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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7월 4일, 英 미래 선택의 날"···수낵, 조기 총선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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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추락에 '깜짝발표'

"경제지표·일정 나쁘지않다’ 판단

6주내에 20%P 만회 쉽지않아

“14년만에 노동당 집권” 관측

영미권 언론들 "도박" 평가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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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7월 4일 차기 정부를 구성할 총선을 치른다. 지지율이 ‘역대급’으로 떨어지면서 입지가 좁아진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판세를 뒤집기 위해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내 들면서다. 물가 등 경제지표를 비롯해 향후 예정된 정치적 일정을 고려할 때 이른 시기에 총선을 실시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노동당에 비해 20%포인트 이상 뒤처진 지지율을 만회하기에는 6주라는 기간이 짧은 만큼 ‘도박’ 수준의 승부수를 던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낵 총리는 22일(현지 시간) 총리 관저인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앞에서 “영국이 미래를 선택할 순간”이라며 7월 4일 총선을 치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수낵 총리가 이날 꺼내 든 ‘조기 총선 카드’는 집권당 안에서도 예상치 못한 깜짝 발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영국 하원은 법적으로 5년의 임기가 보장되지만 총리가 조기 총선을 결정할 수 있다.

영국은 2019년 12월에 총선을 치렀던 만큼 10월 또는 11월께 총선이 유력하게 점쳐졌다. 하지만 이날 수낵 총리는 이보다 석 달 정도 앞당겨 선거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전격 발표했다. 총선에서 보수당이 지면 수낵 총리는 물러나야 한다.

영미권 언론들은 수낵 총리의 조기 총선 카드를 ‘도박(갬블링)’ ‘베팅’ 등의 표현을 써가면서 모험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보수당 지지율이 좀처럼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올해 5월 13일 기준 보수당 지지율은 22.9%인 데 반해 노동당의 지지율은 44.2%로 20%포인트 이상 벌어져 있다.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취임 45일 만에 사임한 2022년 10월 당시 지지율(23.9%)보다도 떨어지며 지지층 이탈이 심각한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의 어떤 집권당도 선거를 앞두고 이렇게 큰 격차를 극복한 적이 없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수낵 총리는 7월 조기 총선을 통해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최근 발표되는 경제지표가 집권당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은 지난해 3·4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해 기술적 경기침체에 빠졌지만 올 1분기 성장세를 회복하면서 침체에서 벗어났다. 여기에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21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인 2.3%로 떨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물가가 이어졌지만 점차 완화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날 수낵 총리는 “우리 경제는 누구의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힘겹게 얻어낸 경제적 안정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보수당 정부뿐”이라고 강조했다.

예정된 정치 일정도 여름 총선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판단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영국은 불법 이민자를 르완다로 보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올여름 첫 르완다행 항공기가 이륙할 것으로 전망된다. 불법 이주자 문제는 이번 영국 총선에서 경제 문제와 함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권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보수 지지층을 향해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다 연말로 가까워질수록 대규모 정부 지출이 예상되는 만큼 기다려봐야 나을 것이 없다는 게 수낵 총리의 판단으로 보인다. 텔레그래프는 “모든 것을 고려해볼 때 7월이 가장 덜 나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수낵 총리가 여러 변수를 고려해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현지 언론들은 노동당의 집권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노동당이 승리하게 되면 고든 브라운(재임 기간 2007~2010년) 이후 14년 만에 정권을 잡게 된다. 차기 총리 유력자로 거론되는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이날 “더 나은 미래와 공동체, 나라를 위한 변화의 기회”라며 조기 총선을 환영했다. 스타머 대표는 인권변호사와 검찰 등을 거친 법조인 출신 정치인이다. 골드만삭스 등을 거치며 경제 전문가 이미지가 강한 수낵 총리와는 대비된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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