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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국제사법재판소, 이스라엘에 "라파 공격 즉시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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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국제사법재판소(ICJ) 판사들이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라파 공격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임시 긴급조치를 명령하고 있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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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법재판소(ICJ)가 24일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단 라파에 대한 지상 공격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지난 6일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공격 행위로 인해 라파에 몰려있던 약 140만명의 팔레스타인 피란민의 인도적 상황이 악화됐다는 충분한 정황이 있고, 이스라엘이 이를 반박할만한 증거를 제출하거나 인도주의적 상황 개선 노력 등을 보이지 못했다는 이유다.

ICJ의 나와프 살람 재판장은 이날 “지난 3월 법원이 명령한 임시 조치로는 현재 가자지구의 상황을 완전히 해결할 수 없고, 새로운 긴급 조치를 명령하기 위한 조건이 충족됐다”며 “이스라엘은 라파에서 (가자 주민의 생활 여건에 대한 물리적 파괴를 초래할 수 있는) 군사적 공격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그는 또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강화를 위해 (이집트와) 라파 간 국경 검문소를 개방하고, (가자 지구의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국제기구 조사관들의 가자지구 접근을 허용하라”고 했다. 더불어 “이스라엘은 한 달 이내에 (ICJ의 명령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도 명령했다.

판결 이유에 대해서는 “본 재판소는 라파의 인도주의적 상황이 지난 법원 명령 이후 더욱 악화되었음을 심리 과정에서 확인했다”며 “법원은 라파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재앙적(disastrous)’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간인의 안전 지역 대피와 인도주의적 지원 확대 등 이스라엘의 조치가 사람들의 고통을 완화하기에 충분하다고 확신할 수 없다(not convinced)”고 했다.

이날 판결은 이스라엘이 라파 공격을 개시한지 4일만인 지난 10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은 인간이 거주 가능한 지역으로서 가자지구를 완전히 파괴하려는 의도”라며 “이를 제지하기 위해 (기존 임시 조치에서 이어지는) 긴급 명령을 내려달라”고 ICJ에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ICJ는 앞서 지난해 12월 남아공이 이스라엘을 ‘집단 학살(제노사이드)’ 혐의로 제소함에 따라 이 사건을 심리해왔다. 이 과정에서 지난 1월에는 이스라엘에 집단학살 방지 및 인도적 상황 개선을 위한 임시 긴급조치를 명령했고, 이어 3월에는 인도적 지원을 더 강화하라고 추가 요구했다.

이스라엘은 집단 학살 방지와 처벌에 대한 국제 협약(제노사이드 조약) 가입국으로, ICJ의 관할권(管轄權·jurisdiction)이 적용된다. 그러나 ICJ의 판결은 그 자체로는 강제력이 없어 이행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가자지구 전쟁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ICJ의 임시 긴급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스라엘 정부는 한 발 더 나가 “지구상 어떤 세력도 이스라엘이 자국민을 보호하고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뒤쫓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며 앞으로도 관련 명령을 거부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ICJ의 이번 명령은 이스라엘이 이미 받고 있는 전방위적 외교 부담을 한층 가중할 전망이다. 로이터는 “유엔 최고 국제법 기관이 이스라엘에 반하는 결정을 내림에 따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정부가 받는 외교적 압력은 더욱 커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ICJ에 결정 이행을 강제할 수단은 없으나, 이스라엘의 국제적 평판에 다시 한 번 타격을 주면서 이스라엘의 정치적 고립을 더욱 가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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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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