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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국가적 재앙’ 저출생·고령화는 미래를 어떻게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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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사람이 사라진다/ 이철희/ 위즈덤하우스/ 2만원

0.78.

2022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이다. 올해는 심지어 0.7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국가적 재앙’ 수준의 저출생과 고령화는 대한민국 소멸 우려를 불러왔다. 인구변화는 우리 미래를 어떻게 바꿔놓을까.

세계일보

이철희/ 위즈덤하우스/ 2만원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인구클러스터장이자 국내 대표 인구경제학자인 저자는 신간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에서 급격한 인구 감소 문제를 노동시장의 관점으로 분석·예측하고 그 대응 방안을 살펴본다.

한국의 인구 감소는 규모도 그렇지만, 급격한 속도가 더 큰 문제다. 2023년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현재 3674만명인 한국의 생산연령인구가 2072년까지 1658만명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전망된다. 50년 새 생산연령인구가 현재의 반 토막 이하로 떨어지는 셈이다. 결국 병역자원 부족이나 기업·정부의 제도·관행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시간은 촉박하고, 비용은 막대하게 불어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로봇과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이 많은 노동력을 대체하니 큰 문제가 아니라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노동은 생산과정에서 여전히 중요한 요소를 차지한다. 기업이 생산 시설·연구개발 기지 설립을 위한 지역을 선정할 때도 적합한 노동인력은 매우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책은 인구변화로 인한 전체 노동력 규모의 변화와 경제활동참가율과 생산성 변화를 고려하는 경우의 노동 투입 변화, 산업·직종·나이·학력에 따른 노동 공급 변화와 노동 수요 변화를 고려한 직종별 노동력 부족 규모 등을 차례로 분석한다. 저자는 인구구조 변화로 젊은 노동인력 비중이 줄어들면 보건업, 음식점 및 주점업, 기타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스포츠 및 오락 관련 서비스 업종 등 젊은 층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 수급 불균형을 불러올 것으로 바라봤다.

인구 감소에 따른 공백은 고령, 여성, 이민이라는 키워드가 메워갈 가능성이 높다. 출산과 양육으로 ‘경력 단절’ 등 여성이 일하기 어려운 환경은 여성 생산성 저하의 주된 요인이었던 만큼 보육 지원, 일·생활 균형 강화, 노동조건 개선, 각종 차별 금지 정책이 성공한다면 여성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최근 외국인 노동자 유입에 대한 논의가 많지만 그들 역시 ‘만능열쇠’가 아니다. 임금이나 근로 환경 등에서 외국인이 한국을 선호하는 국가를 만드는 것 등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저자는 한국이 필요로 하는 숙련 수준과 한국 사회와 잘 맞는 문화적 배경까지 고려한다면, 지금 우리 노동시장에서 산업과 경제의 유지에 공헌하는 외국인력은 장기적으로 볼 때 오히려 ‘희소한 자원’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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