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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세계 어디든 K뷰티 판매대행…주가 9배↑ [화제의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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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투


1만5500원 → 2만7000원.

최근 한국투자증권이 상장사 실리콘투의 목표주가를 조정한 금액이다. 비슷한 시기 보고서를 낸 신한투자증권도 실리콘투를 ‘넘사벽 성장률, 북미 최대 수혜주’라 극찬했다. 증권가 호평이 이어지는 배경에 빼어난 실적이 자리한다. 올해 1분기 실리콘투는 매출액 1499억원, 영업이익 29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8.4%, 297.1% 증가한 수치다. 증권가 추정치 대비 매출은 36.3%, 영업이익은 119.3% 뛰어넘은 깜짝 실적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지난해 478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이번 1분기 실적이 어느 정도 선전인지 알 수 있다.

실리콘투 어떤 회사

반도체 유통하다 K뷰티로

창업자는 김성운 대표.

매경이코노미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 (실리콘투 제공)


2001년 창업할 때만 해도 주력 사업은 화장품이 아니었다. 사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 반도체를 유통하기 위해 만든 회사다. 그때만 해도 반도체, 특히 메모리반도체가 전 세계적으로 호황이었다. 국내 대기업에서 물건을 떼다 해외에 팔기만 하는 것만으로 창업 5년 만에 매출 500억원대를 기록했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고 반도체 사이클도 하향 곡선을 긋자 회사가 어려워졌다. 여기에 더해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메모리반도체 수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당시 실리콘투 협력 업체는 해외 중소 전자사전, 디지털카메라, MP3 회사 등이었는데 아이폰 등장 이후 이들 회사가 차례차례 쓰러졌다. 실리콘투에도 역시 위기가 찾아왔다.

2010년 이후 아예 업종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에 해외에서도 통하면서 원가율이 낮은 아이템을 찾아봤다. 화장품이 제격이었다. 이때부터 화장품 유통, 그것도 다양한 K뷰티 브랜드를 해외로 들고 나가서 대신 팔아주는 회사, 즉 글로벌 벤더 사업을 시작했다. 중국 수출이 크게 늘면서 화장품 사업은 단기간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 더해 2017년부터는 중국 한한령 때문에 다시 한번 실리콘투에 기회가 왔다. 중국 외 다른 나라로 진출하려는 K뷰티 회사 수요가 많아지면서다. 반도체 유통 덕분에 일찌감치 미국, 동남아, 유럽 지역 거점을 확보해둔 실리콘투는 현지 유통 채널에 K뷰티 제품을 제안하면서 차별화했다.

그러면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당시 국내에서 생소한 브랜드였던 코스알엑스, 조선미녀, 마녀공장 등이 중국 외 시장에서 선전하기 시작했다. 2022년 204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코스알엑스만 해도 지난해에는 매출액 4667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고 영업이익 역시 1153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실리콘투와 함께 성장한 조선미녀(구다이글로벌) 역시 2022년 매출 413억원, 영업이익 142억원짜리 회사에서 지난해는 매출 1395억원, 영업이익 689억원을 기록, 극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이런 여러 협력 업체 실적 덕에 지난해에만 실리콘투 매출액은 3428억원, 영업이익 478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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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역시 급등세다. 지난해 5월 3000원대를 기록했던 주가가 올해 5월에는 2만7000원 선을 오르내린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실리콘투 예상 매출액을 5400억원, 영업이익률은 두 자릿수를 내다본다.

깜짝 실적 NO…원래 실력!

해외 물류창고 투자가 결실

실리콘투의 호실적 비결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북미로 수출하는 한국 인디 뷰티 브랜드가 급증하면서 호실적을 달성했다”며 “매출 상승률 이상으로 마진 개선이 높았던 것은 제품 매입 단가 협의 시 브랜드 대상으로 실리콘투가 협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단순히 1분기 깜짝 실적 정도가 아니라 연간으로 놓고 봐도 실리콘투 실적은 뚜렷한 우상향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실리콘투는 다양한 브랜드를 다양한 국가에서 판매하기 때문에 실적 안정성이 매우 높다”면서 “미국 등 대부분 국가의 소비 성수기가 하반기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회사 측 입장은 어떨까.

김성운 대표는 실적 호조 관련 “미국, 유럽,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 물류, 인프라, 유통 채널 등 이미 투자해둔 해외 지사 인프라 효율이 극대화됐고 물류비 믹스로 운송비 효율성이 크게 개선돼 전반적으로 비용 증가가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물류 믹스란 물류 인프라와 발주 시스템의 경우 전산을 통해 실시간 재고 확인과 송장 발송이 가능한 시스템을 뜻한다. 회사 측은 “타사 대비 배송 기간, 물류비 절감 측면에서 경쟁력 우위에 있다”고 소개했다.

신규 브랜드 선전도 손꼽는 비결 중 하나다. 지난해부터 실리콘투는 아누아, 믹순, 라운드랩 제품을 대행하기 시작했다. 이들 브랜드가 미주(동부, 서부 2곳), 유럽(폴란드, 네덜란드) 법인 등의 매출 상승을 주도하면서 동반 성장 구도를 구축했다.

회사 측은 “여전히 성장 여력이 남아 있다”고 강조한다. 그 이유로 해외 법인 매출 성장이 아직 초기 단계며 중동, 남미, 인도 등 개척하지 못한 신규 시장이 많아서라고 밝혔다. 김성운 대표는 “올해 설립된 베트남 법인도 신규 매출 기여도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실리콘투의 대표 플랫폼 ‘스타일코리안’이 K뷰티의 해외 진출 플랫폼으로 확고한 인지도, 경쟁력을 갖췄고 이를 계속 실적으로 입증하다 보니 쏠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분석된다.

김성운 대표는 “해외 진출 국가, 지역을 K뷰티 회사가 고르면 여기에 따라 현지 맞춤형 전략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호응이 높다”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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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K뷰티 브랜드의 해외 진출 플랫폼인 실리콘투의 ‘스타일코리안’.


위험·위기 요인은?

미중 무역 갈등, 운송비 상승은 변수

물론 실리콘투도 변수가 없지 않다.

K컬처가 지금은 붐이지만 언제든 꺾일 수 있다는 점은 항상 변수다. 더불어 중국 내 자국우선주의 사태처럼 각 국가별로 관세, 허가 등 보이지 않는 무역 장벽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실리콘투 입장에서는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더불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운송비가 올라가면 영업이익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살펴야 할 점이다.

김성운 대표는 “여러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대외 환경이 각 K뷰티 회사에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오히려 효율성이나 해외 네트워크에서 강점이 있는 실리콘투와 협력하는 것이 K뷰티 업체 입장에서도 유리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더 많은 브랜드가 우리에게 록인(LOCK-IN·자물쇠) 되는 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실리콘투는 K뷰티 일변도의 사업에도 조만간 변화를 줄 계획.

해외에서 점차 각광받기 시작한 K건기식(건강기능식품), K푸드, 생활용품·보디 제품 등으로 제품 카테고리를 확장하면서 매출처 다변화를 꾀한다는 복안이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0호 (2024.05.22~2024.05.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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