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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또 텔레그램" 성범죄 번번이 터져도…한국 2등 메신저 '급성장'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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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MAU 300만명…3년새 20%↑

머니투데이

서울대에서 피해자가 최소 61명에 달하는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21일 성폭력처벌법 위반(허위영상물 편집·반포) 등 혐의로 30대 남성 A 씨와 B 씨를 검거해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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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졸업생들이 동문 등의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제작한 성범죄 영상물을 유포하다 적발됐다. 과거 'N번방 사건'처럼 이번에도 '텔레그램'이 무대였는데, 수사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탓에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됐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그럼에도 텔레그램은 최근 3년간 국내에서 이용자층이 가장 늘어난 모바일 메신저였다.

24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텔레그램의 국내 MAU(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올 4월 300만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3년 전인 2021년 4월(249만명) 대비 20.5%(51만명) 늘어난 수치다. 텔레그램의 MAU는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다 올 3월 들어 처음으로 300만명 고지에 올랐다.

최근 3년 새 국내에서 눈에 띄게 이용자층이 성장한 모바일 메신저는 텔레그램 뿐이다. 같은 기간 메타(옛 페이스북) '메신저(Messenger)'의 국내 MAU는 587만명(2019년 4월)에서 246만명(올해 4월)으로 58.1%(341만명) 감소했다. 텐센트 '위챗(WeChat)'의 MAU도 129만명에서 115만명으로 10.9%(14만명) 줄었다.

네이버 '라인(LINE)'의 MAU는 189만명에서 204만명으로 15만명(7.9%) 늘어나는 데 그쳤다. 메타의 또 다른 메신저 '왓츠앱(WhatsApp)'의 올 4월 MAU는 70만명으로 3년 전 대비 증가율(75%, 30만명)은 가장 높았지만, 여전히 국내 입지는 좁았다.

국내 대표 메신저 카카오톡의 MAU는 이 기간에 4419만명에서 4492만명으로 73만명 증가했다. 늘어난 이용자 수는 가장 많았지만, 3년 새 증가율은 1.7%로 사실상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카톡 위기마다 텔레그램 '약진'…높은 보안성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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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국내 MAU(월간활성사용자수) 추이/그래픽=윤선정


텔레그램은 러시아의 기업인 파벨 두로프가 개발, 2013년 8월 독일에서 출시했으며 현재 본사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다. 종단 간 암호화를 적용한 '비밀 대화' 등 높은 보안성을 자랑한다. 두로프는 최근 주요 외신인터뷰에서 텔레그램의 글로벌 MAU가 9억명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와츠앱, 위챗, 메타 메신저에 이어 이용자가 세계에서 4번째로 많다.

국내에서는 카카오톡이 논란에 휩싸일 때마다 주목받았다. 2014년 검경의 이른바 '카카오톡 사찰' 논란이 불거질 당시 사생활 침해를 우려한 이용자들이 대거 텔레그램에 가입했고, 2022년 10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카카오톡 먹통' 사태 시 대체제로 인기를 끌었다. 대통령과 여당 유력인사 간 텔레그램 대화방이 노출돼 화젯거리가 되는 등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지도층도 폭넓게 이용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텔레그램 앱 신규 설치 건수가 가장 많았던 시기는 2021년 12월(29만건)이었는데, 이때는 오픈 채팅방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이용자가 게재하는 동영상의 불법촬영 여부를 사전 확인하도록 한 'N번방 방지법' 시행 시기였다. 그다음으로는 카카오톡 먹통 사태가 벌어진 2022년 10월(28만건)이었다. 또 최근 1년 새 월평균 신규 설치 건수는 21만건으로 꾸준히 이용자층이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 같은 보안성 때문에 마약 거래와 성 착취, 코인·주식 리딩방 등 각종 범죄의 진원지가 됐다. N번방·박사방 등 성 착취 사건의 주범이 텔레그램을 이용했지만, 정작 N번방 방지법에 반발한 이용자들이 더욱 텔레그램을 찾기 시작한 건 아이러니다. 해외에 서버를 둔 외국 기업인 탓에 규제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더욱이 범죄 혐의점이 드러나도 우리 수사당국의 협조 요청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국제사회에서도 텔레그램의 성장은 딜레마다. 일부 언론 통제 등이 심한 국가에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해방구로서 기능하지만, 국내와 마찬가지로 테러리스트나 사이버 범죄집단의 악용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이에 일부 국가는 텔레그램 이용을 금지 또는 제한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도 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국산 메신저는 프라이버시 보호와 범죄 예방 등을 위해 지속해서 기능을 보완하지만, 텔레그램 등 외산 메신저를 손놓고 있으면 규제의 실효성은 떨어진다"면서 디지털범죄의 수사기능 강화 등 대책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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