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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치매 치료제 국내 첫 허가…'레켐비' 일본선 1년 약값 27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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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 에자이의 레켐비. AP=연합뉴스


치매 치료제가 국내에 처음으로 허가를 받았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신약인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로,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약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4일 한국에자이가 신청한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 레켐비의 시판을 허가했다. 미국·일본·중국에 이어 세계 네 번째 품목 허가이다.

이 약은 여러 유형의 치매 중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쓰인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 인지 장애나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대상이다. 이 약은 알츠하이머병의 유력한 원인으로 알려진 뇌의 아밀로이드 침착물을 감소시켜 인지 기능 소실 등 질병 진행을 늦춘다.

다만 중등도(병의 중증도가 중간 정도) 이상으로 진행된 알츠하이머병 환자에 대해서는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치매 치료제는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조건부 허가를 받은 아드헬름(아두카누맙)이 처음이다. 아드헬름 허가 때 전문가들이 "효능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비판했고, 조건부 허가 이후 유효성 논란을 거듭하다 올 1월 개발·판매 중지했다.

레켐비는 그런 논란이 없는 경증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이다. 박건우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 치료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약"이라고 평가했다. 이 약은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했다. 알츠하이머 환자 뇌에서 비정상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의 끈적한 침전물을 제거하도록 설계된 항체로, 2주에 한 번 정맥 주사로 투여한다.

다만 이 약은 치매 진행을 중단시키거나 치매를 없애지는 못한다. 치매의 진행을 늦추는 효과를 낸다. 지금 의료 현장에 쓰이는 치매 약과 차원이 다르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치매 약은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 약이다. 가령 기억력을 도와주는 약이 대표적이다.

레켐비는 임상시험에서 위약(가짜 약)보다 27%의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왔다. 기억력·판단력, 가정생활 등과 관련된 인지기능을 평가해 임상치매척도 점수를 매겨보니 위약을 먹은 집단보다 치매 점수가 약 27% 낮았다.

이 약을 맞으려면 사전에 자기공명영상(MRI) 등의 검사를 해서 아밀로이드 베타(Aβ) 병리 존재를 확인해야 한다. 알츠하이머병은 비정상적인 뇌 아밀로이드 침착물 등이 뇌에 쌓이면서 뇌 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퇴행성 질환이다. 유력한 원인은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Aβ)가 과다하게 생산되거나 잘 제거되지 않고 뇌에서 축적되기 때문에 병이 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사전 검사에서 이런 게 확인돼야 레켐비를 쓸 수 있다.

이 약의 부작용도 있다. 아밀로이드-관련 영상 이상(ARIA)이 발생할 수 있다. 박건우 교수는 "나쁜 단백질을 뽑아내면서 혈관이 손상돼 피가 나거나 뇌가 부을 수 있다. MRI 검사로 확인하면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아밀로이드-관련 영상 이상은 대체로 증상이 없으며 두통, 혼돈, 어지러움 등이 발생할 수 있고 대개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다만 드물게 발작 및 뇌전증 등 중대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어 정기적 영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약은 앞으로 건보 등재 여부를 심의받게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건보에 등재할지, 등재하면 어떤 환자에게 적용할지, 비용 대비 효과성 등을 따진다. 여기를 통과하면 건강보험공단에서 건보 약값을 얼마로 할지 협상해서 결정한다. 그 이후 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3단계 과정에 8개월 정도 걸린다.

다만 건보 등재 이전에 비보험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약값을 환자가 전액 부담한다는 뜻이다.

가장 큰 난관이 비싼 약값이다. 1년 약값이 미국에서 3500만원, 일본에서 2700만원 선에서 책정됐다. 한국도 일본과 비슷하거나 낮게 책정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알츠하이머 치매환자(2021년 기준 65세 이상)는 약 89만명이다. 이 중 초기환자에게만 레켐비가 쓰인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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