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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백영옥의 말과 글] [355] 무엇이 좋은 삶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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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옆의 사람과 대화하면서 가는 것과 조용히 혼자 가는 것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하면 어떤 걸 선택할까. 나는 혼자를 택할 것이다. 혼자를 선호하기보다 혼란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 탐구 보고서’의 저자 ‘로버트 윌딩거’는 인간은 혼란을 과대평가하고 인간관계의 유익함을 과소평가한다고 말한다. 오랜 연구로 무엇이 좋은 삶인가에 대한 답을 얻었는데 그 핵심이 친밀한 인간관계의 빈도와 질이라는 것이다.

데이비드 브룩스는 ‘인간의 품격’에서 이력서와 추도사의 차이를 “이력서에 언급되는 일은 세속적 성공이 지향하는 덕목으로 타인과 비교가 불가피하지만 추도사는 그렇지 않다”고 말이다. 고인이 인정이 많고 상냥한 사람이었다는 말은 유튜브 팔로 숫자나 연봉처럼 누군가와 비교할 필요가 없다.

80대에 자신이 어떻게 늙어갈지 예측할 수 있는 대표 지표가 중년기 혈압이나 당 수치가 아니라 50세 때 자신의 인간관계에 가장 만족한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는 뭘 의미할까. 마흔을 넘어보니 맞지 않는 친구 때문에 쓴 시간을 자기 계발에 썼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50을 넘어 60대, 70대에 이르면 사람은 시간이 한정적이라는 명확한 사실을 깨닫는다. 비로소 내 옆에 있는 사람들로 시야가 좁아지며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에 집중하며 작은 것에 감사하는 능력이 강화된다. 예상 외로 70대의 행복 지수가 높은 이유다.

호구와 손절 영상이 범람하는 시대에 관계 복원을 말하는 건 시대착오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하버드 졸업생과 그들의 후손까지 90년에 걸친 인류 최대의 행복 보고서는 우리에게 “사람들은 자기에게 좋은 게 뭔지 잘 모른다”는 진실을 말하며 “좋은 삶은 오직 좋은 관계”라고 말한다. 우리를 진정 행복하게 하는 건 여러 사람과 사랑에 자주 빠지는 게 아니다. 그 사랑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다. 여기가 아닌 저기, 이곳이 아닌 저곳이 아니라 내 옆에 있는 바로 이 사람과 함께 말이다.

조선일보

백영옥 소설가


[백영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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