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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독립주의자"라던 라이칭더, '현상유지' 약속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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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신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라이칭더가 세운 대만정치사의 몇 가지 기록

16대 대만 총통 라이칭더(賴淸德)의 취임식이 5월 20일 총통부에서 거행됐다. 1996년 최초의 민선총통이 선출된 뒤 2000년 민진당 소속 천수이볜(陳水扁)이 총통에 당선되어 첫 번째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2008년 마잉주(馬英九)의 총통 당선으로 국민당이 재집권했다. 2016년 다시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蔡英文)이 집권했다.

라이칭더는 그간 8년을 주기로 정권이 교체됐던 '저주'를 푼 첫 번째 총통이자 부총통 신분으로 총통에 당선된 첫 번째 사례이다. 라이칭더는 또한 첫 번째 의사 출신 총통으로도 기록되고 있다. 최초의 민선총통인 리덩후이(李登輝) 이래 이전 네 명의 총통이 모두 대만대학 출신이었다. 라이칭더의 취임으로 대만대학 출신이 총통을 독차지했던 기록도 이어졌다.

대만독립주의자 라이칭더 취임사에 쏠린 관심

라이칭더는 오래 전부터 대만 독립을 궁극적 목표로 삼아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공언했다. 전임 총통 차이잉원보다 독립적 색채가 더욱 강한 그가 총통에 당선된 뒤에도 양안의 현상이 유지될 수 있을까하는 우려를 갖게 하는 부분이었다.

10여 년 전 상하이를 방문했을 때 라이칭더는 대만독립은 민진당의 일관된 주장이자 대만 사회의 공통된 인식임을 강조했다. 행정원장 재임 시 입법원에서 행한 공개답변에서는 자신을 '대만독립을 주장하는 정치인'이라고 자칭했다.

총통 후보시절에는 공개적으로 "대만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양안문제와 관련하여 라이칭더의 취임사에 어떤 내용이 담길 것이지 취임 전부터 지대한 관심이 집중된 것은 당연했다.

중화인민공화국의 존재 인정

라이칭더의 취임사 전문에는 중화민국이 9차례, 대만이 84차례 언급됐다. 주목되는 것은 중국도 7차례 언급됐다는 점이다. 2016년 5월 20일 취임사에서 차이잉원은 '이 나라' 혹은 '대안(對岸)' 등 용어로 중국을 대신 칭했지 단 한 차례도 직접 중국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전 총통들이 대륙, 대안으로 중국을 칭했던 것과는 달리 라이칭더가 취임사에서 직접적으로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은 예속관계에 있지 않다고 언급한 것은 사실상 중화인민공화국의 존재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존재를 분명히 인정한 것은, 상대적으로 대만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강조한 것이다.

경선기간 라이칭더는 차이잉원의 양안정책을 따르겠다고 약속했다. 차이잉원이 '북경당국' 혹은 '대안'으로 중국을 지칭했던 것은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두 정치실체가 병존하고 있는 현실을 부각시키지 않으려는 것이었다.

라이칭더가 직설적으로 중화인민공화국의 존재를 인정한 것은, 중국도 중화민국의 존재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대만은 중화민국의 또 다른 국가명칭'이라는 라이칭더의 취임사는, 중화인민공화국을 외국으로 간주한 '신양국론'의 등장을 의미한다.

프레시안

▲ 20일(현지시각) 라이칭더(오른쪽) 신임 대만 총통 취임식이 열렸다. 라이칭더 신임 총통이 차이잉원 전 총통과 함께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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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향한 호소와 바람

대만해협 양안의 미래가 세계정세의 변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요소임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바이다. 민주 대만이 평화의 조타수가 되어 현상유지를 위해 묵묵히 나아가겠다는 라이칭더의 발언은 일단은 '독립'과 같은 극단적 선택으로 중국을 자극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으로 보인다.

현상유지를 약속함과 동시에 라이칭더는 대만을 향한 유무형의 공격과 협박을 중지할 것을 중국 측에 호소했다. 라이칭더는 취임사에서 대만해협 및 구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여 세계를 전쟁의 공포와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양안이 함께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라이칭더의 호소와 제안은 세계평화를 위해 중국이 더 이상 대만에 대한 공격적 태도를 자제할 것을 요구하는, 현재 상황에서 던질 수 있는 가장 강한 메시지일 것이다. 대만해협의 평화유지는 양안의 공존공영을 위한 전제이자 피차 공동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라이칭더는 중화민국 존재 사실을 인정하고, 대만인민의 선택을 존중하며 대만인민이 선택한 합법적 정부와 대등‧존엄의 원칙하에 대항 대신 대화를, 제재 대신 교류를 진행할 성의를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중국의 반응

세계 중요 언론사들이 경쟁적으로 라이칭더 취임 관련 소식을 보도하고 있을 때, 중국정부는 어떠한 성명도 내놓지 않았다. 라이칭더 취임사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20일 오후 4시에야 공개됐다.

대만사무를 담당하는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성명에서 라이칭더를 '대만독립주의자'로 칭하고 그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다. 취임사에 대해서는 '본색을 드러냈다'고 표현한 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만한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예상 밖으로 거의 무관심에 가까울 정도의 반응을 보인 것이다. 중국은 말 보다는 행동으로 라이칭더의 취임사에 답했다.

5월 23일 중국 인민해방군은 당일 오전 7시 45분부터 24일까지 대만해협, 대만 본도와 주변도서를 범위로 육해공군과 미사일부대의 연합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동부전구 대변인은 이번 훈련은 독립을 획책하는 대만 분열세력에 대한 징계이자 대만문제에 간여하려는 외부세력에 대한 엄중한 경고의 성격을 지닌다고 했다.

대만해협의 안정은 세계평화의 보장

내년은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지 80년이 되는 해이다. 라이칭더가 취임사에서 강조했듯이 평화는 그 값을 매길 수 없는 것이다. 반세기동안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대만은 세계대전 종식과 더불어 조국의 품에 안기게 됐다. 부흥을 위한 각고의 노력 끝에 오늘날과 같은 발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 중국의 군사행동과 주변국에 대한 회색협박은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최대의 전략적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대만의 전략적 위치는 매우 중요하여 세계 지연정치 발전과 핵심적 연동관계에 있다. 국제사회 고도의 공식으로 자리했듯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전 세계 안전과 번영에 불가결한 요소이다. '묵묵히 현상유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라이칭더의 약속과 바람이 실현된다면, 더 이상 대만해협의 위기는 없을 것이다.

[김영신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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