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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단독] 반도체 유리기판 내년 양산…"데이터 속도 높일 게임체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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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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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반도체 소재·부품 업체로는 최초로 SKC의 투자회사 앱솔릭스에 보조금 1000억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은 유리기판이 반도체 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핵심 부품임을 인정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한 앱솔릭스가 유리기판 시장을 이끌어 나갈 기업이라는 것을 미국 정부가 사실상 보증해줬다는 점에서 향후 유리기판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반도체지원법 보조금은 반도체 유리기판 생산 기업인 앱솔릭스의 투자와 기술을 위한 노력을 인정한 것"이라며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을 놓고 전 세계가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유리기판 기술 경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23년부터 본격적인 AI 시대가 열리면서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고성능 반도체 칩 경쟁에 뛰어들었다. AI 성능을 평가하는 바로미터 중 하나가 연산과 추론을 담당하는 고성능 반도체다. 이 때문에 한층 빠르고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처리해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한 AI 반도체 칩 전쟁에 불이 붙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 반도체 칩 집적화와 미세 공정 고도화의 한계에 부딪히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이어졌다. 최근 주목받은 기술이 기존 플라스틱기판 대신 유리기판을 사용하는 것이다.

유리기판은 플라스틱보다 크고 매끈한 기판을 얇고 평평하게 만들 수 있어 더 많은 회로나 장치를 올릴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전송 데이터 손실이 작고 고속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어 효율적인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다.

이러한 특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생성형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류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AI 기술에 최적화돼 있다는 평가다. IBM에 따르면 2020년 생산된 디지털 정보량이 하루 평균 25억기가바이트(GB)였는데, 2025년에는 하루 평균 175조GB의 정보가 생산될 것으로 추정된다.

유리기판 사업을 타사 대비 3년 정도 먼저 시작한 앱솔릭스는 그동안 축적한 기술 노하우와 대량생산 역량을 이번 미국 정부 보조금 수령을 계기로 더욱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앱솔릭스는 미국 조지아주에 3억달러를 투자해 지은 제1공장의 성능 테스트와 시험 운전을 올해 중 마무리 짓고 내년 상반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한다. 또한 소규모 생산(SVM)을 택한 제1공장에 이어 제2공장은 대규모 생산(HVM) 방식으로 시장 장악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미 내로라하는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제2공장은 연간 1만2000㎡를 생산할 수 있는 제1공장 대비 5~20배가량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앱솔릭스 관계자는 "주요 반도체 기업들과 협력 모델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시장 기대가 큰 만큼 향후 증설 규모 등과 관련해 다양하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SKC는 앱솔릭스의 양산 준비와 함께 미국 패키징 기술 기업 치플레츠에 투자하는 등 현지 생태계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시장을 직접 공략하고 있는 만큼 산학 협력을 바탕으로 한 인력 수급도 확대한다. 미 조지아텍과 기술 협력을 이어온 앱솔릭스는 현지 대학 등과 협력해 전문인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앱솔릭스가 유리기판 분야 리더십을 주도해 나갈 경우 SK하이닉스와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SK하이닉스는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데다 유리기판 기술까지 접목할 경우 더욱 강력한 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리기판에 다른 국내외 기업들도 뛰어들고 있는 만큼 진검승부는 이제 시작이란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도 잇달아 유리기판 사업에 뛰어들었다. 인텔·AMD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 역시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유리기판 생산과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해 9월 유리기판을 적용한 반도체 시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추동훈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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