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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추워요” “아니, 더워요”…초여름 대중교통 몇 도가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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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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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 얇은 겉옷을 꼭 가지고 다녀요.”



서울 한낮 최고기온이 26도를 웃돈 23일, 관악구에 사는 배아무개(27)씨는 집을 나서며 가방에 겉옷을 챙겼다. 무더운 한여름을 나는 배씨의 필수품이 ‘겉옷’인 이유는 과도한 대중교통 냉방 때문이다. “공기가 차가워서 코가 아파 가끔 마스크를 끼기도 한다”는 배씨는 “좀더 명확한 대중교통 실내온도 규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위가 시작되며 냉방기 가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대통교통에는 명확한 실내 온도 기준이 없어 승객과 운전 기사 모두 불편을 겪고 있다. 건강을 위한 실내 적정온도는 24~26도로, 기후 변화 영향 등을 고려했을 때도 과도한 냉방은 삼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지만, 승객 민원이 만만찮다는 게 대중교통 기사들의 고민이다.



지하철 7호선 신찬우 기관사는 2주 전 난감한 일을 겪었다. 운행을 마친 뒤 한 승객이 기관실까지 찾아와 ‘너무 더워서 땀을 뻘뻘 흘렸다’며 신씨에게 화를 낸 것이다. 신씨는 “내부 온도를 항의하려고 비상전화 버튼을 누르시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운전을 하다가 깜짝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시에서 서울 강남구 강남역을 오가는 2층 버스 3008번을 운행하는 ㄱ씨도 “승객들이 운전석까지 내려와 항의하는데, 특히 고속도로를 달릴 때 말을 걸면 위험해 여름철 가장 큰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서울 지하철 고객센터에 접수된 민원 가운데 77%가 냉난방 관련 민원이었다. 문제는 대부분 대중교통에 명확한 실내온도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은 공공기관 건물과 연간 에너지사용량 2천 티오이(TOE, 원유 1톤에 해당하는 열량) 이상 건물에 한해 냉방 26도 이상, 난방 20도 이하를 규정하지만, 대중교통은 따로 규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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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서울 동작구 사당역을 운행하는 광역버스 7001번 냉방기에 ‘23℃ 이하 온도 설정 금지’ 안내가 붙어 있다. 기사 임아무개(58)씨는 “운송사에서 연비 저하를 막기 위해 이런 권고 기준을 만들었다”면서도 “승객들 요청에 실제로는 18∼20℃로 놓고 운행한다”고 말했다. 김채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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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는 서울 지하철 냉방온도를 24∼26도 사이에 두도록 권하는데, 현실과 거리가 있다고 한다. 신 기관사는 “승객이 많으면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21∼22도에 맞춰 놓고 운행하는 편이다. 붐비는 출퇴근 시간에는 무조건 가장 강하게 냉방을 가동한다”고 설명했다. 실내온도 기준이 따로 없는 버스의 경우 승객 요구에 맞추기 힘들어 무조건 ‘18도 강냉방’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건강을 위해서라도 과도한 냉방 대신 최적 온도로 실내 온도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박준석 한양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여름 기준 24∼26도 사이일 때 성인의 80%가 쾌적함을 느낀다는 게 학계 연구 결과”라며 “실외와 실내 사이 온도 차이가 5도를 넘어서면 냉방병의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승객 요구에 일일이 맞추기 힘들어 ‘무조건 강냉방’을 트는 것이 과도한 에너지 낭비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에너지공단 자료를 보면, 자동차 냉방 가동 시 최대 31%까지 연비가 나빠진다. 이주연 엘지전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은 냉방을 강하게 트는 경향이 있는데, 출퇴근시간과 한낮 외에는 냉방을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냉난방 온도를 1도만 조절해도 환경에 큰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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