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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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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없이도 사는법]김호중 구속여부 가를 ‘위험운전 치사상’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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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뺑소니 혐의와 음주 운전 의혹을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21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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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호중씨가 24일 소속사 대표 등과 함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습니다. 김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쯤 음주 상태로 차를 몰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났습니다. 소속사 대표 이광득씨는 사고 뒤 김씨 매니저에게 옷을 바꿔입고 운전자인 것처럼 허위자수할 것을 지시했고 본부장 전모씨는 김씨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김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위험운전치상과 도주치상, 도로교통법(사고 후 미조치)입니다. 술에 취해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고 도주했다는 내용입니다. 이중 가장 핵심적인 혐의인 위험운전치사상은 도로교통법의 음주운전과는 그 내용이 차이가 있습니다. 특가법 5조의 11 (위험운전 등 치사상)은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차를 운전해 사람을 다치거나 죽게 한 경우를 처벌합니다. 혈중알코올농도 0.03%를 요건으로 하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과는 달리 기준수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임을 수사기관이 입증해야 합니다.

음주운전 대신 위험운전치사상이 적용된 가장 큰 이유는 김씨가 사고 후 17시간이 지나 경찰에 출두했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혈중알코올농도가 측정되기 어려울 정도로 시간이 지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사고 당일 김씨가 마신 술의 양과 사고에 미친 영향을 두고 진실게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씨는 22일 경찰 조사에서 “식당에서 소주를 섞은 폭탄주 1~2잔, 유흥주점에서는 소주 3~4잔만 마셨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김씨가 사고 당일인 9일 술을 여러 병 마셨던 것으로 파악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씨는 이날 오후 4시쯤 스크린골프장에서 술과 음식을, 6시쯤 음식점에서 2차로 음식과 소주 7병 맥주 3병을 시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오후 7시 40분쯤 유흥주점으로 가서 11시 40분쯤 사고가 났기 때문에 각각의 장소에서 마신 술의 양이 김씨가 주장하는 음주량보다 훨씬 많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음주로 인해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임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까요. 교통사고 전담부서 부장검사를 지낸 이동언 변호사(법률사무소 인피니티)는 “혈중알코올농도가 요건은 아니더라도 대략적인 음주량은 증명이 돼야 하고, 거동이 어려울 정도로 술을 많이 마셨다는 등의 동석자 진술 등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경찰은 김씨와 스크린골프를 치고 식사를 한 유명 개그맨, 식사 후 유흥주점에도 동석한 유명 래퍼를 조사했습니다. 따라서 이들이 김씨의 음주량이나 당시 주취상태를 어떻게 진술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음주량과 체격 등을 기초로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산(逆算)하는 ‘위드마크’공식을 적용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또한 김씨 음주량을 알아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음주량은 개인별로 차이가 크기 때문에, 김씨와 래퍼, 개그맨이 각자 마신 술의 양을 알지 못한다면 ‘N분의1′을 할 수는 없습니다.

김씨 사건이 공분을 산 것은 음주사고 자체보다는 그 뒤의 늑장출두나 운전자 바꿔치기, 블랙박스 메모리 제거 등 증거인멸 행위 때문입니다. 소속사 대표와 본부장이 증거인멸로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이런 행위는 실무상 구속가능성이 높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작 김씨에게 이들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소속사 대표는 운전자 바꿔치기를 자백했지만 김씨가 이런 행동을 부탁했거나 관여한 사실이 현재까지는 드러나지 않아서가 아닐까 합니다. 입증이 덜 된 상태에서 구속영장에 포함시켰다가 영장이 기각되면 이후 수사에도 지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죄명에 포함되지 않았더라도 구속의 요건인 ‘증거인멸’ 내용으로 김씨가 경찰 연락을 받지 않다 17시간 지나 출두한 점 등을 주장할 수는 있습니다. 또 구속영장 청구로 수사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추가 수사를 통해 기소가 이뤄질 부분이어서 ‘증거인멸’ 포함 여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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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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