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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의대 교수들 “미복귀 전공의 처벌시 사직·1주 휴진” [오늘의 정책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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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모집요강 확정 앞두고 막판 진통

정부, 28일까지 전공의 복귀 의사 등 확인 후 처분 여부·수위 확정할듯

2025학년도 대입 입시요강 발표 시한이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의·정 갈등이 막판 진통을 이어가고 있다. 의대 교수들은 의대 증원 확정시 예고한 ‘1주간 집단 휴진’을 사실상 철회하면서도, 복귀하지 않고 있는 전공의들에 대해 행정처분을 강행하면 사직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8일까지 각 수련병원을 통해 전공의 복귀 의사 등을 확인한 뒤 처분 여부와 수위 등을 확정할 전망이다.

세계일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의대 증원 취소를 촉구하며 연 ''대법원 탄원서 접수 및 기자회견''에서 배장환 충북대의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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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 “가건물서 수업? 카데바도 없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지난 24일 대입전형위원회를 열고 내년도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32개 대학의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만장일치로 의결하면서 의대들은 2025학년도에 기존보다 1509명 늘어난 4567명을 선발한다. 교육부는 수시·정시 비율, 지역인재전형 등을 담은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30일 발표하고, 대학들은 31일까지는 입시요강을 공개해야 한다.

의대 교수들은 증원 규모에 맞는 교원과 시설을 제때 갖추기 어렵다며 증원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의학 교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증원을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일부 학교는 시설과 인력 등 교육 인프라를 적기에 마련하기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카데바(해부용 시신) 확보는 물론 교수조차 부족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의학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며 “정부는 이러한 현장 목소리를 경청해 증원 계획을 철회하고, 사법부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준비 부족으로 복도나 가건물에서 수업해야 하고, 소규모 그룹 토론 수업도 불가능하며, 실습 시험을 감독할 교수도 수업에 필수인 카데바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의교협이 전국 30개 의대 교수 1031명을 설문한 결과 ‘의대 증원이 이뤄질 경우 입학과 진급에 맞춰 학교 강의실 등 건물이 적절하게 준비될 수 있을지’에 대해 78.6%(810명)가 ‘매우 그렇지 않다’, 16.4%(169명)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부정적인 응답이 95.0%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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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앞으로 의료진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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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지휘권 발동해 빨리 결정해야”

여러 건의 의대증원 취소 소송을 제기한 의료계는 의대증원 절차를 멈춰세워야한다면서 지속적으로 사법부 등을 압박하고 있다.

전의교협과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25일 공동성명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대입전형 시행계획) 승인으로 의대 증원이 확정됐다는 보도는 오보”라며 “고등법원의 항고심 3개와 대법원의 재항고심의 의대증원 집행정지 결정이 아직 남아있다. 이 결정들 이후에 2025년도 모집요강이 확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집행정지 인용 결정이 내려진다면 2025년도 의대 모집인원은 3058명이 돼야 한다”며 “대학의 모집요강 게시 마감 기한으로 여겨지는 5월31일도 관행일 뿐법령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교협이 대입전형위원회에서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의결한 뒤 절차상으로는 각 대학의 수시 모집요강 공고 절차만 남아있지만, 사법부 판단 이후로 일정을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의교협과 전의비는 “정부가 이미 대학입시 일정 사전예고제 법령을 위반했고 대학의 자율적 학칙 개정 절차도 무시했다”며 “더 이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각 대학의 모집요강 발표를 법원 결정 이후로 늦추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아울러 “고등법원과 대법원은 30일까지 집행정지에 관한 결정을 내려주기 바란다”며 “급격한 의대 증원은 의료개혁이 아니라 의료개악임을 헤아려달라”고 촉구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이번 집행정지 재항고 사건은 지난 21일 대법원에 접수됐고, 23일 주심 대법관·재판부 배당을 거쳐 24일부터 법리검토를 시작했다. 물리적으로 1주일만에 결정하기엔 불가능한 상황인데, 이 소송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는 25일 ‘대법원장이 소송지휘권을 발동해 30일 전에 결정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서를 대법원에 냈다.

세계일보

지난 23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 수술센터 앞에서 의료진이 환자 침상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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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행동 100일…미복귀 전공의 돌아올까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 석달 이상 갈등을 빚고 있는 의·정 모두 증원 이후를 대비하고 있는듯 하다. 먼저 정부는 의대 증원 확정 이후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 여부와 수위 등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월19일 집단사직하고 이튿날 집단이탈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100일에 가까워지면서 병원 복귀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대면 상담을 진행해 복귀 여부와 향후 진로를 파악하고 조속한 복귀를 요청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지난 24일 전국 수련병원들에 보냈다. 상담은 28일까지 이뤄지며 원칙적으론 수련병원장이 직접 하거나 각과 과장들이 대신 하고, 개인 신상이 공개되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보건복지부는 공문에서 “현재 전공의들의 경우 근무지 이탈에 따른 수련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에 복지부는 진료공백 최소화, 전공의 조속한 복귀 노력의 일환으로 해당 수련병원을 통해 개인별 상담을 실시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의대 증원 후 미복귀 전공의 현황을 파악해 긴급진료 체계를 갖추겠다는 의도 외에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으로 의료계는 보고 있다.

◆‘포스트 증원’ 대비…전공의 보호 나선 의대 교수들

의료계는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해 막판까지 사법부를 압박하면서도 증원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 특히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처분시 사직은 물론 1주 휴진 등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의대 증원이 확정되면 ‘1주일간 휴진’을 예고했던 의대 교수들은 이 방침을 사실상 철회했다. 전의비 최창민 비대위원장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일주일 휴진한다고 해도 정부가 꿈쩍 안 할 게 뻔하다”며 “환자들이 피해를 본 게 명확한 상황에서 우리가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다만 “갑자기 모든 전공의를 면허정지를 시키거나 그러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정부가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의대 증원 확정시 ‘1주 휴진’하겠다고 했지만, 이젠 미복귀 전공의 처벌시 휴진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으로 바뀐 셈이다.

충북의대 배장환 비상대책위원장도 24일 “전공의나 학생에 대한 처벌을 한다면 이는 정부의 잘못을 전공의∙학생들에게 뒤집어씌우는 일”이라며 “그들을 가르치는 선생 입장으로서 두고 볼 수 없다. 즉각 사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의대 오세옥 교수협의회 회장도 “우리가 사직을 결의하게 된 기본적 이유”라며 “전공의 사법 처리가 시작되면 지금은 미적거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많은 교수들이 사직에 동참하고 정부는 훨씬 더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한편,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8일 ‘대통령실 레드팀께; 의료개혁, 이대로 좋습니까’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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