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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취재석] 대통령의 '변화', 말뿐인 '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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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강화', '비판 수용' 강조하지만 와닿는 변화 없어
'국정농단 연루자' 임명 등 퇴행적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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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이후 '국정 쇄신'을 강조한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인적 쇄신과 국정운영 기조에서 큰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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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22대 총선을 기점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변화'를 보였다. 총선 민심을 받아들여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다짐하고 난 뒤다.

우선 주변 참모들을 바꿨다. 최측근인 비서실장에 그간 '관료 출신'만 기용했다가, '5선 출신' 정진석 의원을 새로 임명했다. 정 비서실장은 윤 대통령의 정계 입문 초창기부터 지지해온 그룹 중 한 명이다. 정 실장은 임명된 날 기자들에게 "벼슬하려고 온 게 아니다"라며 윤석열 정부 출범에 기여했던 사람으로서 책임을 지겠다는 마음으로 왔다고 했다. 그는 "오직 국민의 눈높이에서 대통령께 객관적인 관점에서 말씀을 드리려고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참모가 '교체'되면서 국민적 관심사인 '채해병 특검법'이 여야 합의로 통과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실은 15번의 특검 중 10번은 수사 중일 때 도입됐다는 점을 외면한 채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며 여야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점을 거부권 행사의 이유로 들었다. 또 야당의 특검 후보 추천권 독점도 비판했는데 '대통령 본인을 포함한 수사인데 대통령이 특검을 추천해도 되나'라는 지적에는 "대통령의 외압 부분은 수사 당국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할 부분"이라며 수사 외압을 가정해 답할 수 없다는 취지로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인선의 절정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다. 윤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정 전 비서관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3비서관으로 내정했다고 한다. 정 전 비서관은 윤 대통령이 특검 당시 구속수사하고 대통령에 취임한 후 사면 복권해준 인물이다. 여권에서도 "납득이 잘 안된다"는 말들이 나온다. 정 전 비서관의 뛰어난 업무 역량을 감안했다고 하는데, '국정농단' '탄핵' 꼬리가 따라붙는 인물을 소환할 정도였는지 의문이다. '인적 쇄신'과는 확실히 거리가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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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4일 출입 기자단과 만찬을 갖고 "조언과 비판도 많이 듣고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변화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2022년 6월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도어스테핑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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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변화' 지점은 또 있다. 최근 들어 '약자'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총선 이후 첫 민생토론회에서 노동약자 지원법을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노동계 숙원이었던 노동법원 설치를 검토하라고 깜짝 주문했다. 또 지난 2년간 '정부가 지원하고 기업이 성장하면 모두가 잘 산다'는 취지로 자유시장경제체제만 바라봤다면, 최근 들어 "기업 성장의 과실이 근로자들에게도 공정하게 공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메시지를 내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 편성 방향을 논의하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선 "서민과 중산층 중심 시대를 열기 위해 재정이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재정역할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긴축재정과 대기업 감세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부처 장관들에게 '어려운 살림을 아껴 자식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보낸 어머니의 마음을 가져달라'는 어려운 숙제만 내줬다. 윤 대통령은 "예산 편성 과정에서 키워야 하는 사업과 줄여야 하는 사업을 잘 구분해 달라"고 주문했는데, 지난해 '카르텔' 발언으로 촉발된 R&D(연구개발) 예산 대폭 삭감 사태가 다른 데서 재현되지 않을지 걱정된다.

빨라진 현안 대응도 이전과 달라진 부분이다. 정부가 어린이·전기제품 등 80개 품목에 대해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가 없는 경우 해외직구를 원천차단한다고 발표했다가 사흘 만에 철회하면서 논란이 되자 대통령실은 곧바로 "국민들께 혼란과 불편을 드렸다"고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의 정책 리스크 관리 시스템 재점검 등 재발 방지책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관가는 어수선한 분위기다. 대통령실의 정부 장악력이 세지면 남은 임기 3년간 공직사회가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총선 패인 중 하나로 꼽힌 '배우자 리스크'에 대해선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에 대해선 "현명하지 못한 처신"이라고 사과했지만 배우자 리스크를 관리할 제2부속실 설치나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대통령실 고위급 참모조차도 "여사 문제는 잘 모른다"며 말을 아낄 수밖에 없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의 사과로 면죄부를 받고 공식 외교 일정을 명분으로 공개 행보를 다시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총선 후 약 한 달간 '소통 강화' '비판 수용' 등의 메시지를 여러 차례 냈다. 하지만 인선과 대통령실 직제 개편, 국가재정운영 기조, 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은 이전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지난 24일 대통령실 출입 기자단과 가진 만찬 간담회에서 "조언과 비판도 많이 듣고 국정을 운영해 나가겠다"고 한 약속이 와닿지 않는 이유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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