숫자는 계급을 상징한다”면서 “‘인간은 비교하기 때문에 불행하다’는 원작의 메시지가 중요한 핵심이었다. 남보다 더 잘 살려고 하는 인간의 욕망 때문에 자본주의가 돌아가고, 계급의 격차가 발생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방마다 조건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불행은 시작된다. 분당 34만원을 버는 8층에 입주한 여자(천우희)는 낮은 체감 물가에 마음껏 소비하며 식음료 배분 등 권력을 손에 쥔다. 층마다 조건은 다르지만, 8명은 최대한 오랜 시간을 버텨 많은 상금을 받아내겠다는 공통의 목적이 있다. 이에 다리가 불편한 1층 남자(배성우)는 자신의 방을 쓰레기 창고로 내놓는 등 층수가 낮을수록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더 에이트 쇼’는 기존 서바이벌 장르와 다르다. 사회에서 실질적으로 느끼는 계급의 현실을 작품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또 긴장과 이완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점에서 장르적 재미 역시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봤다.

제한된 공간에서 여러 사람들이 상금을 두고 게임에 참여한다는 설정 탓에 ‘오징어 게임’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한 감독은 “원작인 ‘머니게임’이 (‘오징어 게임’보다) 더 먼저였기 때문에 도덕적인 고민은 없었다”고 못박았다.

폭력성과 선정성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 한 감독은 “폭력적인 장면을 봤을 때 쾌감을 느꼈는지 묻고 싶다. 불편하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이어 “자극으로 친다면 더 큰 재미를 줄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폭력 장면에 대해) 시청자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게 함으로써 폭력을 옹호하지 않으려는 의도였다”고 말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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