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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여성단체 “돈만 내면 되나”…‘성폭행·살인 미수 23년 감형’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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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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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에서 징역 50년을 선고받은 ‘대구판 돌려차기’ 피고인이 2심에서 27년을 선고받은 것에 대해 여성단체가 납득할 수 없는 감형사유라며 규탄하고 나섰다. 특히 재판부가 감형사유로 피해자 지능이 5살에서 중학생으로 호전됐다는 사실과 함께 ‘피해자 동의없는’ 공탁까지 고려했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24일 성명을 내어 “가해자인 피고인을 대변하는 대구고법 형사1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법원 감형 사유를 간추리면 ‘피고가 잘못을 인정하고 있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으며, 피해자가 호전된 점’”이라며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부분에서 하루아침에 삶이 파괴된 피해자들도 동의하는지 묻고 싶다. 반성은 당연하지 감형 사유가 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또 “경찰 등 수사결과를 보면 피고인은 범행 4일 전부터 범행도구를 준비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확히 성범죄를 목적으로 피해자 집에 침입했고 피해자들에게 잔인하게 흉기를 휘둘렀다. 누가 봐도 우발적 요소를 찾을 수 없다”고 짚었다. 이어 “형사공탁은 피해자 입장과는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진다. 대부분 판례에서 이를 양형에 참작한다. 결국 돈만 내면 감형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사법부가 주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 단체는 “이번 판결은 재판부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있어 얼마나 인식이 부족한지, 심각성이나 경각심이 없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표적 판결”이라며 “가해자를 대변하는 듯한 사법부의 판단에 국민은 전혀 공감할 수 없다. 잔혹하고 심각한 범죄에 강력한 처벌로 정의 구현해 사법부 역할을 제대로 다할 것을 요구한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상식적 판결,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한 판결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대구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성욱)는 지난 23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상해)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0년을 선고받은 ㄱ(29)씨에게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7년을 선고했다. 중형에 처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면서도, ㄱ씨가 피해자를 위해 1억원을 형사공탁 했고 피해자들의 후유증이 미약하나마 상태가 호전됐다는 등 이유에서다.



ㄱ씨의 범행으로 한 피해자는 저산소성 뇌 손상에 따른 영구적인 뇌 손상 장애로 사회 연령 만 11살 정도로 살아가게 됐고, 또다른 피해자는 손목 동맥이 끊어지고 신경이 손상되는 상해를 입었다. 특히 형사공탁은 피해자 피해 회복을 위해 피고인이 법원에 일정 금액을 내는 것으로 감형 사유 가운데 하나다. 2022년 공탁 방식을 간소화한 ‘형사공탁특례제도’가 시행된 뒤 피해자 동의 없이 공탁을 한 가해자가 감형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피해자 의사 확인 절차가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있어 왔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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