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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무료배달 생색은 배민이, 비용은 우리가”… 음식점주·배달기사 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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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본사 앞 '무료배달' 부작용 항의
기사들 3000원 이하 콜 거부 운동도
한국일보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몽촌토성역 앞에서 열린 배달대행 약관 불이익 변경, 배달의민족 규탄 라이더단체 공동 행동에서 배달기사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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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몽촌토성역 앞. 배달의민족(배민) 본사 앞에 오토바이 200여 대가 모여들었다. 이들은 배민의 배달요금 정책에 반대하는 배달기사(라이더)들이다.

이날 행사엔 기사들뿐 아니라 음식을 제공하는 점주들도 함께했다. 이들 역시 배민의 정책 때문에 손해를 본다고 주장한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은 "그간 상점주와 기사들은 쉽게 연대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누가 우리를 쥐어짜는지 알게 되어 힘을 합치게 됐다"고 말했다.

배달 음식을 전달할 때나 몇 초 정도 만나는 게 전부였던 점주와 기사들. 시간이 돈인 그들이 의기투합해 배민 본사 앞에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양쪽에서 공통적으로 지목하고 있는 '원흉'은 무료배달 정책이다. 배민,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업체들의 치열한 무료배달 경쟁 불똥이 자신들에게 튀고 있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배달기사들은 뭐가 불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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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원 이하 콜 거부 운동을 알리는 포스터. 배달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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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에 왔던 '배달 전성시대'가 끝나면서, 배달기사들은 업체들의 갑질에 숨을 쉴 수 없다는 성토를 계속한다.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은 "배민이 B마트 구간배달 정책을 도입하며 사실상 기본 운임료가 줄었다"며 "이는 명백한 배달료 삭감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전의 배달요금 체계에서는 기사가 건당 기본배달료(서울 기준 3,000원)에 더해 거리 할증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구간배달료로 바뀌면 기본배달료가 2,200원으로 낮아지고, 여러 건을 한꺼번에 배달하면 중복 거리에 대해서는 거리할증료를 받을 수 없다.

현장에선 곡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서 일하는 배달기사 이모(21)씨는 "코로나 때에 비해 배달 건수도, 기사도 반토막 났다"며 "여기서 이렇게 쉬면서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주문이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20년 넘게 배달대행업체를 운영해 온 박모(51)씨도 "어제 새벽부터 오늘 오전까지 네 건만 배달한 기사도 있다"며 "이달부터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토로했다.

일부 배달기사들은 '콜 거부 운동'을 통해 대응한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라이더유니온은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B마트 콜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달기사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운임료가 3,000원 이하인 콜을 자발적으로 거부하자"는 글이 올라왔고, 인증도 이어졌다.

점주들도 가격 정책에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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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의 한 배달대행업체 앞에 오토바이들이 주차돼 있다. 전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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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주들도 할 말이 많다. 점주 입장에서 무료배달 주문은 배달 횟수에 따라 수수료를 지불하는 '정률제'로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점주들이 각자 사정에 따라 정해진 금액만 내는 정액제와 정률제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었지만,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무료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업주 입장에선 정률제 말고는 고를 수가 없다. 4년째 경기 양주시에서 분식 장사를 하는 김모(36)씨는 "무료배달 시행 후 정률제로 수수료를 내면서 일평균 매출이 50만 원가량 줄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무료배달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를 둘러싼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치원 변호사는 "쿠팡에서 시작한 무료배달 경쟁이 시장 전체로 퍼져 나갔다"며 "무료배달 전략을 선택한 일부 업체들은 사업을 다각화하지 않아 기사나 점주 등에게 손해를 전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배달업체는 비용 전가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배민 관계자는 "정액제와 정률제는 기존에도 있었던 수수료 체계로, 달라진 것은 없다"며 "무료배달로 발생하는 비용은 저희가 온전히 부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들이 반대하는 B마트 구간배달 도입에 대해선 "단건 배달로 운영하던 과거와 달리, 묶음 배달이 가능한 알뜰배달로 체계가 바뀌며 산정 시스템 자체가 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유진 기자 xxjinq@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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