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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尹·홍준표 안 가리고 때린다…개딸 닮아가는 '한동훈 팬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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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2대 총선 다음날인 지난달 11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비대위원장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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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총선백서특위 위원장인 조정훈 의원은 최근 “‘조타이레놀’은 당을 나가라”는 문자폭탄에 시달렸다. 지난달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오찬초청을 거절하자 조 의원은 “타이레놀 두 알 먹고라도 만났어야 했다”고 지적했는데, 이후 비난성 문자가 쏟아진 것이다.

#. 최근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는 “홍준표 대구시장을 징계해달라”는 글이 수십개 올라왔다. 홍 시장이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있는 한 전 위원장을 비판하자 “해당(害黨)행위를 했다”는 이유다. 한동훈 팬카페 ‘위드후니’ 회원들은 팬카페 게시판에 ‘홍 시장 징계요청’ 글을 올린 뒤 인증샷을 서로 공유하면서 집단행동을 독려하고 있다.

‘대깨문’(문재인 지지자), ‘개딸’(이재명 지지자) 등 야권에서 나타났던 정치인 팬덤의 병리적 현상이 여권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한동훈 전 위원장 지지자들의 집단 행동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친윤계 의원은 “우리편 맹목적 지지, 반대편 집단 린치는 초기 개딸과 유사한 패턴”이라고 지적했다.

한동훈 지지자의 주된 활동무대는 팬카페 ‘위드후니’다. 위드후니 가입회원은 23일 현재 약 7만1500명으로 한달 전 3만명에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들은 한 전 위원장을 ‘후니님’ ‘후니위원장’으로, 자신들은 ‘훈붕이’(남성) ‘훈붕순이’(여성)라 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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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여의도 국회 헌정회관 앞에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대거 놓여있다. 한동훈 지지자들이 보내온 것으로 한 전 위원장의 정치복귀를 응원하는 내용이다. 5월 23일 현재는 모두 철거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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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들은 ‘당원가입 인증운동’에 나서고 있다. 총선 직후인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23일까지 1600여명이 “당원 가입을 했다”며 인증글을 올렸다. 전당대회 대표 선출규정은 현재 당원 100%인데 한 전 위원장이 출마할 것을 대비하겠다는 취지다. 이들은 “당원가입은 ‘후니님’에게 최고의 선물”, “전당대회 투표권을 반드시 행사할 것”이라고 썼다.

한 전 위원장의 잠재적 경쟁자나, 그의 전당대회 출마를 비판하는 정치인은 표적 대상이 된다. 디씨인사이드의 ‘한동훈 갤러리’에는 ‘댓방’(댓글방어)이라는 글이 하루에도 여러 개 올라왔다가 30분~1시간 만에 삭제되곤 한다. 정치기사 링크를 거는 ‘좌표 찍기’를 한 뒤 댓글이 달리면 증거를 없애기 위해 ‘댓방글’을 없애는 식이다. 실제로 지난 22일 댓방글에 걸린 『“더 빨리 나가라” 친윤 공세에, “尹 찐드기들이” 홍준표 맞불』이란 기사에는 30분 만에 “늙은 세자 홍준표는 탈당하라”는 식의 비난 댓글 90여개가 순식간에 달렸다.

‘윤·한 갈등’의 맞상대인 윤석열 대통령도 이들의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 한동훈 갤러리는 지난 20일 “갤러리의 모든 구성원은 선거기간 국민의힘 총선승리를 방해한 윤 대통령이 빠른 시일내 자진 탈당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는 온라인 성명을 발표했다. 팬카페에는 윤 대통령 부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이 여럿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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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팬카페 '위드후니'에 올라온 네이버 총공(총공격) 관련 글. 특정 시간대에 '한동훈' 검색어를 입력해 한 전 위원장 관련 기사나 글이 상단에 위치하게끔 하기 위한 집단행동이다. 네이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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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 위원장에게 호의적인 여론이 형성되게 하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팬카페에는 지난 7일부터 매일 “네이버 검색 총공합니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특정 시간대에 30분간 ‘한동훈’ 검색어를 친 뒤 기사·블로그 글을 15초 동안 정독하라는 내용이다. 이를 수십차례 반복해 한 전 위원장 관련 기사가 상단에 위치하도록 하려는 조치다.

한동훈 갤러리는 지난 11일 서울 양재도서관에서 분홍색 골전도 이어폰을 낀 채 책을 읽는 한 전 위원장의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여권 관계자는 “공개활동이 자유롭지 않은 한 전 위원장을 대신해 지지자들이 사실상 ‘목격담 정치’를 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팬클럽 회원 출신 여권 인사는 아예 공개적으로 ‘한동훈 옹위’에 나섰다. 박상수 변호사(인천 서갑 조직위원장)는 21일 종편 유튜브에 출연해 “한 전 위원장은 민주당에 맞설 큰 무기”라고 했다. 지난 17일 페이스북엔 “조정훈 의원은 특위 위원장에서 물러나라”는 글도 썼다. 박 변호사는 지난해 6월부터 팬카페에서 활동했고, 총선에선 인천 서갑 단수공천을 받았다. 여권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를 옹위한 대가로 공천을 받은 대장동 변호사나 친명 정치인과 개낀도낀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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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인사이드 '한동훈 갤러리'에 지난 11일 올라온 한동훈 전 위원장의 모습. 글쓴이는 ″푸른 잔디 위에 서 있는 한동훈이 너무 보고싶었다″고 썼다. 디시인사이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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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는 “개딸로 대표되는 정치인 팬덤 현상이 ‘디지털 포퓰리즘’를 부추기고 있다”며 “개딸에 비하면 조직력에선 약하지만, 여권의 팬덤 현상도 결국엔 정치 퇴보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 팬덤 현상은 2015년 민주당이 온라인 당원제를 도입하면서 본격화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국민의힘도 미래통합당 시절 온라인 당원제를 받아들였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인이 팬덤없이 큰 선거에서 승리하기는 어려워진 게 현실”이라며 “다만, 강성 팬덤에만 귀를 기울이면 민심과 멀어질 수 있다는 점은 딜레마”라고 말했다.

김효성·이창훈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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